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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증명) 단상문

짭타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15 02:08:20
조회 22 추천 0 댓글 1

이것은 아마도 감상이라기보다는 제의 민낯에 대한 회고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저자의 책을 여러 권 읽고서 느낀 것은 저와 묘하게 닮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테면 저는 폭죽이 터지는 것을 즐거이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오빠 얌전히 있을 거지?

으응…….


이런 통제와 구속하에서

목이졸리는것마냥, 나른함에 찌들어서, 정신이 파편처럼 흩날리고 있는데


그걸 한줌한줌 끌어모아서, 빠져나가고

사람을 히죽히죽거리면서 괴롭히다가


폭죽처럼 터져나가는 희열과 함께 제 다리를 갈아버리서는


억압과 고통과 기분좋음과 헐떡임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여서, 그 전부가 전혀 구분되지 않는 그 아찔한 그 상태에 대한 감각이


구속하는 사람도

내 다리를 갈아버린사람도


내 인생도

모조리 엉망진창으로 되어가는게


정말로 모에萌え한거아니냐고...

그러니까 나는 싹이 움트는 것과萌え 불타오르는 것을 燃える 그 다른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없는게 좋아서


누군가가 삶의 탄생을 암시하는 행동에서 죽음을 느낄 때, 이 세상에 있는 어느 누군가는 죽음을 암시하는 행동에서 삶을 느낀다고


그러니까 제가 전적으로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제게는 그것을 이해할 회로가 있어서.

지금까지 저와 등장인물 사이에 놓인 간격을 오해해왔고, 또한 제가 느끼기에 등장인물이 묘하게 평범하고 생각한 까닭을 알지 못했습니다.


등장인물의 고통을 아주 조금만 변주한다면..


타인의 눈알을 뽑아내길 원하기.

일도 하지 않고 집안에 틀어박혀서, 놀이에 빠지기.


그러니까 이 두 가지 일 사이에는 겹쳐질 수 없는 차이가 있는데…. 정상이라고 간주되는 것을 원점으로 두고 본다면 이 두 가지는 어쨌거나 서로 겹쳐질 일도, 어느 것이 원점에 더 가깝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건, 어느 시대에도 기꺼이 받아들여질 이유는 없다는 것만은 유사하리라 생각합니다. 후자는 어느 정도는 멀쩡함과 교점이 있지만, 어쨌거나 사회에서 기꺼이 받아들여질 이유는 없다는 점에서요.


그러니까 이것은 이 두 가지가 원점에서 얼마나 가까우냐라거나, 혹은 그 두 가지가 얼마나 다르냐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어를 쓰는 사람과 일본어를 쓰는 사람, 그리고 영어를 쓰는 사람의 사이에 놓인 차이와 같이 명백히 영토가 분할된 것에 대한 문제라고,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오타쿠라는 것을 밝히는 것은 어떠한 사람에게는 자신이 무직전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밝히는 것과 같을 텐데, 그 무직전생은 이하 생략.)


그러니까 이런 후천적인 기질과, 본질적인 제 성격이 뒤섞여서 크게 오해를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들어왔던 이야기들은 승인 욕구에 기반해서 사회에서 녹아내리는 이야기에 가깝지, 결코 그 바깥으로 뛰쳐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이것은 사람과 사회의 이야기지, 단순히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이와 반대되는 예시로 떠올린 것이 악의 교전 같은 소설인데, 저는 이러한 타입의 주인공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일종의 상징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 또한 이런 방식으로 기호화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이러한 종류의 사람들의 전반적인 특징이라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이들은 승인 욕구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결여되어 있기에-혹은 승인 욕구가 개인의 욕구보다도 현저하게 우선순위가 낮기 때문에- 승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필요한 도덕률에 대한 민감도가 타인보다도 현저하게 떨어지고...


민감도가 떨어진 결과, 결과적으로는 도덕을 인지할 지능이 떨어지는데, 작중 인물과는 달리 도덕이 없다고 딱히 대수학적 지능이 올라간 것도 아닌...


이건 욕인데


아무튼 그런 본인을 마주보게 된... 그런...


그런 소설이었읍니다...


수치스럽기도 하고, 이래저래 착잡하기도 했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뭐 그런 게 아닐까용.


이 나이 처먹고 도덕적 민감도가 다시 올라갈 것도 아니고, 오타쿠짓을 그만둘 것도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가졌던 본질을 뒤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19


재미는 분명히 있고, 주인공이 승인 욕구와 마주보는 장면은 이러저런 감상을 느끼기에 충분하게 때문에 한번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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