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앙!

요란한 소리가 육성패의 손과 황보진청의 주먹이 맞닿는 순간에 울려퍼졌다.

황보정은 좌석에 몸을 있는 대로 누이며 낯을 더욱 찡그렸다.

정직하게 주먹을 내민 놈의 성격은 이미 알고 있는 바였지만 그걸 고스란히 두 손으로 받고 있는 놈은 또 뭐란 말인가?

건너편의 육모화 역시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흔드는 중이었다.

가벼운 웃음이 여기저기서 울려나오기까지 했다.

얼마든지 다른 수법으로 비켜서 공격할 수 있음에도 정면으로 받아낸 육성패나 상대가 받아준다고 그대로 계속 쳐나간 황보진청이나 고집스러운 태도가 아둔해 보인 탓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참관인인 허빙은 바싹 긴장하고 있었다.

저렇게 정직하게 치고 받는다면 지닌 실력을 다 끄집어내는 것도 순식간일 터였고 그것은 유혈로 이어지기 딱 좋은 것이다.

'이 망할 것들이 화기를 존중한다고 하고서 바로 저런 놈들이 기어나오도록 해?'

분명히 모용세가의 직계 계승자가 없으니까 적당히 한 번 시험해보자는 속셈들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올라오기 전에 저런 식으로 해서 안되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켰든가, 아니면 아예 올라가기 전에 집안 어른 허락부터 구해야 한다고 단단히 엄포를 놓아 저렇게 뭘 모르는 녀석들은 아예 출전을 못하게 했을 터였다. 그러지 않고 저렇게 기어올라오게 내버려 두었다는 것은 분명히 허빙의 화를 돋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저렇게 마구잡이로 오르는 것을 적당한 선에서 눌러버리기 위해서는 개최자인 모용세가에서 첫출전하는 사람이 있어야 해싿.

고소월이 죽어버리고 유백당이 매장중인 지금, 가독검을 들고 비어있는 모용가의 가주 자리 뒤에 선 냉천휘가 나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참관인인 허빙도 역시 앞에 나서서 이러쿵 저러쿨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속으로 이를 갈며 나중에 자신을 난처하게 만든 대가를 치루게 해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