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이 자식아...!!! 재미 운운하는 걸 보면 네게는 명확한 욕구나 목적이 있겠지! 그럼 그 목적은 뭐지?! 다른 마왕들이 그랬듯이 제멋대로이고 자기중심적인 이유가 네게도 있겠지! 아닌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요이는 모든 것을 걸고 물었다.
그건 자기 뜻대로, 마음내키는 대로 살아온 남자의 마지막 규탄이었다.
"가령... 가령 파괴활동이 네 목적이라면 그거면 족해. 서로의 욕심을 견주고 싸운 끝에 패한 거라면 납득도 할 수 있어. ─하지만 넌 달라! 이만큼 신나게 싸우고 이만큼 파괴해도 너는 만족하지 않겠지! 그럼 네 목적은, 욕구는─정의는 어디에 있지!!!"
오장육부에서 흐르는 피도 무시하고 이자요이는 소리쳤다. 그러지 않으면 도저히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이 마왕은 후에 분명히 모형정원의 세계를 엉망으로 파괴하겠지.
거대한 나무의 뿌리도, 경계벽에 있는 황혼의 도시도, '노 네임'의 본부가 있는 적막한 마을도.
─지켜내지 못한 것은 솔직히 분하다.
그래도 상대가 의사 없는 폭력이라면 체념할 수도 있었다. 폭풍처럼, 해일처럼, 벼락처럼, 세계의 모두에 평등하게 쏟아지는 거라면 나았다.
하지만 이 삼두룡은 달랐다. 그것들을 짓밟으면서도 달성해야할 목적과 의사가 있을 터이다.
"사카마키 이자요이... 인생 최후의 문답이다. 대답해, 마왕 아지 다카하. 그 등에 짋어진 '악'이란 글자의 참뜻을...!!!!"
흑사병의 마왕이 태양의 복수를 바라듯이. 흡혈귀의 마왕이 일족의 숙청을 바라듯이.
마왕 중의 마왕이라 일컬어지는 삼두룡에게 그 이유를, 그 참뜻을 물었다.
「내 정의를 묻는가....」
질리지 않게 유쾌한 인간이라며 삼두룡은 웃었다. 마지막 문답이라는 그 결투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세 개의 머리와 여섯개의 눈은 각각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모습은 이형의 괴물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장엄하게 느껴졌다.
「이 몸은 오늘까지 시야에 들어온 모든 것을 분쇄하였다. 생명을, 도시를, 문명을, 사회를, 번영을, 질서를, 범죄를, 사회악을, 만연하는 정의와 사악을 족족, 폭풍처럼, 해일처럼, 벼락처럼, 세계의 전부에 일체 차이 없이 이빨을 드러내었다. 다만 나는─'재앙'이 아니다. 재앙밖에 이룰 수 없는 파괴를 일개 의사, 일개 생명체로서 충동에 따라 행하는 자. ─그것은 이미 재앙이라 부를 수 없다. 세계가 하나로 뭉쳐 맞서야 할 거대한 악이다. 고로 내 몸, 내 '악'이라는 글자야말로 모든 영웅영걸이 도달하는 마지막 산봉우리...!」
삼두룡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붉은 천에 '악'이라 새겨진 깃발이 사납게 휘날렸다.
유일무이한 그 글자를 짊어진 마왕은 세 쌍의 눈동자와 여섯 개의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넘어서라─내 시체 위야말로 정의다...!!!」
언젠가 누군가가 빛나는 검으로 마왕을 친다.
자신의 죽음을 '정의의 승리'에 바친다.
선악의 이원론, 징벌해야할 원초의 시련으로 삼두룡은 세계 그 자체에 버티고 섰다.
"...그런가. 그런 건가."+
이자요이는 힘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는 방금전까지의 투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생명을 쥐어 짜내 토해 낸 문답은 물러섬 없는 각오에 박살 났다.
─자신의 삶으로 악을 보이고, 자신의 죽음으로 선을 쌓는다.
상반되고 반발할 터인 이원론을 그 처절한 생애로 말한다.
등에 짊어진 '악'이란 글자는 약속된 종말까지 계속 싸우겠다는 각오. 권선징악에서 결코 도망치지 않겠다는 물러섬 없는 증거나 다름없다. 부여받은 교의를 망설임 없이 다하려는 괴물의 등에는 신앙을 한 몸에 짊어진 성인들과 똑같이 존귀한 빛이 있었다.
"흥... 졌군, 졌어. 논파해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당했어. 제길. 설전에서까지 지다니, 진짜 꼴사납군."
하지만 그거면 된다. 원하던 답은 얻었다. 찾던 것도 발견했다.
계속, 계속, 모형정원에 소환된 뒤로 계속해서 찾았던 최고의 보물.
지금 당장 꺼지려 하는 모든 생명을 주먹에 모아서 이자요이는 기쁘게 내달렸다.
"네가...네가 마왕인가, 아지 다카하───!!!"
이미 수는 없다. 하지만 두렵지도 않다. 있는 것은 그저 끊어질 만치 고동치는 가슴뿐.
신들의 모형정원을 적수공권으로 내달린 소년은 자신의 모든 것을 움켜쥐고서 마지막 산봉우리를 향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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