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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만 잔뜩 도배해놧네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12 10:24:11
조회 47 추천 0 댓글 0

[밖에서는 처음으로 뵙네요, 어머님.]


우악스럽게 폭주하며 도경을 몰아치던 리카조차 지금의 예림에게는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병실 속에 앉거나 누워 있는 예림에게는 어쩔 수 없는 무기력함이 깃들어 있다. 자신의 지속 자체가 어떤 식으로든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몸을 덜 쓰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무의식적인 자기검열. 내가 또 뭔가 도움 안 되는 말이라도 했나, 싶은 마음까지 함께 곁들여지며 그녀는 대체로 준원이나 리카와의 갈등에서 스스로를 굽히곤 했다.


“리카야, 난 네가 날 어머님이라고 부르라고 한 적이 없단다. 사실 누구한테도 그렇게 부르라고 한 적 없지. 하지만 네가 그렇게 부르는 걸 굳이 뭐라 하지도 않았단다. 뭐라고 하는 순간, 그럼 너와 준원이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볼 것 같아서, 그 대답을 최대한 유예하고 싶었거든.”


[그럼, 지금은 대답하실 수 있다는 건가요? 어떻게 되는 거죠?]


“팔려나간 데릴사위지. 네 위대한 백정 집안의 가세가 두려워 차마 입 한 번 뻥끗할 수 없던 이 초라한 어미가, 고난 끝에 정말 결국 이 길 뿐인 건가, 하고 말리지도 못하고 넘겨버린 가엾은 아이를 데려간 고약한 년이야.”


[제가 준원이를 선택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애도 저를 선택했어요. 보통 사람은 저를 그만큼 매혹시키지도 못하고, 애초에 그런 상황에서 저를 찾아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 애는 저처럼 방송의 세계에 살고 있는 주민에 더 가깝다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야만족 암컷과 다르게 그 애는 천주의 그 누구보다도 더욱 더 디지털 세계의 기계에 가까운 존재인데, 바로 눈앞에 그 기계의 말단이 있어도 그게 무언가 큰 것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조차 해보신 적 없으시겠죠. 아예 느껴본 적도 없으니까!]


“내 눈에 보이는 건 그저 진물을 흘리며 몸을 비트는 불그스름한 고깃덩이에 파묻힌 채 의식을 잃고 작게 숨소리만 내고 있는 우리 애 밖에 없어. 그 고깃덩이가 우리 애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 같긴 하구나, 굳이 더 따지자면. 그 고통이 우리 애를 위대하게 만들어주겠니? 우리 애를 부품으로 삼은 무언가를 위대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나는 벗겨진 가죽을 입고 있는 사람이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그 가죽과 본디 주인이 위대해졌다는 말을 웃으며 들어줄 수는 없단다, 얘야.”


[모든 게 빈곤한 곳에서 왔으니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거죠. 천주는 반대로 모든 게 풍족해요. 뭘 만들어내도 그건 이미 어디에나 있는 거고, 심지어 저렴하죠. 특별하지 않으면, 다른 그 어떤 것과도 구별되지 않으면 그 다음 관문을 통과할 수도 없다고요. 아무도 자기가 살고 있는 집에 박혀 있는 금속 코팅과 그 안의 살 덩어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관심 없다고요, 그게 무너져 내리지만 않으면! 이 방송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많은 사람들이 방송 전까지의 일에 관심이나 있을까요? 어머니께서는 지금의 삶을 만족하는 법을 전혀 모르시네요.]


“관심이 없으면 그냥 그대로……”


[관심이 모이지 않는 곳에서는 돈이 빠져나가요. 관심이 모이는 곳으로는 돈이 들어와요. 돈은 상대적인 거라 어딘가에서 직접 빼오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불리면서 가만히 고여 있는 관심 밖의 영역을 계속 빈곤하게 만든다고요. 왜 늘 새로운 걸 계속 발표하는지 몰라서 그래요? 새롭지 않으면 이제 이게 더 싸지길 원한다고요, 시간이 지나서 진부해졌으니까. 그럼 이제 그건 터무니없이 싼 필수품 정도나 되거나, 그저 가만히 있으면서 양심도 없이 비싼 값을 받아쳐먹는 날도둑이 되겠죠. 아아, 정말, 생각해봐요, 어머니. 준원이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그런 이야기는 한참 전부터 만들어졌다. 마치 예전에 본 드라마 스토리 같네요, 그거 재밌었죠. 요즘도 이런 사기로 돈을 읅어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니 참 담대하네. 하지만 최소한 그 이야기가 처음 듣는 특이한 이야기라도 했으면 이제 신기하게도 진실성이 생길 수 있죠. 어디서 듣고 지어낸 이야기는 아니겠는걸? 하면서. 우리의 삶에도 감가상각이 적용된다는 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다니까!]


“내 말을 끝까지 들어라, 얘야. 네가 이 긴 말을 내 눈앞에서 내뱉고 있었다면 네 따귀라도 때렸을 거야. 네가 그걸 좋아하는 만큼 내 말을 똑똑히 들었겠지. 준원이는 좀 더 가혹했어야 해. 고통을 원한다면 그 고통이 스스로를 한정하는 데에 쓰인다는 것도 알려줬어야지, 안 그러니? 아니, 대답하지 마렴. 어차피 네가 하는 이야기는 오늘부로 내게도, 준원이에게도 아무런 가치가 없을 테니까. 네 말이 맞아. 그래, 천주에서는 그렇지 않겠지. 천주에서는 내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준원이도 이 넘쳐나는 공기를 두고 매일 몇 시간이고 숨이나 참고 있었는데 그거 참 신기한 일 아니겠니?”


[세상에나, 어머님도 결국 저 멍청한 테러범이랑 다를 게 없네요. 이 불만족스러운 삶의 모든 게 천주의 문제다. 글쎄요, 제 뒤에 위대한 고기의 가문이 버티고 있다고 하셨지만 사실 제 뒤에 있는 건 탄소랍니다. 제 몸을 갈아넣든 어머님의 몸을 갈아넣든 성분은 크게 다르지도 않고, 이 탄소의 가문에서 저와 어머님은 멀지만 충분히 피가 섞인 친척이나 다름없거든요. 제가 사람처럼 생긴 게 싫으신 건가요? 웃기지도 않는 반짝반짝 빛나는 핑크색 머리를 휘날리며 준원이에게 입을 맞추는 게? 그럼 이제는 거대한 산소 포집 식물기계 리카를 만나보실까요? 어머님께서 계시던 마을에서는 저주받은 나무라고 했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드높은 하늘을 떠도는 해면체 구름 아래에서 살고 싶으셨던 건가요?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 주인이 바뀌겠죠. 언제는 이 건물을 손으로 삼는 금융기계가, 또 언제는 무한한 녹조류의 어머니께서 또 하나의 수집품을 수납장에 넣곤 그걸 보며 내 이름이 어쩌면 구름기계였을지도 몰라, 하고 자기 이름을 스스로 짓고자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모두가 최소한 저랑 닮지는 않았겠네요. 만족하시나요? 만족하셔야죠.]


“나는 천주의 양육소에서 자라나지도 않았고, 부드러운 기계로 태어나지도 않았어. 앞으로 살 날도 그리 길지 않고, 병원에서 나와서 이 유독한 공기를 담뿍 마시며 땀을 잔뜩 흘리고 있으니 그나마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내가 사는 마을이 좋은 곳도 아니었고, 준원이의 아버지 되던 사람도 순박하지만 미래는 없었어. 배운 게 뭐가 있겠니, 그 촌구석에서? 내가 배운 몇 가지가 그나마 이 애를 데리고 나올 수 있게 도와줬지만, 네 말마따나 내가 움직여온 건 사실 별로 없구나. 사람 몸뚱이 하나로 그리 멀리 갈 수 있을리가 없지. 하지만 최소한 그런 내가 배운 몇 가지 중에서 지금 도움이 될 만한 경구가 하나 있구나. 너도 들으면 무척이나 뜻깊을지도 모르겠어. 누구나 자기가 제일 아프다고 생각하는 구석으로 남을 공격하며, 상대도 자기와 비슷한 고통을 느낄 거라고 여긴다는 거지. 상처를 건드리면 따가운 건 다 비슷하니까. 내가 만족해야 한다고, 왜 만족스럽지 않냐고 계속 물어보는구나. 너는 만족스럽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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