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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28 01: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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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돌프가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온다. 칠흑의 외투가 나부낄 때마다, 연지색의 안감이 선명하게 들여다 보인다. 건드리면 베일 듯이 날카로운 얼굴은, 언제 보아도 도장을 찍은 것처럼 무표정이다.


그 차림은 그야말로 사신이다. 어딘가 남의 일처럼 코니는 생각했다.




◇◇◇




「 혹시 몰라 하나 묻겠지만」


랜돌프 얼스터는 감청색의 두 눈동자를 가늘게 뜨면서, 입을 열었다.


「 이번 인신매매에 관여하고 있었나?」


「… 아뇨」


이 상황에서 믿어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코니는 고개를 저었다.


「 뭐, 그렇겠지. 그것이라면 너를 구속할 필요는 없겠지---」


그러나 뜻밖에도 깨끗이 물러섰기 때문에, 코니는 무심코 랜돌프를 올려다 본다. 그 얼굴에는 역시 어떠한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다.


「 그렇다곤 해도, 우연도 3번 계속되면 필연이다. 슬슬 본심을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않겠나」


아니 무리입니다---코니는 무심코 스칼렛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부루퉁한 표정인 채, 흥, 하고 외면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도망치지 않았던 것을 상당히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것 같다.


「 유감스럽지만, 현재 상태로서는 후작가의 절도로 입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애당초 도둑맞은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고아원에서의 수녀 사칭이나 불법 침입에 관해서는, 아마 상대 쪽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어 할 것이다. 특히 후작은 세간의 체면을 신경 쓴다. 만일 너를 잡는다고 해도 불기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칼렛의 도움을 빌릴 수 없어, 그렇다면, 여기는 코니가 어떻게든 할 수 밖에 없다. 은밀하게 주먹을 움켜쥐고 결의를 다진다. 그러자, 문득 스칼렛의 말이 되살아났다.


「 그래도 전과자가 되는 것은 피하고 싶겠지? 사정을 이야기해 주지 않겠나.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다면, 이쪽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는다. 너에게 있어서도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 버리면 되는 거야.


랜돌프・얼스터의 생가는 리슐리외 공작가---카스티엘가와 비견하는 대 귀족이다. 즉, 돈은, 있다. 코니는 꿀꺽 침을 삼켰다.


물론, 협박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무서운 사람의 약점 따윈 모르고, 애초에 그런 짓을 하면 그 자리에서 베여 살해당해 버릴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교섭은, 가능하지, 않을까.


랜돌프는 사정을 알고 싶어하고 있다. 진실은 말할 수 없어도, 어떻게든 잘 숨겨서----





퍼뜩 깨닫자 랜돌프・얼스터가 눈썹을 찌푸리고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마, 코니가 너무나도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던 탓이겠지.


「…왜 그러나? 소동으로 머리라도 부딪친건가?」


「 아니요, 그, 교, 교, 교…! 」


「 교교교? 유감이군, 역시 머리를---」


걱정하는 듯한 태도에, 코니는 도리도리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후우,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 교, 교섭, 하지 않겠습니까! 」


「… 교섭?」


스칼렛이 놀란 것처럼 눈을 부릅떴다.


코니의 말에, 랜돌프가 턱에 손을대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행동을 한다. 잠시 후에 납득이 간 것처럼 「 아아」 라며 수긍했다.


「 확실히 그레일가에게는 빚이 있었지. 정보를 갖고 싶다면 돈을 내라. 그런건가?」


「 네, 네에…」


들켰어. 바로 들켰어. 코니는 무심코 눈물고인 눈이 되었다.


물론 코니라도, 터무니 없이 뻔뻔스러운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신 각하와의 관계는 더 이상 악화될 곳이 없고, 상대에게 어떻게 여겨지든지, 만에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걸어 보고 싶다---그것이 정직한 심정이었던 것이다. 순살되었지만.


분수를 알아라고 비난받는 걸까. 아니면 구더기를 보는 듯한 눈을 향해지는 것일까.


무서운 예감에 코니는 몸을 움츠렸지만, 랜돌프의 반응은 그 어떤 것과도 달라, 간결하게 승낙했을 뿐이었다.


「 뭐, 그건 별로 상관없지만」


「---네?」


스스로 물어놓고, 얼빠진 소리가 나온다. 뭐야 이 사람.


「 그러나 자네는 빈민가의 정보상 같은 게 아니라 귀족이고…. 한번에 큰 돈이 오가면 여러가지 억측하는 사람도 있을테니까… 어떻게 할까…」


랜돌프는 입가에 손가락을 얹은 채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머지않아 결론이 나온 것 같다.


「 콘스탄스・그레일. 추문을 입을 각오는 되어 있는가?」


그 날카로운 눈빛에 무심코 몸이 굳었지만, 정신을 차려 그 눈을 마주보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런 건, 이제 와서 입니다」


성실을 버린 코니에게 두려워하는 것 따위 없는 것이다. 뭘 요구하더라도 놀라지 않는다. 받아들여 보인다---


「 그런가. 그럼, 가장 빠른 것은---」


부끄럽지만 그런 감상에 젖어 있었으므로, 다음으로 고해진 말에 거의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약혼이군」


「 바라던 바입니다---응?」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무심코 긍정한 다음이었다.


「 그런가, 바라던 바인가. 그럼 그걸로 하자」


「…으응?」


「 물론 시간이 좀 지나면 해지하겠지만. 그러나 이것으로 그레일가는 빚을 갚을 수 있고, 나는 너를 감시하기 위한 명분이 선다. 최선이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타당한 선이겠지」


「…응응응?」


「 아아, 그래. 엘바디아의 고리대금업자에 관한 건이지만」


화제가 바뀌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코니는 따라갈 수가 없다. 증오스러운 악덕 고리대금업자가 다 어쨌다는 거냐.


「 그레일령에서 한 건이 올라왔다. 조금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으니까 이쪽에서 처리를 해두었다. 이것으로 향후 놈들이 강제적인 방법으로 나오는 일은 없겠지. 내친 김에 털어보면 먼지가 나올까 해서 털어 보았는데 특별히 아무것도 나오지는 않았다. 조금 불쌍한 짓을 했군.」


「 그것은, 참으로, 감사합니다…?」


란돌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뭐가 고맙다는거지?」


「 아니… 뭘까요…?」


코니에게도 잘 모르겠다. 감사 운운하는것 보다, 우선, 이 상황이.


「 다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네는 파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는 아내를 잃은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약혼 기간이 다소 길어져도 아무도 이상하게는 생각하지 않겠지. 이쪽에도 사정이 있어서 늘릴 수 있는 만큼 늘려 주면 고맙겠지만, 딱히 강요는 하지 않겠다. 두 번의 약혼 파담은 젊은 영애에게 있어서 틀림없이 추문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었지만, 각오가 있었다면 기우였군」


마치 부하에게 임무 내용을 확인하는 듯한 사무적인 어조였다. 확실히 말의 내용은 틀리지 않았다. 틀리지 않았지만----





뭔가, 다르다.





뭔가, 코니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코니의 뒤에서 스칼렛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 아아 정말, 변함없이 사고가 대각선 위로 가고 있어…! 그러니까 서투른 거야 이 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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