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머거리가 아니야! 자네는 그 착혼염라인가 하는 녀석을 왜 살려 보낸 거지? 내가 잘못 들었다고 하지 마! 단지 한 번만 더 휘두르면 보내버릴 녀석을 그냥 놓아주었다고 들었어!"

차가운 말에 유장룡은 입을 딱 벌렸다.

그리고 부드럽게 반박했다. 하지만 음성은 약간 거칠어져 있었다.

"내가 살려보내다니!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녀석은 제 힘으로 살아돌아간 거야! 난 약속했기 때문에 두 번을 칠 수가 없었을 뿐일세!"

냉서한은 다시 웃었다.

지금 유장룡이 하고 있는 말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주면서 웃는 것이다.

그 웃음에 유장룡은 말투를 수그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내가 좀 손을 약하게 쓴 것은 사실이네. 하지만, 난 설마하니 염라인가 어쩌고 하는 놈이 그렇게 입고 다닐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그런 거지. 녀석을 살려보낼 생각으로 그런 것은 아니야. 생각 좀 해보게. 철판이 두 겹에, 철망이 하나. 그리고 아주 질긴 가죽을 두 장이나 받치고 있었다네. 그런데 어떻게 칼을 부러뜨린 여력으로 그걸 다 뚫고 찢겠나?"

냉서한의 웃음이 거두어졌다. 대신 그 얼굴에 약간의 어이없음과 의혹의 눈초리가 자리잡았다.

"뭐야? 그게 사실인가?"

겨우 한숨을 돌린 듯 유장룡은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냉서한은 잠시 침묵했다.

유장룡의 말은 착혼염라가 처음부터 이기려고 온 것이 아니란 뜻이었다. 단지 자신들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시위인 셈이다.

그러나,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시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