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에리스의 성배를 파괴하라.
온화하지 않은 말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에리스의 성배······라는 건 도대체―――?
코니는 전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혹시 인쇄되어 있는 글자 쪽에 비밀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눈을 부릅떴지만, 종이 조각에는 이 나라의 기후와 풍토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아마 시청에서 관광객용으로 제작한 소책자 따위일 것이다. 물론, 어디에라도 흔하게 있을 만한 책이다.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 전혀』
스칼렛은 어깨를 움츠렸다.
『 그래도 에리스라는 건 파리스 신화에 있어서의 불화와 분쟁의 여신이야. 한 나라를 멸망에 몰아넣었다고 여겨지는 사신. 참고로 내가 밤놀이할 때의 가명이기도 했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슬쩍 말하고 있지만, 코니의 귀는 제대로 마지막 한 문장을 주워들었다. 뭐야 그거 너무 잘 어울려서 무서워.
코니가 사는 아델바이드라는 나라는, 과거에 대륙을 통일할 뻔 했다고 말하는 거대한 침략국가―――대 파리스 제국의 일개 영토였다. 그것이 천 년 정도 전에 난세의 혼잡을 틈타 독립해, 동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동 파리스 공국으로서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 후, 제국의 약체화를 기회로 건국의 시조인 대공 아마데우스가 새로운 왕을 자칭하고, 국명을 아델바이드라고 고쳤다. 지금부터 수백년 전의 사건이다. 참고로 초대 퍼시발・그레일이 활약한 것도 이 근처이다. 그 때문에 언어는 물론, 문화나 풍습도, 지금은 멸망한 대제국에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파리스 신화도 그 중 하나였다.
『 그리고 성배는, 아마 전승에서 국토에 번영과 축복을 초래한다고 여겨지는 신의 업의 하나네. 원래는 치유의 힘을 가진 풍양의 그릇이라고 전해져』
멸망과 번영. 싸움과 치유. 그 뿐이라면, 마치 양 극단적인 성질을 동시에 가진 거라고 생각된다.
「 그러니까……나쁜 여신님이, 축복을 가져와 준다는 말인가요?」
그러나 그것을 파괴하라니, 이 어찌된 일인가.
스칼렛은 미간을 찌푸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후우, 라며 단념한듯이 한숨을 쉰다.
『 열쇠 쪽은 어때?』
코니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손바닥 위에는 장식 하나 없는 심플한 돌기가 달린 열쇠. 고리 부분에는 P10E3 이라는 열쇠를 복제할 때 쓰는 제품 번호가 각인되어 있었지만, 정작 공방을 가리키는 문장이 없었다. 이래서는 어디의 금고의 열쇠인 것인지, 혹은 그것이 금고 열쇠인지조차 알 수 없다. 사면초가였다.
「 보통으로 생각하면」
코니는 팔짱을 끼면서 신중하게 말을 골라갔다.
「 이 열쇠의 끝에, 에리스의 성배, 라는 것이 있어서, 아마, 그것을 부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통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 그렇죠.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여자는―――보통이 아닌거지』
정말 그 말대로여서, 코니는 마침내 머리를 감싸쥐었다.
◇◇◇
머리를 너무 써서 열이 날 것 같다. 아니 벌써 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피로도 있었겠지만,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오후였다. 햇빛이 스며든다. 무심코 이마에 손을 대었지만 완전히 평소 체온이었다. 이해할 수 없다.
어쩔 방도도 없어 거실에 내려와 뜨거운 홍차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하인들이 분주해졌다.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방문객이 있는 것 같다. 잠시 후 찾아온 것은 마르타다. 어째선지 귀신 같은 형상을 띠고 있고, 가뜩이나 풍채 좋은 몸이 위압감으로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 왜그래, 마르타. 아버님이 또 터무니 없이 성실한 일을 저질렀을 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 실은, 손님이 오셔서요.」
그건 알고 있다. 거기서 코니의 안에서 의문이 생겨났다. 왜 마르타는 코니에게 온 거지? 손님이란 건―――누구야? 왠지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급격하게 입안이 바싹 말라가는 걸 느끼면서, 일단 진정하려고 컵의 가장자리에 입을 댄다.
「 닐・브론슨님이 오셨습니다만」
그 말에, 코니는 머금고 있던 홍차를 힘껏 분출했다. 마르타가 옆에서 얼른 손수건을 내밀어 준다.
「 닐!?」
젖은 목 언저리를 닦으면서 비명을 질렀다.
「 네. 아가씨께 사과하고 싶다, 라고요. 자, 어떻게 할까요. 그 후안무치한 빌어먹을 애송이를 냉큼 내쫓아 버릴까요? 두들겨 패줄까요? 아니면 싹둑 잘라내버릴까요?」
「 선택지가 너무해! 」
라고는 해도, 역시 만나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애초에, 이제 와서 어떤 얼굴을 하고 만나면 좋을까? 사과도 별로 받고 싶지 않다. 사과받더라도, 그의 부정을 알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됐어, 거절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자, 코니의 목소리를 가로막듯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 어머 좋잖아, 만나라구.』
마치 옛 친구에게 인사라도 하러 가라고 하는 듯한 가벼운 말투이다.
( 에에!? )
엉겁결에 비난의 시선을 보냈지만, 당연히 스칼렛이 코니의 시선 정도로 기가 죽을 리도 없다.
『 그치만, 너 아직도 저런 바람둥이를 신경쓰고 있는 거지? 그렇다면 한번 제대로 이야기하는 편이 좋겠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아.』
「 우우」
의외로 진지한 말을 들어버려서, 돌려줄 말도 없다. 스칼렛은 계속했다.
『―――게다가 말야, 아까 옷장을 봤는데, 곧 에밀리아의 야회가 시작될 텐데, 제대로 된 드레스 하나 없잖아. 브론슨 상회는 의류도 다루고 있겠지? 마침 좋은 기회니까, 위자료 대신에 닐・ 브론슨에게 뜯어 내봐.』
이거 마지막에 드레스 받으라는거
일케뜨는데
뭐라고하는게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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