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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만봐앱에서 작성

엘케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9.09 17: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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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


보던 글이 연중을 당했다.
또. 또. 또. 연중을 당했다.

아무래도 이 작가 놈이 어지간한 쓰레기가 아닌 모양이었다. 원래부터 성실 연재 따위는 기대도 못 할 종자이긴 했지만, 일단 글을 썼으면 최소한의 책임감이란 걸 가질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젠 이 작가가 연중한 글이 몇 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소설이란 작가의 꿈과 같다. 그 꿈을 같이 꾸게 만들었다면, 깨어날 때도 같이 깨어날 수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다행히 21세기 웹소설 업계엔 문학 역사상 최고의 독자 친화적 기능이 있었다.

[선량한독자에요: 뭐야? 또 연중이야?]
[선량한독자에요: 작가님 이번에는 연중 안하신다면서요.]
[선량한독자에요: 기껏해야 여주 능욕물이나 써재끼고 있으면서 무슨 놈의 스토리가 꼬였다고 연중을 해요?]
[선량한독자에요: 어차피 저흰 작가님한테 스토리 같은 건 기대 안해요. 악녀라면서 뭐 이렇게 자비가 많아. 스토리는 제가 작가님보다 잘 쓸걸요?]
[선량한독자에요: 작가님은 그냥 떡씬이나 쓰세요. 스토리는 저희가 알아서 필터링하고 볼 테니까.]

바로 댓글 기능이었다.

이따금 작가들이란 족속은 자신만의 세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 나는 한 가지 지론을 신봉했다. 진정한 독자라면 작가의 대가리를 박살내 현실로 복귀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량한독자에요: 작가님. 키보드를 눌러 글을 써보세요.]
[선량한독자에요: 이런 개씨ㅡ팔련의 자식아.]
[선량한독자에요: 작가님 태어나기 전에 작가님 인생도 미리미리 연중을 시켰어야 했는데 제가 못 시켰네요.]
[선량한독자에요: 사실 제 죄인 것 같아요.]
[선량한독자에요: 제가 그때 작가 인생을 연중시켰으면 우리 모두 행복했을 텐데. 제가 정이 많아서 그러질 못했어요.]
[선량한독자에요: 여러분 작가님 너무 욕하지 마세요. 사실 작가님 지금 협박 받고 계시거든요.]
[선량한독자에요: 작가님 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글 더 쓰면 부모님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해서 지금 글 못 쓰는 중이세요.]
[선량한독자에요: 효자야 효자. 저런 효자가 없어.]

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면 거친 폭풍이 아니라 따스한 햇빛을 드리워야 하듯, 작가도 다정한 글중에 마음을 열었다.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간. 작가의 답글이 달렸다.

[묘지기: 제 글 전개가 마음에 안드셨나 봅니다. 저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글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가은이가 목표를 이루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제 불찰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연중입니다.]
[선량한독자에요: 불가능한 건 작가님이 사람되는게 불가능 한 거 같은데요?]
[묘지기: 그럼 직접 해보시겠어요?]
[선량한독자에요: 그래, 씨팔. 내가 해본다.]

얼마 안가 트럭의 경적 소리가 들렸다. 나는 트럭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1)

소설 '미몽의 밤'은 느와르를 표방한 현대판타지 소설이었다. 남성향에서는 보기 드문 여주 능욕계 야설이었고, 그래서 나 같은 소수 마니아에겐 별달리 선택지 없이 보는 글이었다.

미몽의 밤의 배경은 이러했다.

21세기의 어느 순간. 불규칙적으로 발생한 게이트에서 괴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각국의 군대는 괴수를 막아내려 부단히 노력했으나, 인간의 무기 체계란 결국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만 발전한 것. 괴수를 상대로는 그다지 유용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어떤 지역은 손 쓸 수 없게 되어 버려졌고, 혼란을 이기지 못해 무정부 상태가 되어버린 국가도 있었다. 다행히 모두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판타지 소설처럼 시작된 위기는 판타지 소설처럼 극복됐다. 각성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각성자들은 역사나 신화 속 위인의 힘을 빌리는가 하면, 마법과 초능력을 사용해 괴수를 사냥해 나갔다.

세상은 그렇게 평화를 되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류는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남아있는 전력으론 전 세계의 괴수들을 모두 소탕하기가 불가능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에 급급했다. 게다가 인간의 적이 괴수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각성자는 강력한 개인이다. 그들의 힘이 어디에서 오는가는 알 수 없었으나, 그 근원이 정부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공권력이 개인의 무력을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강성해진 범죄 조직은 정규군조차 손 쓰기 어려워졌다. 도덕과 인권은 철 없는 몽상가만의 것이 되었고, 무능해진 정부는 당연하다는 듯 부패했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가치는 돈과 힘이었다. 사실 언제나 그래왔었지만, 사람들이 좀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주인공 '백가은'은 그런 세상에 나름 잘 적응한 여자였다. 범죄조직에 들어가 돈도 잘 벌고 사람도 잘 죽였다는 소리였다.

그래. 백가은은 악녀였다.
더러운 방법으로 돈을 버는 악녀.

정확히는 사채업자였다.










* * *









커피가 달았다.

씁쓸한 맛 사이에 옅은 단맛이 느껴졌다. 이 정도라면 설탕은 티스푼 하나 정도 넣었을까. 원래의 나는 믹스커피의 막연한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설탕 특유의 끝맛이 미묘하게 찝찝했다.

이제 나는 강주원이 아니라 백가은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강주원은 대충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막입이었지만, 소설 속 백가은은 먹을 것에 꽤 까탈스러운 여자였으니까.

우스웠다. 강주원으로서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나는 벌써 백가은의 몸에 적응을 끝마쳤다.

아니, 적응이랄 것도 없었다. 인간의 의식이란 결국 육신에 귀속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원래부터 내가 백가은이었다는 듯 행동할 수 있었다. 어느정도는 기억마저 공유하는지 누가 누구인지 훤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거. 나는 의외로 고양이 혀인건가? 소설 속 백가은은 커피를 참 느긋하게 마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냥 커피가 뜨거워서 그랬나보다.

"입에 안맞으십니까?"
"그냥. 조금 달긴 하네."
"다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됐어. 그냥 마시지 뭐. 다음부터 설탕은 반스푼 정도만 넣으라고 해."
"예, 누님."

결국, 나는 커피를 몇 모금 마시지 못했다. 맛보다는 온도 때문이었다. 뜨거운 걸 홀짝홀짝 마셔봐야 경박해 보이기만 한다. 부하들 앞에서 그런 꼴을 보일 수는 없으니 여유롭게 마시는 척을 했다.

받침 위에 놓인 잔이 청명한 소리를 냈다. 제대로 된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누, 누님. 살려주십시오!"

낡고 허름한 창고. 정장 차림의 조직원들이 남자 너댓 정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처박는 중이었는데, 썩 상태가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이미 의식이 흐릿해 버티는 것도 고작인 듯 했다. 그나마 중년 하나가 피얼룩 진 얼굴로 애걸복걸하는 중이었다. 나는 대답 대신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조직원 중 하나가 중년의 얼굴을 밟아 바닥에 붙였다.

누님께선 아직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으셨다. 그러니 감히 먼저 입을 열지 마라.

내 조직원이 제법 점잖게 경고해 준 셈이었지만, 중년은 들어먹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도 경고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음도 아는 것이리라.

"저보다 이 조직에서 오래 일한 사람은 없습니다. 햇수로만 5년을 딴맘 먹지 않고 일했는데, 왜 제가 이제와서 돈을 빼돌리겠습니까? 분명 뭔가 착오가 있을 겁니다."
"그래. 너는 나보다도 오래 일했지. 그래서 마음이 더 아파. 알건 다 알 텐데 말이야. 대체 왜 그랬을까?"
"아닙니다. 저는 돈을 빼돌리지 않았습니다. 제발 믿어주십시오, 누님. 이 박경환이. 배운 건 없어도 조직 돈을 해쳐먹고도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은 압니다. 저를 한 번만 믿고 맡겨 주시면 저한테 누명 씌우고 돈 삥땅친 놈들. 다 찾아내서 붙잡아 오겠습니다. 돈도 놈들 사지를 찢어서라도 전부 가져오겠습니다."

중년. 박경환은 그럭저럭 침착하게 이야기를 해왔다.

경환은 수금원들의 관리자 정도 되는 인물이었다. 사채업을 할 때 가장 골치 아픈 일거리가 수금이었다. 이자율을 아무리 높게 잡아봐야 정작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채무자들이란 채권자만큼이나 악독한 법이었다.

세상 그 누구도 자기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어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돈이 자기것인지 아닌지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백가은. 아니, 나 같은 사채업자에겐 유능하고 믿음직한 수금원이 필수적이었다.

경환은 그런 면에서 보면 제법 귀한 인재였다. 내가 이 자리에 있기 전부터 그는 수금원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었다. 즉, 그는 직위가 낮을지언정 조직에선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그래. 사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 내 선배님께서도 많이 아끼셨고. 부하들 사이에서도 인망이 높았어."
"과분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렇습니다. 저는 조직에 전혀 불만이 없었습니다. 돈 몇 푼 벌겠다고 위험한 짓을 하느니, 이 조직에서 오래오래 일하고 싶었습니다."
"글쎄. 사람 마음은 모르는 법 아닌가?"

위계 질서란 이상한 면모가 있었다. 조직이 커지면 간부가 필요해진다. 그 때부터 보스는 말단들에게 직접 명령하는 대신, 간부를 통해 명령을 내려보낸다.

말단의 입장에선 간부가 직접 명령권자가 되는 것이다. 이 모습을 조금 다르게 보면 조직을 여러개로 나누는 것처럼도 보인다.

물론 말단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간부 위엔 보스가 있고, 그 사람이 진짜 상관임을 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말단은 간부의 명령에 익숙해진다.

익숙함은 독이었다. 위계질서가 강력할수록 먼 곳의 상관은 잘 보이지 않고, 가까운 상관은 또렷이 보인다.

"나는 네 속마음이 어땠는지 몰라. 하지만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이 둘 있지. 하나는 받아야 할 돈 일부가 비었고, 그 책임자가 너라는 거야."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은 압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일을 모두 마무리하고 나면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서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널 예뻐하던 선배가 이 창고에서 죽었다는거지. 내가 직접 작업했었는데. 알고 있어?"

물론, 모든 위계질서가 반란을 부르지는 않는다. 말단들은 간부가 익숙한 만큼, 간부보다 더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보스에게도 익숙하다.

모든 문제는 보스가 바뀌었을 때 생긴다. 간부와 보스의 명령이 서로 상반되었을 때. 어떤 말단은 익숙한 명령에 따른다.

그리고 나는 이 조직을 접수한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지. 선배는 항상 날 끈적끈적한 눈으로 봤었거든. 내가 반발할까봐 침대까지 끌어들이진 않았지만, 가슴을 만지거나 허벅지를 쓰다듬는 정도는 종종 있었어."
"······."
"그래서 선배가 붙잡혀서 나한테 무릎을 꿇었을 때, 굉장히 흥분됐었어. 그거 알아? 남자는 욕구에 참 솔직한 생물이야. 내 손에 도끼가 들려있는데도, 허벅지를 만지고 살살 간질여주면 발기를 하더라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조직원들이 기존 간부들에게 너무 익숙하다면, 더 이상 익숙하지 않게 만들어주면 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격언은 틀리지 않았다.

"선배님 자지는 생각보다 컸어. 그걸 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저 커다란 걸 내 입에 박아 넣으려고 한 걸까? 선배님은 평소에 내 입을 자주 봤었거든. 그래서 물어봤는데, 아니라고 했어. 당신은 어때? 그쪽이 보기에도 내 입구녕이 박음직한가?"
"저, 저는! 결단코 누님께 그런 흑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물론 누님께선 아름다우십니다만, 저는 제 분수를 압니다!"
"뭘 그리 당황하고 그래. 좋아. 표정만 봐도 사실인 것 같네. 그런데 선배님은 아니었지 뭐야. 그 양반은 제 마누라가 목구멍을 못 쓴다고 이빨을 다 뽑아버린 인간이잖아? 분명 내 안에 정액을 들이붓고 싶었을거야."

내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상황은 폭력적이고, 언어는 음란하다. 그러나 커피향만큼은 은은했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커피는 아직도 뜨거웠다.

지금만큼은 뜨거운 채로 마셔도 좋으리라. 간접 경험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주 질나쁜 농담을 할 때의 쾌감이라고나 할까.

"겪어보게 해주고 싶었지. 그런데 나는 여자잖아? 내 가랑이를 선배님한테 비벼봤자 씹물밖엔 안나온다고. 그래서 옛 방식을 그대로 쓰기로 했어. 고무호스를 위장까지 처박은 뒤에 콘크리트를 붓는 거야. 그 꼴을 당신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꼴이 아주 웃기거든. 남자 배가 불룩해진다니까?"

모르긴 몰라도 선배님한테도 나쁜 경험이 아니었을 것이다. 위장에 직접 퍼부었으니 콘크리트의 끔찍한 맛도 느끼지 않았을 테고, 뱃속이 따뜻한데다 든든하기까지 하니 훌륭한 한 끼 식사를 한 셈 아닌가.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후끈거리는 액체가 내 목구멍에서 뱃속까지 흐르는 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혓바닥은 조금 데인 모양이지만.

"말이 나와서 말인데. 선배님 와이프는 잘 지내고 있대?"
"예?"
"선배님 와이프 말이야. 이빨 다 뽑혀서 갇혀사는 그 여자. 신세 참 불쌍한 여자지. 그 커다란 좆대에 평생 개같이 박히면서 살았을 거 아냐. 모르긴 몰라도 구멍이 다 걸레짝이 됐을 걸?"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내가 괜히 음탕한 소리를 지껄이면서까지 선배님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다.

"그, 그걸. 왜 제게 물으십니?."
"표정 볼만하네. 왜. 내가 그 여자를 욕하니까 속이 뒤집어지기라도 했어?"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왜 그럴 리가 없어? 당신. 선배님 죽고 그 여자랑 몇 번 같이 잤잖아. 마음도 꽤 있어보였는데. 쯧, 유감이야. 당신은 방금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나는 턱끝을 움직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신호가 되었다.

내 뜻을 알아들은 조직원이 도끼 자루를 쥐고 크게 내리쳤다. 콰직. 무릎 꿇고 있던 남자들 중 하나가 죽었다. 경환이 아끼는 부하였다.

"있잖아. 나라고 고민하지 않았을까? 당신 같은 수금원을 구하는 건 꽤 힘들어. 수금 일을 5년이나 했다는 건 그 자체로도 신뢰의 증거라고. 그런 사람이니, 누군가 누명을 씌운 것은 아닌지부터 의심했어."

거짓말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

나는 경환이 실제로 누명을 썼음을 알고 있었다. 누명을 씌운 범인이 나였기 때문이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정말로 약간의 착오를 만드는 걸로도 충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그가 정말로 돈을 횡령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나름대로 조사를 했지. 그 결과, 당신을 죽여야 할 이유만 늘어버렸지만 말이야. 선배님의 식솔을 데려다가 뭘 하려고 했어? 내 목이라도 따고 싶었나?"

나는 오래된 부하를 죽여야 했다. 하지만 폭력조직이라고 해서 부하를 제 멋대로 죽일 수는 없었다. 그런 조직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으니까. 공신을 죽이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그러니 이유를 만들었다. 이 자리는 처음부터 경환을 심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세대교체를 벌이기 위한 처형 쇼에 가까웠다.

"아닙니다! 누님. 제발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여숙씨와 몇 번 잠자리를 가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제가 멍청해서 잘못된 마음을 품었을 뿐입니다!"
"변명치고는 초라하네. 정말로 사랑만 했다. 그러니 믿어달라?"

경환은 옛 보스의 아내와 밀월관계를 가졌다. 알고 있다. 정말로 다른 마음을 품어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의심 받기엔 딱 좋은 상황일 뿐이다.

소설 '미몽의 밤'에 달콤한 로맨스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경환은 훗날 이 관계를 적대조직에게 들켜 약점을 잡힌다. 그는 오랫동안 스파이가 되어 움직여야 했고, 종국엔 반란까지 유도한다.

그 결과, 쓸모가 다한 경환은 당연히 죽었다. 백가은은 상대 조직에게 붙잡혀 오랫동안 능욕당했다. 미몽의 밤이 보여준 첫 번째 능욕씬이기도 했다.

이제 그런 미래는 없다. 백가은은 악녀였지만, 어설픈 악녀였다. 부외자라는 이유로 옛 보스의 식솔들을 살려뒀다. 나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경환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내게서 무언가를 읽어낸 듯 했다. 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고, 자신이 살아남을 가능성 따윈 처음부터 없었음을 깨달았다.

"누님. 죽여주십시오. 저를 죽여 조직의 기강을 바로세우셔야 합니다. 하지만 여숙씨만큼은 살려주십시오. 그래도 전대 보스입니다. 지금 식솔까지 잔인하게 죽이시면 안좋은 선례로 남을 겁니다."
"미안. 나는 가족 같은걸 가질 생각이 없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그날, 서해안 공해역에 배 한척이 떴다. 배는 고기를 잡는둥 마는둥 하다가 드럼통 여러개를 바다에 버렸다. 선배님과 똑같은 방식으로 작업된 드럼통들이었다.







(2)


자리에 누워 편히 늘어지자마자 마사지사가 다가왔다. 준비된 마사지는 오일을 쓰는 종류인 것 같았다. 여성의 손길이 긴장을 풀라는 듯 내 어깨를 톡톡 두어번 두드렸다.

곧 무언가 차가운 액 같은 것이 등가에 닿았다.

그리고 나는.
하마터면 신음을 낼 뻔했다.

"으음······."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입을 꽉 깨물고 발가락을 옴죽거린다. 여성의 몸은 남성의 것과 달랐다. 남자는 특정 부위에 성감대가 집중되어 몰려 있지만, 여자는 전신 곳곳에 퍼져있다.

남자일 적에도 손 닿을 일 없던 등가에 무언가가 닿으면 간질간질하고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었으나, 여자의 몸은 그 정도가 달랐다.

게다가 백가은의 몸은 제법 예민한 편인 것 같았다. 미몽의 밤에서 백가은이 성고문에 쉽게 무너졌던 건 이런 체질 탓도 한 몫 했을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나는 눕자마자 제법 만족스런 소리까지 내어보인 셈이었다.

집행관이 내 사정을 다소 곡해해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빨리 본론이나 꺼내라 이건가?"
"굳이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오해는 수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나는 보란듯이 마사지를 즐겼다.

마사지사의 손이 내 등을 부드럽게 적신다. 그녀의 손은 여유롭게 내려가 나의 엉덩이를. 그리고 허벅지를 지나쳐갔다. 그 즈음에서 향유의 은은한 향이 풍겼다. 옅은 꽃향기가 났다.

매끄러운 손은 내 허벅지 위를 꾹 눌러 쓸어내듯 움직인다. 뭉쳐있던 근육이 풀어져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미묘한 쾌감은 전류가 되어 혈관 속을 흐른다. 입에선 달콤한 숨이 뱉어진다.

집행관은 그 모습을 보며 어이없어 했다. 그의 상식 선에선 내 몸이 진심으로 달아올랐다는 상상을 할 수 없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돌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군. 혹시 지금 나와 맞먹고 있다는 착각이라도 하는 건가?"
"설마요. 민중의 지팡이가 아무리 썩어 빠졌어도 동네 들개 하나를 못 죽일까요. 집행관께서 원하신다면 내일이라도 제 목을 잘라버릴 수 있음을 압니다."
"그런 것 치곤 아까부터 모가지가 뻣뻣한데."
"잘못 보신 것 아닌가요? 지금처럼 제 몸이 부드럽게 퍼진 적이 없거든요. 역시 비싼 곳은 비싼 값을 하네요."
"······."

은근한 분노가 느껴져온다. 집행관의 몸을 누르던 마사지사가 당황한 것이 보였다. 근육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으니 당연하겠지. 아무래도 능청을 피우는 건 여기까지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집행관은 부산 중앙경찰청의 고위 공무원이다.

이 시대의 범죄란 21세기 초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잔혹하고 거대해졌다. 개인의 무력이 강해진 만큼 범죄자의 무력도 강해진 것이다. 자연스레 경찰도 과격하게 변했다.

경찰은 이제 범인을 체포하기보단 섬멸하는 쪽을 선호하게 되었다. 집행관이란 그 변화의 흐름을 아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중앙경찰청의 사냥개. 일단 사건에 개입했다하면 반드시 피를 보는 인간백정. 즉, 나라에서 고용한 살인청부업자와도 같았다.

그런 인물을 정도 이상으로 자극할 필요는 없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필요해서 한 짓이었다.

"지루한 기싸움은 그만 두죠. 저를 이 자리에 불러낸 건 집행관이십니다. 먼저 용건을 말씀하시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집행관이 무슨 용건을 가지고 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 관계에서 미리 우위를 점하려 했고, 내가 능청을 부리자 짜증을 냈다.

냉정히 판단하자. 사고하길 멈추지 않으면 집행관의 저런 사소한 태도에서도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집행관은 내게 중요하면서도 장기적인 용건이 있다.

그가 고압적으로 나온 이유는 서열을 잡아두기 위해서다. 단발적인 거래로 끝날 일이었다면 미리 서열을 잡아둘 필요가 없다. 내가 설설 기며 신발을 핥든, 뻣뻣이 자존심을 세우든 거래만 제대로 성사되면 될 일이니까. 어떤 식으로든 오래 지속할 필요가 있으니 서열정리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사소한 일이라면 직접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 집행관이란 작자들은 그렇게 시간이 남아돌지 않는다. 직접 얼굴을 비칠 정도면 제법 중요도가 있는 일일 것이다.

백가은은 범죄자다. 아직 수사가 진행되거나 잡히지 않았을 뿐. 내 사업이 상당 부분 불법적인 영역에 있음은 자명한 상태다. 경찰청의 사냥개와 범죄자가 맺을 만한 '중요하고도 오랜 관계'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저희 희망 캐피탈은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
"뭐, 약간의 보상은 받겠지만요."

내가 예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거울이 없어 확인할 수는 없는 것이 아쉽지만, 분명 빌어먹을만큼 아름다웠으리라.










* * *










이따금 범죄자들 중엔 경찰과의 협력을 금기시하는 이들이 있었다.

범죄자는 경찰의 눈을 피해야 한다. 경찰은 범죄자를 잡아야 한다. 이 둘은 서로 적대관계이니, 빨대 노릇을 하는 것은 동료를 배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자들이 있었다. 멍청한 소리였다.

그런 말을 진심으로 주워 섬기는 놈들은 모두 잔챙이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칠리아 촌구석의 조직폭력배는 어떻게 서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가. 역사적으로 거악(巨惡)은 늘 공권력과의 유착으로 탄생했다.

집행관은 제법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한동안 느껴지더니, 피곤함 섞인 한숨이 푸욱 내쉬어졌다.

"그래. 목줄 채운 멍청이 여럿 길러봐야 무용지물. 차라리 속은 시커매도 말귀가 통하는 쪽이 낫겠지. 네 말대로 귀찮은 기싸움은 그만 두겠다."
"제가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솔직히 기대 이상이다. 힘 세고 잘난 것들은 똑똑할 필요가 없거든. 당연히 너도 그런 부류일 거라 생각했다. 원래는 시간을 두고 조련 과정을 거치려고 했지."

내가 말 잘듣는 개가 될 때까지 두드려 패려 했단 소리였다.

사람을 길들이는 방법은 다양한 법. 내가 알기로 경찰은 제법 심플한 방법을 선호했다. 한 번쯤 가진 것을 전부 빼앗은 뒤, 생색내듯 다시 돌려주는 방법이었다.

"아무래도 그럴 필요는 없어보이는군. 일을 꼭 충견에게만 맡길 필요는 없다. 마땅한 보수만 준비되어 있다면 유능한 상인에게 맡기는 것도 방법이지. 그렇게 이해해도 되겠나?"
"네, 모쪼록."
"좋아. 이야기가 빠르겠어."

말을 하는 사이 마사지사의 손이 내 어깨와 쇄골을 훑었다. 몸에 열기가 올라 젖꼭지가 곤두섰으나, 지금은 티를 내도 좋을 타이밍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 홍조가 오른 얼굴을 숨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행관은 해야 할 말을 했다.

"한 반년정도 됐나. 평양에서 신종 마약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경찰에선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어차피 신종 마약이란 잊을만할 때마다 나타나는 물건이었다. 어차피 대다수는 실패해서 사장되어 버리기 마련. 성공하면 그때 가서 대응하면 될 문제였다.

콜롬비아의 한 가난뱅이가 마약왕이 된 이래. 어느 마약상이든 한 번쯤은 마약왕의 꿈을 꾸었다. 개꿈이었다. 은 또는 납(plata o plomo)을 모방하던 마약상들은 대부분 이마에 납탄이 박혀 죽었다.

그래. '대부분' 그랬다. 달리 말하자면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평양의 신종 마약은 경찰의 생각보다 강력했다. 한반도에서 마약왕의 출현을 진심으로 걱정해야 할 만큼.

"이름은 엘리시움(Elysium)이라 하더군. 우리 통제 하에 있는 약쟁이들을 써서 샘플을 좀 구해봤다. 예상보다 지독한 물건이었어. 기본적으로는 아주 강력한 각성제인데, 이게 참. 뭐라고 할지. 조금 이상해."

각성제는 인간의 기분을 도취시키고 강력한 쾌감을 누리게 만든다. 동종 업계의 베스트셀러라 할 만한 코카인은 극상의 도취감과 함께 환각을 동반하기도 한다.

엘리시움은 달랐다. 아주 강력한 쾌락을 동반하되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지는 않았다. 환각에 취해 기행을 저지르게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도 더 뚜렷한 집중력, 예민해진 오감을 선사했다.

그렇기에 엘리시움이 주는 쾌락은 다름아닌 전능全能감이었다. 엘리시움을 한 번 맛본 이들은 두 번 다시 다른 마약을 찾지 않았다.

"나는 엘리시움이 신경학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는 모른다. 관심도 없고. 하지만 엘리시움이 아주 잘 팔리는 마약이 되었다는 건 분명하다."
"마약상의 세력이 순식간에 불어났겠군요. 누구인지는 알아냈나요?"
"의심되는 놈들이야 몇 있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정확히 이해했다."

평양의 마약상은 순식간에 성장했다. 그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서 경찰이 미처 대응하지도 못했다. 아니. 대응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건,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경찰은 바보가 아니다. 경찰이 모두 대응하기엔 이 세상의 악이 너무 많을 뿐, 작정하고 찾아내려 하면 대부분 찾아낼 수 있다. 전산화된 시스템과 수십년간의 노하우는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거대 마약조직에는 꾸준히 쁘락치들을 밀어넣고 있고, 곳곳에 빨대를 심어두었다. 아예 몇몇 조직의 보스들은 경찰청장과 거래를 하며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든든한 뒷배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니면 기존 카르텔에서 떨어져 나왔다거나?"
"가장 먼저 의심한 정황이다. 관리중인 모든 카르텔을 들쑤셔 보았지만, 이 놈들은 아니라는 결론만 얻었지. 오히려 놈들이 제일 화가 났더군. 웬 상도덕 없는 자식들 때문에 수익이 반토막이 났다면서 말이야."
"쁘락치는요?"

집행관의 이마가 살짝 꿈틀거렸다. 쁘락치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언더커버 요원들을 보내는 것도 이미 시도해봤다.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요원들은 하루만에 전부 죽었다. 사지를 가지런히 토막내서 선물상자에 넣어 보냈더군."

선물 상자라. 그런 악취미적인 방식을 쓰는 녀석이 하나 있긴 했지.

"흑색은요?"
"뭐야. 네가 그런건 어떻게 알지?"
"다 아는 방법이 있죠. 그런게 중요한 건 아닐 텐데요."
"흑색도 전멸이다. 이틀 걸렸더군. 어떻게 죽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일단 여기까지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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