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부터 단둘이 되면 위험한 소리를 해대곤 하는 여동생이지만, 그 날 밤의 목소리에는 유독 진지하고 애달픈 열기가 섞여 있었다.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부모님이 받아온 위스키 봉봉을 평범한 초콜릿인줄 알고 8개나 먹어 치운 상태였다나.
술이라곤 평생 마셔본 적도 없는데다 체구도 자그마한 녀석이니, 그야 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테지.
"응? 오빠... 그렇게 그 2차원 여자애들이 좋냐구우"
생각해보면 이 녀석이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긴 했다.
초점 없이 흔들리는 멍한 눈동자.
불안정하고 뜨거운 호흡.
은은하게 풍기는 달콤한 위스키의 향기──
그 미묘한 변화에, 오빠로서 조금 더 일찍 눈치챘다면 좋았으련만.
유감스럽게도 전날 발매된 미연시의 공략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내게, 갑작스레 방에 찾아온 누이의 용태를 살필 여유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새삼스러운 질문이군, 동생이여... 너도 알고 있을텐데. 나는 신의 손으로 빚어진 존재에게 인간의 이상(理想)을 요구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아. 처음부터 남성의 욕망을 위해 설계되고 창조된 2D세계의 소녀들만이, 나의 행복을 위한 유일하고도 완전한 해답이다"
"...흐응..."
게임 화면에서 눈을 떼지조차 않은 채, 나는 언제나처럼 담담한 말투로 답했다.
내 논리정연한 대답을 들은 여동생이 반쯤 뜬 눈으로 볼을 부풀리는 모습은,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충분히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부우. 나도 오빠가 바라는 일 정도는, 뭐든지 해줄 수 있는데"
"그런가. 그렇다면 지금 바로 방에서 나가주면 좋겠군. 이제 곧 중요한 장면이 나올 것 같아서 말이지"
"에~ 그치만 오늘 처음으로 오빠랑 얘기하는 건데... 조금만 더 같이 이야기 해주면 안돼...?"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키리하쨩과의 첫 데이트 약속이 있다. 아마 이번 이벤트를 기점으로 루트가 크게 분기 될 테니, 되도록이면 감정의 흐름을 끊기고 싶지 않아"
그것이 가족과의 시시한 잡담 때문이라면 더더욱 말이지.
평소 같으면 이쯤에서 대화는 끝난다. 잔뜩 삐진 여동생의 "뭐냐구 뭐냐구 이 바보오빠 내가 기껏..." 하는 볼멘 소리와 함께 말이다.
더 이상 할 말은 없으니 어여 나가라는 의미로, 훠이훠이 흔든 왼손.
그런 내 손을──어느샌가 바로 등 뒤까지 다가온 여동생의 작은 두 손이, 상냥하게 붙잡았다.
"... ...저기, 알고 있어? 오빠..."
"음...?"
지금부터 자신이 할 행동에 긴장한듯 작게 떨리는 목소리.
이어서 손바닥 전체에 느껴지는──정체불명의 몰캉한 감촉.
그제서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나는, 오늘 처음으로 화면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마주보았다.
"...혀, 현실의 여자아이는, 이렇게나 부드럽고 따뜻하다구...?"
"..."
곧바로 보인 것은, 뒤늦게 찾아온 부끄러움 때문인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나를 빤히 바라보는 여동생의 얼굴.
조금 시선을 내리자 보인 것은, 여동생 자신의 손에 이끌려 반쯤 벗겨진 그녀의 파자마 속에 들어가 있는... 나의 왼손이었다.
...참고로 속옷은 입지 않은 채였다. 적어도 위쪽은.
"..."
"... ...저, 저기... 오빠"
"..."
"... ... ...그... ...가, 감상은...? 앗...!!"
살짝 손을 움직여 주물러보자, 곧바로 작은 경련과 함께 뜨거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일본 사이즈표를 기준으로 70B 정도인가. ...과연. 성장했군.
하지만 여동생의 사이즈를 알아도 생각까지 알 수는 없었다.
단순히 관심받고 싶다는 오기에서 나온 돌발행동인가. 아니면 내가 아싸라서 모를 뿐,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런 불건전한 장난이 유행하고 있는 것인가.
만일 후자라면 말세가 따로 없다.
썩어도 오라비 되는 자로써, 나쁜 친구들에게 잘못된 놀이를 배워 온 여동생에게는 따끔한 벌을 줄 필요가 있겠다고──나는 생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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