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이 오늘자 넷플릭스 1위를 했기에 밤 중에 맥주를 까면서 재밌게 시청을 했다.
뭐 술먹으면서 봤는데도 꽤나 볼만 했다. 취해야 볼 수 있는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아래 리뷰는 상당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 시청 주의
나는 깡패가 나오는 영화를 싫어했다. 뭐 있지 않은가. 협객, 의리, 등 그런 것을 강조하면서 범죄자(혹은 그에 준하는 소득수단을 가진)들을 미화하는 영화 따위 보고 있으면 불쾌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조폭 미화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조폭 느와르라기에는 그 주축이 조폭에 물들지 않는 순수한 소년의 저항에 있다. 소년은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조폭계에 발을 들이지만, 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껴 큰 일을 망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스스로의 손으로 자신의 보스를 살해하고 도망까지 가는 신세가 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 속에 남은 감정은 기시감이었다.
물론 내가 조폭이라는 것은 아니고, 그저 조직관리의 방식과 그 파국에 이르는 수순에 대한 감상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었다.
본 작에서 주인공은 18살인데, 우연히 작은 고리대금 조직의 젊은 사장의 눈에 들어 그 길에 빠지게 된다.
비오는 날 조폭의 대장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돈을 벌게 해달라며 부탁하고, 조직의 보스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장면.
그저 몸뚱이만으로 취뽀를 성공하는 그 모습은 여느덧 많은 장르에서 나오는 장면이지만, 나는 거기서부터 뭔가 삐걱거림을 느꼈다.
왜냐면 뽑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면접 없이 면접 룩도 엉망인 상태로 갑자기 야밤에 사무소로 온다는 점에서 면접 점수 마이너스 1점
인사담당자가 아닌 바로 CEO에게 찾아간다는 점에서 조직구성 이해점수 마이너스 1점
취업을 보는데 비에 젖은 츄리닝과 모자차림으로 간다는 점에서 면접 룩 점수 마이너스 1점
동네 편의점이라도 이런 식으로 면접 보면 떨어진다.
이력서 하나 없이 들어온 그가 면접에서 성공하고 금융회사(고리대금업은 유명한 금융업이다)에 취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그 소년이 가정폭력에 의해 와꾸에 난 칼자국.
그 보스가 상처를 보고 동정심을 느꼈기 때문이다.(여기서 보스는 명명백백한 헤테로임을 확실하게 해두자.)
이후 조직의 보스인 치건은 조직 내 no.2인 승무에게 막내의 교육을 맡기게 된다.
여기서 또 조직 내 인사관리 실패가 드러나는 시점이다.
막내의 교육은 조직 내의 말단에게 시켜야 한다. 삼성 전자에 입사한 사원이 말단 부서에서 대리에게 업무 교육을 받지 않고, 노태문에게 직접 관리를 받는다고 하자. 조직 내 분위기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나 승무는 일단 보스를 모시는 입장이기에 막내를 직접 데리고 다니며 1타 강사 지리는 수준의 업무 인수인계를 해나간다. 하나하나 대충 알려주는 것 없이 모르면 때로 벌을 주고, 거기에 자기만 아는 디테일한 스킬마저 전수한다.
보통 굿캅 배드캅이라 하던가.
조직 내에서 보스인 치건이 굿 캅이라면 승무는 배드캅의 역할을 맡은 것처럼 보였다.
식사 시간에 큰형님(치건의 조직과 같은 소조직을 수십개 관리하는 도시의 흑막)의 주최 식사에서 수 많은 선배와 큰형님의 식사 시작 전에 먼저 매운탕의 고기를 먹기 시작했을 때가 그러하다.
조직의 보스로서 그런 일에 책임을 지는 치건은 달리 뭐라 지적하지 않는다. no.2인 승무가 나서서 숟가락을 빼앗으며 미쳤냐? 큰형님이 아직 숟가락을 안뜨셨잖아! 라며 타이른다.
치건은 이 일로 불려나가서 큰형님에게 고개를 숙여서 아직 애라서 뭘 모른다 용서해달라 라며 간청하기까지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막내는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조직이 망하겠구나 싶었다.
막내는 정상적인 인사행정으로 채용된 인재가 아니며, no.2인 승무에게 작업에 대한 교육은 받았으나 보통 말하는 워크 에식(work ethic)에 대한 교육은 전무했던 탓이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막내의 교육 장면이다.
막내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업무상 있어선 안될 사고를 치자, 조직의 보스인 치건과 승무는 어쩔 수 없이 본가를 방문하여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방 안에서 막내의 교육을 하는 모습에서,
결국 교육을 받기 싫다 투정을 부리는 막내가 너무 귀여웠는지, 조직의 보스인 치건은 워크 에식의 주입을 멈추고.
결국 막내의 손톱을 뽑는 게 아니라 자기의 손톱을 뽑으며 사고의 처벌을 없애기로 한다.
이런 꼴을 보다못한 조직의 no.2인 승무는 막내의 부탁을 하나 들어주면서 귀여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 요구에도 선이 있으니 자중해달라...며 막내를 조금 엄하게 타이르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막내는 조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향을 꾸준히 보였으나, 조직의 보스나 no2가 보기에는 그저 젊은 신입의 방황이며 금세 적응할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그것은 파국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본 작품에서 큰형님이라는 도시의 흑막은 하나의 꿈을 가지고 있다.
낡은 도시의 변경을 재개발을 통해서 다시 짓고, 인프라를 확충하며, 조직에 큰 이득을 얻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 자신이 잘 아는 동생에게 부탁하여 국회의원 출마를 부탁하고, 온갖 더러운 처리를 해가며 동생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기위해서 물심양면을 다한다.
심지어 거대 야권 인사에게 뇌물까지 바치면서 동생의 앞길을 뚫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그 꿈은 동생의 국회의원 출마자의 포기선언으로 완전한 좌초를 맞이한다.
이를데 없는 분노로 잠시 이성을 잃어버린 큰형님은 막내에게 칼을 들려서 그 동생을 죽이게 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결국 동생의 살려달라는 호소와 눈물어린 낚시하러가요 라는 애원에 어쩔 수 없이 여러 조건을 달아 동생을 용서한다.
그동안 준 돈과 다리 하나. 막내는 처음 해보는 일임에도(상급자의 지도가 일절 없었다.) 잘 해낸 뒤 돈을 가지고 복귀하는데.
영화 중간에 있었던 트러블로 인해 보복을 당하며 돈을 잃어버리고, 본인도 큰 부상을 당하게 된다.
정신을 잃어 연락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조직의 큰형님은 막내가 배신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큰형님은 또 다시 이성을 잠시 잃어버리고, 막내의 손을 절단하는 게 좋겠다며 치건을 어르고 사라진다.
치건은 이후 사건의 전말을 오해한 막내의 연락과 울먹거림에
승무가 막내를 조졌구나.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승무는 내가 한 게 아니라며 호소하며 논리적으로 응대하지만, 이미 회사사랑 막내사랑에 미친 치건의 눈에는 막내를 직장내괴롭힘으로 못살게 구는 꼰대에 불과했다.
잠시 분노의 처벌 이후 치건은 막내를 불러 다시 잘 대화로 풀려고 한다.
그러나 결국 막내의 이성을 잃은 잠시의 반항으로 치건은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승무는 회사꼴이 나락으로 갔음을 짐작하고 얼탱이가 나가서 막내를 그냥 보내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조직관리의 실패 요인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정상적인 인사행정과 인재채용, 주기적인 워크 에식의 교육과 위계 질서의 확립.
이것이 사라진다면 잘 쌓인 조직도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음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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