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국군에는 부사관으로 이뤄진 특수부대가 있다.

수색, 요인 암살, 인질구출, 주요시설 폭파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의 명칭은 육군 특수전사령부.

한국군이 영토에서 활동한 횟수는 적지만 훈련받은 뒤 해외로 나가는 일을 적지 않다.

특수부대원 김진성은 파병 임무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다.

부대로 복귀한 군인이 상관에게 보고를 올리는 것은 상식이었다.

하지만 진성의 상관은 한국 전쟁을 겪은 화석들과 연줄이 있는 엘리트이며 본인 또한 국내에서 접대 골프나 치는 무기력한 지휘부와 다르게 한국군의 미래를 생각하는 진짜 군인이었다.

그래서 진성은 상관에게 보고를 올릴 때마다 피곤하다는 감상을 느꼈다.

똑똑.

지휘관이 머무는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무뚝뚝한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고 눈동자는 무쇠를 베어낼 듯 날카로웠다.

면담 형식의 보고는 21세기에 어울리지 않지만 상관은 현장에서 돌아온 부하의 상태를 보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겼다.

거수경례를 올리고 복귀하는 수송기 안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떠올린다.

상관의 눈은 진성을 향해 있었고 진성은 뇌 안쪽이 스캔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중동 지역에 관한 보고가 끝나고 상관의 눈빛이 거둬진다.

“좋다, 이제 쉬어도 좋아.”

“중사 김진성, 생활관으로 복귀하겠습니다.”

집무실을 벗어나자 긴장감이 풀리며 담배 한 모금이 간절했다.

부대원들이 있는 생활관으로 돌아온 뒤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세면장으로 향했다.

진성은 상관을 마주할 때마다 피로감을 느꼈는데 지금까지는 상관의 고지식함 때문이라 여겼지만 사실은 상관이 쌓아올린 커리어와 국군에 가지고 있는 사상이 그와 같기 때문이었다.

‘김산본 상사님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알몸으로 어께에 수건 하나 걸치고 세면장의 문을 열었다.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머리를 식힐 생각이었는데 눈앞에 대초원이 펼쳐졌다.

“여긴 도대체 어디냐?”

진성은 이세계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