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무술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현대 밀리터리라던가, 전쟁사라던가...
아무튼 무력을 사용하는 모든 행위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결국 강하다는 건 '저 놈을 실컷 줘팰 수 있다'가 아니라,
'저놈의 개짓거리에 내가 당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전쟁에서는 항상 적의 기습에 대비하고, 적의 신병기나 전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거고
무공에 대해서도 이건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단 말임
무협지에서 항상 나오는 묘사가 무슨 초식을 파해하기 위해 어떤 초식을 고안해냈다, 뭐 이런 거잖음.
뭔 무협지까지 가지 않더라도, UFC 경기 리뷰 영상만 봐도
'A는 B의 월등한 타격거리를 극복하기 위해서, 로우킥을 심어놓아 B에게 사우스포를 강요하고
B의 단조로운 타격 옵션의 한계를 공략 어쩌구' 식으로 설명하고.
즉, 애초에 아무리 그 수단이 궤도폭격 같은 터무니없는 수단을 동원하는 것일지라도,
그걸 내가 '예상 못 하고' '상대가 그걸로 나를 요리할 수 있는 상황에 몰아넣을 수 있게 방치했다'는 것만으로
무술적으로 보면 실패한 거 아닌가 싶은 거임...
이건 내가 도장에서 배운 거 한 꼭지인데,
도장에서 사범님이 나한테 강조한 것 중 하나가,
'항시 왼손으로 칼을 잡고 쓰바를 엄지로 눌러서, 칼이 뽑히지 않게 하라'는 거였거든.
물론 이유 1은 안전 수칙임,
칼집은 닳기 마련이고 하바키의 마찰력만으로는 칼이 칼집에 잘 안 맞물려 있으니까...
그리고 그만큼이나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상대방에게 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거였음.
만약 상대방이 나를 죽이려고 칼을 빼 들고 온다면, 당연히 나는 경계하고 도망칠 각을 잴 거임.
설사 상대가 기습적으로 칼을 빼든다 해도 내가 칼을 차고 있다면, 첫 기습에서 어떻게 몸을 뺄 수 있으면
나 역시 칼을 빼들고 저항할 수 있을 거임.
하지만 상대방이 비무장 상태인 것처럼 나한테 가까이 접근했다가,
내 칼 손잡이를 낚아채서 뽑아든다면?
그렇기 때문에 뭐 칼집을 뒤에서 잡히는 상황 대처법이라던가,
내 칼 손잡이를 노리고 달려드는 놈 손목을 사게오로 감아서 제압하는 법이라던가 뭐 그런 것도 설명하셨고
(설명만 들었고 내가 할 줄은 모름)
만약 왼손을 떼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오른손으로 카시라를 잡고 있되,
엄지손가락 끝이 노출되지 않도록 검지로 감싸서 가려라고 강조하시더라.
왜냐, 엄지손가락 끝이 노출되어 있으면 그걸 꺾어서 제압할 수 있으니까...;;
(이거 시연하시는 게 꽤 살벌했어서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그래서 칼 차고 스트레칭 할 때도 한 팔씩 따로 하도록 시키셨다.
그러니까 약간 그런 기분인 게,
나는 고수라고 해서 칼을 빼앗긴 상태에서 칼 든 놈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거나,
맨몸으로 총질하는 놈과 맞서 싸울 수 있어야 충분히 강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음.
아무리 무협지라고 해도, 그 사람을 죽일 기술적인 수단은 있는 쪽이 오히려 재미있을 거라 생각함.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제압할 수단이 없는 무력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건 게임 이론적으로 굉장히 파행적인 결론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고.
하지만 나는 동급의 상대에게 자기 칼을 쉽게 탈취당하는 검사나,
애초에 저격수가 있을 게 뻔한 장소에 아무런 대처 없이 걸어나오는 병사가
무술적으로, 전술적으로 '고수'일 수는 절대 없다고 생각함...
고수는 상대방이 나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짐작하고,
거기에 대해 최선의 대비를 하는 사람이라고 나는 배웠어.
상대방이 나에게 궤도폭격 같은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이를 대비해서 자신의 행적을 항상 숨기고, 비상탈출 수단을 항시 가까이 구비해 두고
가능하다면 인간방패로 삼을 수 있는 고위층 근처에 지내는 등의 수단을 준비해 놓지 않는다는 게,
나로써는 무협으로서 영 아니라는 기분임.
근데 대체 우주천마 그거 어쩌다가 궤도 폭격까지 튀어나온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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