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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15 22: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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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로레인은 사자 머리 장식이 달린 놋쇠 문고리를 문을 향해 톡톡 하고 두드렸다. 잠시 후에 낯익은 시녀―――마르타가 반겨 준다. 바로 준비하고 있던 선물을 내밀었다.


「 산딸기 파이를 가져왔어.」


여섯번째 달(마르스) 의 시기에 밖에 만들 수 없는 로레인가 특제 산딸기 파이는, 파혼당해 낙담하고 있을 친구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려 줬으면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침부터 주방에 틀어박혀서 구웠던 것이다. 그러자 마르타는 멍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 산딸기 파이, 입니까? 하지만, 요전날에도 우리 아가씨께 만들어 주셨던 거죠?」


「 응?」


침묵이 내린다. 마르타의 얼굴이 점차 의아스러운 것으로 바뀌어 간다. 케이트는 「 아아! 」라고소리지르며 손뼉을 탁 쳤다.


「 아, 아아아아아아 그랬네! 그랬었지! 그거네- 깜빡 잊고 있었네―! 그래그래, 코―니―랑 함께 집에서 만들었었지―산딸기 파이! 」


◇◇◇


「―――그래서?」


갓 구운 산딸기 파이를 가져와 준 케이트가, 어딘지 모르게 침착한 시선으로 코니를 보고 온다.


「 나, 어느샌가 코니와 산딸기 파이를 만들었던가?」


버터가 듬뿍 들어간 파이의 생지는 바삭하고 살짝 소금기가 있어, 설탕을 넣어 바짝 졸인 새콤달콤한 산딸기와 잘 어울렸다. 너무 달지도 않고, 너무 느끼하지도 않고,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서, 최종적으로는 언제나 전부 먹어 치우게 되어 버린다. 그런 매혹적인 과자를 앞에 두고 코니는 포크를 입가에 옮기는 손을 멈추고 있었다.


「 아, 아니, 그……」


시선이 헤엄친다. 케이트・로레인은 질렸다는 듯이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경솔한 친구를 일갈했다.


「 변함없이 마무리가 어설퍼! 일단 마르타에겐 전에 왔었다고 말해 두었지만, 믿었는지는 알 수 없어요! 」


「 고마―――」


「 그래서, 무슨 일이야? 사람을 핑계로 사용했다면 당연히 무슨 일인지 가르쳐 주는 거지?」


「 우…」


실은 죄가 없는 고아원의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시녀 옷이 필요했던 것이다ㅡ라고 정직하게 대답할 수 있을 리도 없다. 코니는 얼굴을 경련시키며 필사적으로 변명을 찾았다.


「 저어, 그, 호, 혼자가 되고 싶어서…! 」


나온 것은 믿기지 않을 만큼 허술한 변명이었다. 이건 너무했다. 코니는 절망했다.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어졌다.


「 흐―응.」


케이트가 의심스러운 눈이 되었다. 맞장구에는, 무서울 정도로 감정이 담겨있지 않다.


「 아, 저기 케이트…! 」


다급하게 입을 열었지만, 그러나, 그 뒤로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어쩌지 어쩌지, 하며 경직되고 있자, 크게 한숨을 내쉰 케이트가 침묵을 깼다.


「 괜찮아, 딱히」


그것이 의외로 부드러운 목소리여서 눈동자를 깜빡이자, 케이트・로레인은 곤란한 듯이 눈썹을 내리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폭신폭신한 마론 브라운의 머리와 같은 색의 눈동자에 떠올라 있는 것은 분노도 추궁도 아니고, 그저 이쪽을 염려하는 색이다.


「 코니가 말하고 싶어질 때까지는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 그래도, 뭔가 도움이 필요한 때는 제대로 말하는 거야」


「 케이트…」


미안함과 따뜻함으로 가슴이 벅차다.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서 어금니를 꽉 깨문 코니에게, 케이트는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치켜 올리더니 일부러 밝게 말하는 것이었다.


「 하지만ㅡ 다음은 감싸주지 않을 거니까! 」


◇◇◇


칙칙한 헤이즐넛 빛깔의 머리카락에, 연두색 눈동자.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얼굴.


코니는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을 차분히 관찰한다. 머리를 땋아 올리고, 얇은 화장을 칠하고, 하늘색의 드레스를 입은 콘스탄스・그레일은, 그래도 평소보다 상당히 화려하게 보였다.


『 어떻게든 봐줄 만 하게 되었네』


스칼렛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녀가 저택 안을 뒤집듯이 해서 찾아낸 의상이나 보석은, 마치 맞춤인 듯 코니에게 잘 어울렸다. 시녀에게 맡기고 있던 화장도 오늘은 스칼렛이 말하는 대로다. 파리스 그린(주1)의 가루를 눈꺼풀에 바르고, 볼화장은 평소보다 밝은 색. 그리고, 희미한 립스틱의 위에는 벌꿀을. 이걸로 준비는 갖추어졌다.

(주1: 빅토리아 시대에 자주 사용된, 밝은 청록색 안료. 에메랄드 그린이라고도 함.)


ㅡ오늘 밤, 에밀리아・고드윈의 야회가 개최된다.


「 이런, 상당히 사랑스러워 졌군」


코니가 거실까지 내려오니, 퍼시발=에셀・그레일이 입을 열기가 무섭게 그런 말을 하며, 그 곰 같은 무서운 얼굴을 칠칠치 못하게 무너뜨렸다. 에셀은 그 후 잠시동안 딸을 격찬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먼 눈이 되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그렇게 소극적이었던 네가, 닐・브론슨에게 과감하게 맞서고, 이번에는 솔선해서 야회에 나가고 싶다고 말해줘서…. 상냥하면서도 유연한 강함을 가진 아가씨로 자라줘서 나는… 나는…」


이야기 도중에 감회가 새롭다는 듯 눈시울을 누르면서 훌쩍 고개를 숙여 버리고 만다. 어느새 옆에 온 어머니가 오구오구 하며 큰 등을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코니의 어머니인 아리아・그레일은, 금빛 곱슬 머리에 비취색 눈동자를 한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이쪽은 평소와 인상이 달라진 딸을 보더니, 뺨에 손을 대고, 차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 어머어머. 도는 넘지 말렴」


그것은ㅡ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하고 코니는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아리아는 진의를 읽을 수 없는 온화한 미소를 띄울 뿐이다.


「ㅡ 누님! 」


「 구엑!?」


질풍처럼 배에 뛰어들어 온 것은 퍼시발=레일리였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금빛 곱슬머리와 에메랄드의 눈동자를 가진, 마치 천사처럼 사랑스러운 코니의 동생이다.


올해로 여덟 살이 된 레일리는 반짝 반짝 눈을 빛내며 코니를 올려다 봤다.


「 와아 누님, 오늘은 무척 아름답네요! 」


오늘은, 이라는 건 무슨 의미인 걸까. 조금 의미를 모르겠다. 물론 코니는 숙녀이기 때문에, 뱀이 있다고 알고 있는 수풀을 일부러 찔러 보진 않는다.


ㅡ 어린이란 잔혹한 생물인 것이다.


「 들었어요, 닐・브론슨의 일. 그런 지독한 남자, 맘껏 휘둘러 줬다니 정말 잘했어요! 다음에 만나면 제가 때려주겠어요! 주먹으로! 」


「 으, 으응…」


「 그리고, 빚은 신경쓰지 마세요.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면, 분명 세 여신이 길을 열어 줄 테니까요」


그 말에 코니는 문득 위화감을 느끼고 굳어졌다. --- 지금까지라면.


지금까지의 코니라면, 분명, 그렇네 라며 동조하고 있었을 텐데.


「 누님?」


착한 아이 레일리. 성실한 레일리.


본 적 없는 언니의 표정에 레일리의 얼굴에 불안감이 차올랐다. 번뜩 정신을 차린 코니는 부드러운 곱슬머리를 구깃구깃 헝클어놓으면서 「 아무것도 아니야」 라며 웃어 보였다.


머지않아 마르타가 마차의 도착을 전했다.


『 준비는 됐어, 콘스탄스?』


스칼렛・카스티엘이 노래하듯이 말을 자아낸다. 활짝 열린 문 너머에는 이두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유채 물감으로 두껍게 칠한 것 같은 어둡고 묵직한 하늘이었다. 밤바람이 드레스 자락을 펄럭펄럭 나부꼈다.


스칼렛은 뒤돌아 보더니, 몹시 유쾌한 듯이 입가를 끌어올렸다.


『ㅡ 즐거운 연회의 시작이야』


자수정(아메지스트) 의 두 눈동자는, 마치 그 안쪽에 금광이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빛을 튀기며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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