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왜 벌써부터 패배자 흉내를 내지?

죽으려면 한참 남았는데 왜 벌써부터 패배자 흉내를 내지?앱에서 작성

망아지

2024.07.26 07:59:27

조회 31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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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이 많이 망가진 모양이군요. 눈이 확 풀린 모양이 영 아닌데."

주전웅은 픽 웃으며 그 말에 대꾸해 주었다.

"그럼에도 조수인 공자는 자신이 자켜야 할 것을 외면하지 않고 반드시 지키지. 도망치지 않고, 두려워 하지도 않아. 그리고....... 의심하지도 않고 말이야."

양진청은 물끄러미 주전웅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망가진 폐인으로 이제 다 틀렸다고 생각했을 때, 풍채좋고 몸집이 탱탱한 주전웅이 그를 구해주었다. 지금처럼 바싹 마르고 가냘픈 서생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의 주전웅이었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듯하군요. 아직 숨을 쉬고 있는데 벌써 그만 둘 참인가, 숨이 멎기 전에는 가는데까지 가보는 게 삶이 아니던가, 죽으려면 한참 멀었는데 왜 벌써 패배자 흉내를 내지, 패배자가 되어 죽고 싶다면 먼저 남은 숨결마저 다 소진하는 게 어떤가....... 뭐 그런 소리였지요. 기억나십니까?"

주전웅은 물끄러미 쳐다보며 양진청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대답했다.

"기억하네."

양진청이 말했다.

"아직 팔팔 하신 모양이니 다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지요. 전 돈을 받았으니 일을 해야 하거든요. 아, 그런데 고용주가 이 모양인데 돈이 나오긴 나오는 걸까?"

마지막 소리를 혼잣말처럼 되뇌이며 양진청은 천천히 양노대에게 다가갔다.

주전웅은 호연강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가장 큰 고통이 되었던 것은 자신이 가장 신뢰했던 호연강에게 배반당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호연강이 다시 그 앞에 돌아와 '오해'를 사죄하고 있었다. 그런데 묘한 일이었다. 주전웅은 사죄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를 패죽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의 손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움직일 줄 몰랐다.

- 난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될 거야!

그 모든 것이 무너졌음에도 조수인은 아직 자신의 꿈에 매달리고 있었다. 설혹 그렇게 해서 영원히 꿈만 꾸게 될런지는 몰라도 그는 꿈을 꿀 것이라는 점이 불현듯 주전웅의 마음 속에 떠올랐다.

"가세. 지금 이 자리는 우리가 머물기에는 과분한 자리야."

주전웅은 조용히 호연강에게 말하고 수림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자신에게 새롭게 생긴 일을 처리하고 나면, 어쩌면 그는 다시 한번 서생 이림이 되어 조수인의 엉뚱한 여행에 동반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외면하고 있기만 하면 그는 여전히 '주전웅'과 '이림' 사이를 오가며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주전웅은 결심을 하고 호연강과 더불어 아무 소리도 남기지 않고 떠나 버렸다.

물론 그렇게 가는 그에게 누구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경쓰기에는 모두 바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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