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경의 다른 권능을 가르쳐주지. 그건 바로 [공희공신(供犧恭神)]라고 하지.”

수없이 많은 동족을 희생물로 바친 이가 이윽고 그 종족을 대표할 수 있는 절대자가 되었을 때, 그 종족이 우러러보던 신과 눈높이를 같이하게 된다. 신조차 겸손해지게 만드는 힘.

“파천. 어쩌면 내 형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놈아. 그만 죽어라.”

파천과 파천황이 상대를 약하게 만들고 지금보다 약하게 만드는, 상대를 한없이 내리까는 그런 포악한 권능이라고 한다면.

공희공신은 절대적인 기준을 나로 두고 그 위의 존재를 완전히 나와 동일한 기준으로 맞춘다. 신과 같이 시선을 마주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는 이어서 바친 희생양으로 하여금 신을 매도하고 깔아뭉개고 타락시키고 더럽힌다. 선량한 신조차 악신으로 물들만큼 잔인무도한 인신공양을 퍼부어 그 신의 가치를 격하시킨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서.

내가 증오하는 원수의 집 앞에 하루에 한 번씩 잔인하게 살해한 개의 시체를 내던져, 주변 사람 모두가 집의 주인이 개를 잔인하게 죽이는 정신이상자로 오해하게끔 만든다.

그것이 공희공신.

신이 되고픈 자가 이미 그 자리를 차지한 신을 격하하고 깔아뭉개기 위해 가진 권능.

서로를 대등하게 만들고 상대를 깔아뭉게면 자신이 신보다 우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