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란 건 기본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는 게으름벵이들이야. 그들에게 단순한 반복작업을 오랫동안 시킨다는 건 죽음과도 같은 고문이지.

그래서 다들 미쳐서 죽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들의 지성을 총동원하여 그 반복작업을 조금이라도 덜 귀찮게,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하려는 방법을 찾게 된단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발명한 기술들을 천재가 아닌 자들이 사용하는거지. 세상은 그런식으로 발전해온 거라고.

그런 게 습관이 되다보니 천재들이란 기본적으로 비효율적인 구조라는걸 참지 못해. 명백한 개선점이 있는데도 그걸 실행하지 않는다면, 일종의 죄책감마저 느껴버리지.

그래서 천재 중의 천재, 나 쯤 되는, 역사에 남을 정도의 천재 마법사들은 다들 끝내 이런 생각까지 해버리게 돼.

지성이 너무 높아진 나머지, 인간의 육신은 방해라고 생각하게 되는거야.

매일 자고, 일어나고, 식사하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행동들을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지기 시작하지.

무상한 인생사에서 벗어나 오롯이 정신만으로 존재하게 된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단 말이야.

매일 평범한 인간인 체 하며 낭비하는 그 시간들이 필요없어진다면, 이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정신이 과연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리치가 되는 주문은 아마 그래서 발명된 걸 거야.

아니, 불로불사의 육체를 얻기 위한게 아니었냐고? 나는 아니라고 확신해. 이건 하다보니 얻은 덤 같은 거야."

"그런데 말이야, 이게 가장 웃긴 점인데. 실제로 리치가 되어보니 그런 좋은 점은 하나도 체감할 수가 없단 말이야.

물론 처음에는 잠도 자지 않고, 피로도 느끼지 않고, 식사도 필요없고, 체력도 무한한 이 몸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 24시간을 전부 활용해 무엇이라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지.

그런데 궁금하지 않나? 그렇다면 리치들은 왜 세상에 나와 위대한 업적을 이루지 않고, 다들 외딴 던전에 처박혀서 이 뼈다귀에 먼지나 앉히고 있냐는 말이야.

그 이유는 간단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간의 몸이 얼마나 가치있었는지 깨닫게 되는거야.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봐도 먹을 수 없고, 아무리 일해도 쉴 수 없고, 꽃의 향기도, 스치는 바람의 느낌도, 비에 젖어드는 느낌도, 어떤 자극도 느껴버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아.

그리고 그 자극들을 그리워하게 되고, 조금 더 지나면 집착하게 되고, 거기서 조금 더 지나면, 이제 하루종일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아.

지금 자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느낄 수 없는 감각을 갈구하며, 인간의 몸을 버려서 번 시간을 전부 인간의 몸을 그리워하는 데 쓰게 된단 말이야.

그렇게 된 리치는 아주 위험하지. 그 빛나던 지성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시야에 인간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질투심에 미쳐 무슨 짓을 해버릴지 모르게 돼.

그래서 오래 산 리치들은 전부 은둔하는거야. 그들의 실낱같은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도 오래 안 가.

완전히 미쳐서, 쓸데없이 강하고 똑똑하고 사악한 괴물이 되버리는 데까지, 정말로 얼마 걸리지 않는단 말이야."

"...나는 얼마나 살아있었냐고? 글쎄. 삼백 년 정도에 완전히 미쳐버려서, 인간 왕국을 몇 개인가 멸망시켰던가. 그리고...... '퇴치'당하고 나서, 지금이 몇 년 째인지그런 생각을 최대한 하지 않게 되었지. 아르카디아가 멸망한 지 얼마나 되었더라? 천 년? 그럼 그쯤 됐겠지.

영웅들이란 과연 똑똑하더군. 나를 죽일 수는 없어도, 미쳐도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못하게끔 약하게 할 수는 있었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무리 미쳐 날뛰어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몸이 되자, 점점 제정신이 돌아오더군. 그렇게 된 지 얼마 안 됐어. 그래서 자네와 이렇게 대화도 할 수 있고 말야.

그런데 자네는 여기까지 뭐 때문에 온 건가? 혹시 내 봉인을 풀려는 건 아니겠지? 그럼 그만두게. 지금은 신사적인 체 하지만, 힘을 되찾으면 이 알량한 제정신을 얼마나 감당할 지 자신이 없어. 오래 산 마법사란, 모두 지옥에나 떨어져야 할 추한 존재들이지."

이런 리치나오는글쓰고싶엇음....

근데안써짐

누가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