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 모습이 생생하다. 지독히도 처연한 표정으로, 머리에 손을 얹은 채로 말하던.

어머니의 유언이었다.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슴푸레 짐작만 해볼 뿐.

너만 남겨두고 먼저 떠나서?

아픈 탓에 고생을 시켜서?

아니면…….

천재로 낳아주지 못해서?

눈가에는 다른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뒷산에서 즐겁게 검을 휘두르고 올 때면 항상 슬픈 얼굴을 하고 있던 어머니. 어린 맘에는 몰랐었지만, 그 표정에는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가 왜 그랬는지를 안다.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미안해 할 것 없어요.”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이제서야 어머니가 묻혀있는 곳을 향해 답했다.

그렇다.

무엇을 미안해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어떤 사실도 미안해 할 필요 없다.

먼저 떠났다고 미안해 할 필요 없다.

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테니까.

고생 시켰다고 미안해 할 필요 없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천재로 낳아주지 못했다는 것은…….

그거야말로 전혀 미안해 할 필요 없다.

나는 천재니까.

이제부터 그걸 증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