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여기에서 죽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고민할 만한 문제가 아니지."

"쏠 수 있어? 커피 속에 가라앉아 있던 권총이라고."

"요즘의 권총은 진흙탕 속에서 30분 담가놔도 그대로 꺼내서 쏠 수 있다. 물에 젖은 정도로 총알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이런 게 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본인의 사고방식이지."

에카는 말하면서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카미조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을 뻔 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그리고.

딸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이상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총구에서 총알이 튀어나오지도 않았다.

안전장치가 걸려 있는 것이 아니었다. 총알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두번 세번 방아쇠를 당기며 망연자실해하는 에카의 눈앞에서 카미조는 오른쪽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는 말했다.

"열 팽창이라고 알아?"

"?!"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카미조의 주먹이 날아갔다. 쿵!! 하는 둔탁한 감촉이 에카의 얼굴에서부터 전체로 확산되었다.

그래도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카미조는 왼쪽 주먹도 쥐었다.

"아까 그 덕트랑 마찬가지야. 물체는 가열하면 부피가 변하지!"

얻어맞은 에카의 머리가 뒤로 흔들렸다.

"총의 부품도 마찬가지야! 뜨거운 물에 잠겨 있으면 세세한 부품 한두개는 일그러지고 말겠지!!!"

계속해서 내질러진 카미조의 오른 주먹이 이번에야 말로 에카의 몸을 쓰러뜨렸다.

후우, 카미조는 숨을 내쉬었다.

원래 총기는 화약을 파열시킴으로서 그 작은 폭풍을 이용해 총알을 발사한다.

100발이나 200발을 계속 쏘면 과열될 수 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열에 강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평범하게 총을 쏘는 것만으로는 뜨거워지지 않는 장소'는 약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좀 거시기 하네 다시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