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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도) 오카자키에게 바친다 감상

STG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25 17:46:04
조회 55 추천 0 댓글 3

슬픈 이야기를 웃기게 쓰면 더더욱 슬퍼진다. 


이건 그냥 단순한 대조의 테크닉에 불과하다. '너의 이름은' 주인공들의 사랑은 그들이 공간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강조된다. '로미오와 줄리엣' 주인공들의 사랑은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제약의 크기에 비례해서 강조된다. 최서해 소설 '탈출기'의 주인공은 혁명에 투신하기 위해 가족을 방기한다. 이는 가족에 대한 무관심이나 냉혈한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다. 가족애를 통해 혁명 투신의 필연성을 강조하고, 혁명 투신의 필연성을 통해 가족애를 다시 강조하는 역설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창작자의 입장에서, 특히 자전적인 이야기를 쓰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이런 테크닉을 구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는, 자신이 겪은 일을 자신이 아니라 제3자의 입장에서 관조하듯이 내려다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신이 품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 그것이 분노, 우울, 자괴, 공포, 그 무엇이든 간에 그 부정적인 감정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 웃긴 척 하는 것. 이것은 쉽지 않다. 많이 쉽지 않은 일이다.


시니컬하게 말하면, 결국 부정적인 일들을 주로 겪은 건 오카자키 씨이지 작가 본인이 아니지 않느냐, 작가 당신이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했어도 이런 식으로 만화를 그렸을까... 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책은 작가 본인이 과거의 기억들을 정직하게 마주본 결과물일 것이리라고 믿는다.


아마도 키도 아저씨는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사다리에서도 자전적인 만화들이 꽤 있었고(오카자키, 음주가무연구소, 매일이소투성이) 만갤에서 번역하고 있는 만화의 길도 후지코 후지오 콤비의 자전적 이야기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오카자키를 읽으며 떠올리게 된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조금만 쓰겠다.


나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태어나 5살 무렵에 xx구로 이사를 했다. 자취를 하고 있는 지금도 부모님은 여전히 xx구에 살고 계신다. 부모님이 여전히 살고 계신 xx구의 그 아파트는 내게 있어서 그나마 고향과 가장 비슷한 곳이다.


xx구는 최근 몇년 사이에 갑자기 급격한 정치적 격돌의 중심지가 되었다.


때문에 꽤나 읽을만한 글쟁이들이 xx구에 대해 평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가끔씩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xx구 출신 기자가 쓴 글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그 글은 xx구의 정체성을 소셜 믹스에서 찾았다. 내가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과 비슷해서 반가웠다.


원래 사대문 안쪽 지역만을 의미하는 단어였던 서울은, 일제 시기와 박정희 시기를 거치며 점점 확대되었다. xx구는 가장 마지막의 마지막에 서울로 편입된 지역이었다. 이런 지역이 대게 그렇듯이, xx구는 전통적으로 끝없이 이어진 달동네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이 바뀐 것은 지하철과 재개발이었다. 지하철이 뚫리며 강남 접근성이 몹시 증가했고, 출퇴근하는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늘었다. 이 시기에 이모가 집근처로 이사를 와서 잠시 살았던 기억이 난다. 꼭 강남이 아니더라도 xx구 근처에는 사교육으로 유명한 부촌이 존재해서 나쁘지 않은 학군이었다.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어서 땅값이 내릴 일도 거의 없었다. 때문에, 강남이나 기타 부촌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적인 상위 중산층들이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나쁘지 않은 곳이 되었다.


때문에 내가 다시 xx구를 찾아가더라도 그곳에 남아있는 내 친구들은 거의 없다. 사실 떠나지 않았더라도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사람들이지만.


그래서 xx구 출신의 그 기자는 지역적 정체성으로서의 소셜 믹스를 예찬하며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이런 저런 논란들을 비웃었다. 과연. 그 기자분을 사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글에서 스스로 이야기하신 바와 같이 계층을 뛰어넘어 오래 유지되는 끈끈한 우정을 맺으셨다면, 상당히 부러운 일이다.


내가 겪은 소셜 믹스의 과정은 별로 아름답지 못했다.


여기서부터는 정말로 내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적어야 하니까 말을 줄이겠다. 다만 내가 꽤나 좋아하는 편이었던 동남아 혼혈과 경계성 지능 두 친구들이 별로 좋지 못한 교우관계를 가졌다는 점만 언급하고 싶다. 말하자면 그 둘은 야마모토를 만나지 못한 오카자키인 셈이 되겠지. 


소셜믹스의 사회적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긍부정을 논할 정도로 소셜믹스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 과정은 몹시 힘들고, 가끔은 폭력적이기 까지 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오카자키에게 바친다'를 읽으면서 계속해서 생각난 것은 내 어린 날들, 그리고 별로 아름답지 못했던 소셜 믹스의 과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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