여긴 지령전 시티

prologue.



지령전주(地靈殿主) 코메이지 사토리(古明地さとり)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그녀는 사람들이 언제나 생각하지만, 좀처럼 입 밖으로 내지 않으려 하는 시체 위의 구더기들처럼 꿈틀거리는 가장 추악하고 혐오스러운 속마음들을 눈 앞에 놓여진 듯이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하여, 사토리의 눈에 사람들은 구더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사토리를 구더기로 여겼지만 말이다.

사람이란건 본디 짐승이 옷을 입을 지혜를 획득한 흉물에 불과해서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역시나 짐승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음식을 보면 빼았아서 라도 먹고 싶다고 생각하고, 이성을 보면 추잡한 생각부터 떠올려 버리고, 사랑하는 이를 상대로도 끔찍한 욕지거리 퍼붓는 상상을 한다. 다만 그 생각을 밖으로 내지 않는 것은 역시 옷을 입을 지혜가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말을 하는 것보다 생각을 하는 비중이 더 높다. 사토리에겐 그러한 세상이 버거웠다. 사토리의 세상엔 '정적'이란 없다. 언제나 꿈틀거리 구더기들이 울부짖는 연회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사토리는 지저에 지령전을 지어 그곳에 살았다. 세상 가장 깊숙한 곳인 지옥에.

사람이 싫다, 인간이 싫다. 말하는 것이 싫다. 생각을 하는 것들이 싫다. 증오 밖에 하지 않아서, 증오만을 받는다. 사토리가 믿는 것은 오직 자신의 동생과 자신을 따르는 애완동물들 뿐이다. 

그러나 지금, 그런 인간불신의 화신과도 같은 사토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크게 놀라고 말았다.

ㅡ눈앞에 있는 것은,

"괜찮겠습니까?"

ㅡ절대적인 선인(善人)이었으니까.

"딱."

지령전에 성인이 강림했다. 
그의 이름을 노무현(盧武鉉)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