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29

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28 01:50:20
조회 23 추천 0 댓글 5
														



랜돌프가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온다. 칠흑의 외투가 나부낄 때마다, 연지색의 안감이 선명하게 들여다 보인다. 건드리면 베일 듯이 날카로운 얼굴은, 언제 보아도 도장을 찍은 것처럼 무표정이다.


그 차림은 그야말로 사신이다. 어딘가 남의 일처럼 코니는 생각했다.




◇◇◇




「 혹시 몰라 하나 묻겠지만」


랜돌프 얼스터는 감청색의 두 눈동자를 가늘게 뜨면서, 입을 열었다.


「 이번 인신매매에 관여하고 있었나?」


「… 아뇨」


이 상황에서 믿어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코니는 고개를 저었다.


「 뭐, 그렇겠지. 그것이라면 너를 구속할 필요는 없겠지---」


그러나 뜻밖에도 깨끗이 물러섰기 때문에, 코니는 무심코 랜돌프를 올려다 본다. 그 얼굴에는 역시 어떠한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다.


「 그렇다곤 해도, 우연도 3번 계속되면 필연이다. 슬슬 본심을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않겠나」


아니 무리입니다---코니는 무심코 스칼렛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부루퉁한 표정인 채, 흥, 하고 외면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도망치지 않았던 것을 상당히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것 같다.


「 유감스럽지만, 현재 상태로서는 후작가의 절도로 입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애당초 도둑맞은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고아원에서의 수녀 사칭이나 불법 침입에 관해서는, 아마 상대 쪽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어 할 것이다. 특히 후작은 세간의 체면을 신경 쓴다. 만일 너를 잡는다고 해도 불기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칼렛의 도움을 빌릴 수 없어, 그렇다면, 여기는 코니가 어떻게든 할 수 밖에 없다. 은밀하게 주먹을 움켜쥐고 결의를 다진다. 그러자, 문득 스칼렛의 말이 되살아났다.


「 그래도 전과자가 되는 것은 피하고 싶겠지? 사정을 이야기해 주지 않겠나.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다면, 이쪽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는다. 너에게 있어서도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 버리면 되는 거야.


랜돌프・얼스터의 생가는 리슐리외 공작가---카스티엘가와 비견하는 대 귀족이다. 즉, 돈은, 있다. 코니는 꿀꺽 침을 삼켰다.


물론, 협박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무서운 사람의 약점 따윈 모르고, 애초에 그런 짓을 하면 그 자리에서 베여 살해당해 버릴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교섭은, 가능하지, 않을까.


랜돌프는 사정을 알고 싶어하고 있다. 진실은 말할 수 없어도, 어떻게든 잘 숨겨서----





퍼뜩 깨닫자 랜돌프・얼스터가 눈썹을 찌푸리고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마, 코니가 너무나도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던 탓이겠지.


「…왜 그러나? 소동으로 머리라도 부딪친건가?」


「 아니요, 그, 교, 교, 교…! 」


「 교교교? 유감이군, 역시 머리를---」


걱정하는 듯한 태도에, 코니는 도리도리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후우,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 교, 교섭, 하지 않겠습니까! 」


「… 교섭?」


스칼렛이 놀란 것처럼 눈을 부릅떴다.


코니의 말에, 랜돌프가 턱에 손을대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행동을 한다. 잠시 후에 납득이 간 것처럼 「 아아」 라며 수긍했다.


「 확실히 그레일가에게는 빚이 있었지. 정보를 갖고 싶다면 돈을 내라. 그런건가?」


「 네, 네에…」


들켰어. 바로 들켰어. 코니는 무심코 눈물고인 눈이 되었다.


물론 코니라도, 터무니 없이 뻔뻔스러운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신 각하와의 관계는 더 이상 악화될 곳이 없고, 상대에게 어떻게 여겨지든지, 만에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걸어 보고 싶다---그것이 정직한 심정이었던 것이다. 순살되었지만.


분수를 알아라고 비난받는 걸까. 아니면 구더기를 보는 듯한 눈을 향해지는 것일까.


무서운 예감에 코니는 몸을 움츠렸지만, 랜돌프의 반응은 그 어떤 것과도 달라, 간결하게 승낙했을 뿐이었다.


「 뭐, 그건 별로 상관없지만」


「---네?」


스스로 물어놓고, 얼빠진 소리가 나온다. 뭐야 이 사람.


「 그러나 자네는 빈민가의 정보상 같은 게 아니라 귀족이고…. 한번에 큰 돈이 오가면 여러가지 억측하는 사람도 있을테니까… 어떻게 할까…」


랜돌프는 입가에 손가락을 얹은 채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머지않아 결론이 나온 것 같다.


「 콘스탄스・그레일. 추문을 입을 각오는 되어 있는가?」


그 날카로운 눈빛에 무심코 몸이 굳었지만, 정신을 차려 그 눈을 마주보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런 건, 이제 와서 입니다」


성실을 버린 코니에게 두려워하는 것 따위 없는 것이다. 뭘 요구하더라도 놀라지 않는다. 받아들여 보인다---


「 그런가. 그럼, 가장 빠른 것은---」


부끄럽지만 그런 감상에 젖어 있었으므로, 다음으로 고해진 말에 거의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약혼이군」


「 바라던 바입니다---응?」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무심코 긍정한 다음이었다.


「 그런가, 바라던 바인가. 그럼 그걸로 하자」


「…으응?」


「 물론 시간이 좀 지나면 해지하겠지만. 그러나 이것으로 그레일가는 빚을 갚을 수 있고, 나는 너를 감시하기 위한 명분이 선다. 최선이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타당한 선이겠지」


「…응응응?」


「 아아, 그래. 엘바디아의 고리대금업자에 관한 건이지만」


화제가 바뀌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코니는 따라갈 수가 없다. 증오스러운 악덕 고리대금업자가 다 어쨌다는 거냐.


「 그레일령에서 한 건이 올라왔다. 조금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으니까 이쪽에서 처리를 해두었다. 이것으로 향후 놈들이 강제적인 방법으로 나오는 일은 없겠지. 내친 김에 털어보면 먼지가 나올까 해서 털어 보았는데 특별히 아무것도 나오지는 않았다. 조금 불쌍한 짓을 했군.」


「 그것은, 참으로, 감사합니다…?」


란돌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뭐가 고맙다는거지?」


「 아니… 뭘까요…?」


코니에게도 잘 모르겠다. 감사 운운하는것 보다, 우선, 이 상황이.


「 다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네는 파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는 아내를 잃은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약혼 기간이 다소 길어져도 아무도 이상하게는 생각하지 않겠지. 이쪽에도 사정이 있어서 늘릴 수 있는 만큼 늘려 주면 고맙겠지만, 딱히 강요는 하지 않겠다. 두 번의 약혼 파담은 젊은 영애에게 있어서 틀림없이 추문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었지만, 각오가 있었다면 기우였군」


마치 부하에게 임무 내용을 확인하는 듯한 사무적인 어조였다. 확실히 말의 내용은 틀리지 않았다. 틀리지 않았지만----





뭔가, 다르다.





뭔가, 코니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코니의 뒤에서 스칼렛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 아아 정말, 변함없이 사고가 대각선 위로 가고 있어…! 그러니까 서투른 거야 이 남자---! 』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예인하면 더 인기 많을 것 같은 스포츠 스타는? 운영자 24/09/16 - -
619622 그래서 빽보지가 좋은거임 솜털보지가 좋은거임 복슬밀림보지가 좋은거임 [1] ide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41 0
619621 아니 호지털짤 하나가 전캐릭터 뷰지털 대란을 만드네 재미교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42 0
619620 시발 역시 영화 스크린의 픽셀까지 보이는 좆만한 상영관은 망아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9 0
619618 얘는 이것도 갤돌면서 싸지르네 ㅋㅋㅋㅋ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53 0
619617 루시부지털 레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5 0
619616 생각해보면 활주도 나루토 오프닝이라고해도되나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4 0
619615 김해늑시의 손끝에서 탄생한 루시는 어떤 모습일까... [3] 산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52 1
619613 엘프는 장발이 맞는 거 같다 밀크커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8 0
619612 퇴행물 얘기하는거 보니까 좀 마렵네 [2] 수평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48 0
619611 로르텔은? 예니카는? 성녀님은? 샛별슈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2 0
619610 루시가 왜 털이 없냐???????? [1] 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44 0
619609 로르텔 빨간 보지털은 못참지 역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3 0
619605 롤체깐부모드하실분 밤나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0 0
619604 필라2 시발 진짜 존나존나존나존나존나존나 좋았다 [3] 망아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5 0
619603 루지털은 오피셜 박으면서 에추털은 왜 안박음 잗누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6 0
619601 퇴행물에 자주 나오는게 영구제모 크림인데 [1]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624 0
619600 루시는 털은없는데 자궁문신은 있다네요 패스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9 0
619599 대장이 없다는데 무슨 정병오타쿠색기들이..! [2] 유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58 1
619598 전로르텔단임 Lu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6 0
619597 루지털은 정색하면서 아니라 생각했는데 예지털? Ir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5 0
619595 루지털 논란 정리해드리겠음 [3] 역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72 0
619593 머냐 루시일러나온데? [2] 김해늑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61 0
619592 아니 보지털은 고명같은거야;;; ㅇㅇ(1.239) 21.11.29 18 0
619591 무모칠 이 아쎄이의 집에 장난을 실시한다 [2] 피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62 0
619590 ㄴ 지지하는 캐릭이 김샛별식정글뷰지를 가지게됨 SHIRAYU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8 0
619589 산부인과 의사가 말한 초등학생 임신률...jpg ide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58 0
619588 근데 농담없이 애새끼에서 소녀로 변하는걸 표현하는데 [1] 실브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45 3
619587 요즘 버번카운티란 맥주가 미국에서 풀리고 잇더라... [5] 유로지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50 0
619586 누드 코카콜라.jpg [4] 든든허스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83 0
619585 이거 머리색 바꾸면 루시ㄷㄷㄷㄷㄷ 레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7 0
619584 하찮고 귀여우면서 존나 세보이는 구도 [1] ㅈㅅㅋ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33 0
619583 근데 무모증은 병아님?? 뷁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1 0
619582 예니카는 수북한게 맞을지도 수평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0 0
619581 저번주에 본 필라2가 개별로였건건 영화관이 개병신이라서였군 망아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3 0
619580 저 작가 어느 순간부터 배꼽돌파 파기시작하던데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3 0
619578 나루토오프닝은 실루엣이 기억난다. [3]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5 0
619576 출결 아슬아슬한 수업 또 지각했다 하 라티오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6 0
619575 근데 뷰지털로모양내는것중에 이쁜게있긴한가 [4] 재미교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46 0
619574 이년 야동배우냐 꼴리네 ㅇㅇ(110.14) 21.11.29 23 0
619570 슈뢰딩거의 루지털 재앙연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1 0
619568 예니카 1학년 때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된 아니스랑 같이 목욕하는데 샛별슈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4 0
619567 루시 일러 이런거어떰 Lu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3 0
619566 아니 시발 왜 또 호지털 떡밥이야 F6F지옥냥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3 0
619565 호두는 잘 몰겟고 평범한 모락녀들은 뷰지털 잇는게 더 꼴리지 않음? ㅇㅇㅇ(223.39) 21.11.29 15 0
619563 그러면 예니카는 예지털이....! [3] 모하비배달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9 0
619561 보지털이 없단건 맨날 왁싱한단 소리냐 무모증이란 소리냐 [3] ㅇㅇ(223.39) 21.11.29 27 0
619560 호지털도 사실 없음 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2 0
619559 치코리가 영구제모라고 못박은게 아닌한 뷁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26 0
619557 예니카 고향에서 세인트 포와로 축제란게 열린대 유로지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8 0
619556 진짜 겨울이 되어버렸구나 수평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29 1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