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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13 18: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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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달키안이?」


란돌프는 건네받은 검은 테두리의 편지지를 대충 훑어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린다.


「 과연, 우스꽝스러운 내용이다. 이런 종잇조각에 강제력은 없고, 구태여 상대할 필요는 없을 거다.」


그렇게 말하며 거절했다. 그러나 방 구석에서 미안하다는 듯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코니를 깨닫자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낮게 신음했다.


「……참가하는거군.」


「 아니, 그, 거절하는 것도 모가 난다고나 할까……거기에 스칼렛에 대해서도 뭔가 알아낼지도 모르니까,요.」


무심코 변명 같은 말을 늘어놓고 만다. 란돌프는 한숨을 쉬면서 수중의 정보를 확인하고, 한층 더 미간의 주름을 깊게 했다.


「 날짜는 7월(디아나) 의 윗줄기의 다섯 번째 마디―――모레가 아닌가. 어째서 좀 더 빨리 말하지 않는건가.」


「……응?」


「5일은 통상 정책국의 국장과 면회하기로 되어 있다. 적어도 1주일만 빨랐으면 조정할 수 있었는데……」


「……으응?」


전해들은 내용에, 코니는 눈을 깜빡였다. 즉 그건―――


「 혹시, 따라와 주실 생각이었어요?」


「 혹시가 아니라, 그렇게 할 생각이었지만」


진지한 얼굴로 단언되어 버려, 돌려줄 말이 없어졌다. 란돌프는 작게 탄식하더니, 편지지를 테이블에 도로 내려놓았다.


「 참가하지 않는다, 라는 선택지는 없는 거겠지?」


「 네……」


왠지 똑바로 설 수 없는 기분이되어서, 자연스레 등이 굽어간다. 확실히 위험한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스칼렛의 죽음의 진상에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역시 참가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혼자가 아니다. 스칼렛이 붙어 있다.


「……데보라・달키안은 교활한 여자다. 그녀의 수법은 스칼렛・카스티엘과는 성질이 다르다.」


마치 코니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한 발언에, 무심코 얼굴을 들었다. 그러나 곧게 뻗은 푸른 눈동자가 코니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어색해져서 스칼렛에게 시선을 향하면, 그녀는 란돌프의 말을 부정하는 일 없이, 그저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쩌면, 하고. 코니는 얼굴을 경직시켰다.


어쩌면, 뭔가, 터무니없는 선택을 해 버린 것은 아닐까.


형언할 수 없는 불안에 습격당하고 있자니, 란돌프가 타이르는 듯한 시선으로 코니를 다짐시켰다.


「 알겠나, 조심하는거다.」


「 네에……」


어쩐지 정신이 몽롱해져 온다. 이대로 누워서 쉬어 버리고 싶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 것이 해결돼있지 않을까.


「 자, 슬슬 마중이 올 무렵이다. 준비는 괜찮은가?」


「……마중?」


의미를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란돌프는 신기한 듯 눈을 깜박였다.


「……편지를 보내 두었을 것이지만……」


―――편지?


「 핫……! 」


코니는 숨을 삼키고 황급히 뷰로에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 우뚝 서있는 것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우편물의 산, 산, 산―――


데보라・달키안으로부터의 초대장에 정신이 팔려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던, 말없는 소식의 바다가, 거기에는 있었다.


「……저어」


식은땀이 흐른다. 왜냐하면, 반드시, 있다.


분명, 저 안에, 있다.


란돌프는 콘스탄스와 봉투의 산을 천천히 비교해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 확실히 대답은 없었지만. 아마 그쪽도 바빴겠,구나.」


「 죄송합니다아아아아아! 」


어떻게 생각해도 코니가 나쁘다. 코니는 전광석화의 속도로 정확히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란돌프가 조금 곤란한 듯이 눈썹을 찌푸린다.


「……실은, 지금부터 사람과 만나게 되어 있는 거다. 오래된 친구가 어디선가 약혼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서. 부디 약혼자를 보고 싶다고. 괜찮은가?」


물론이다―――라고말하고 싶은 곳이지만, 걱정거리가 하나. 란돌프・얼스터를 일부러 호출할 수 있는 인물이란 대체 누구인가. 솔직히, 싫은 예감 밖에 들지 않는다.


「……참고로 어디에서?」


조심조심 물어보면, 시원스럽게 대답이 되돌아 온다.


「 엘바이트다」


「 엘, 바이, 트……?」


「 아아, 엘바이트지만……」


순식간에 경직되어가는 코니를 보고, 란돌프가 신기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 어머어머』


그때까지 흥미 없다는 듯 턱을 괴고 있던 스칼렛이 사뿐히 날아올랐다. 그리고 아직도 굳어있는 코니의 쪽을 돌아보고, 즐거운 듯이, 입가를 끌어올린다.


『 겨우 저 '음험'을 만날 수 있겠네』


엘바이트―――엘바이트 궁전. 코니의 기억이 맞다면, 거기는, 소문이 자자한 왕태자 부부가 사는 고귀한 별궁의 이름이다.





◇◇◇






금장식과 진홍색의 커튼을 기조로 한 쓸데없이 긴 복도형의 알현실에서, 콘스탄스・그레일은 납작 엎드려 있었다. 머리 위에는 조각상처럼 정교하고 거대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고, 그 위의 천장에는 화려한 세 여신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커튼과 마찬가지로 윤기 있는 진홍의 비로드 융단으로 싸인 호사스러운 옥좌에 앉은 그 사람은, 조용히 목소리를 냈다.


「―――고개를 들거라」


명해지는 대로 고개를 들면, 거기에는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의 선이 가는 미모의 주인이 미소짓고 있었다.


「 그대가, 콘스탄스・그레일인가」


스칼렛・카스티엘의 전 약혼자이자, 숱한 장애를 극복하고 자작 영애인 세실리아・류제와 영원의 사랑을 맹세하는 것으로 일약 귀족 영애들의 동경의 대상이 된 제 1왕자 엔리케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 계단 높은 옥좌에서 코니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잠깐 동안 선명한 적자색의 눈동자가 살짝 방황하다가, 말을 멈춘다.


「……그렇군, 으음, 뭐랄까, 그―――」


『 깜짝 놀랄 정도로 평범하지?』


스칼렛이 말을 이어받았지만, 코니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하고 무표정인 채 엔리케를 바라보았다. 계속 응시했다. 침묵이 흐른다. 엔리케가 살그머니 코니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이유는 전혀 모르겠다.


「 그래. 세실리아가 곧 올 것 같은데―――」


전하는 갑자기 무릎 위에서 손뼉을 치더니, 느닷없이 화제를 바꾸기 시작했다. 역시, 왠지 전혀 눈이 마주치지 않는다. 코니가 진지한 얼굴인 채로 고개를 기울이고 있자, 어디선가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려 왔다. 누군가가 서둘러 달려 온다―――그런 소리다. 「 아, 왔군 」 이라고 엔리케가 아무 표정 없이 중얼거렸다.


「 늦어서, 미안해―――! 」


이어서 뛰어들어 온 것은 등까지 흐르는 걸쭉한 꿀 같은 머리카락에, 반짝반짝 하고 빛나는 장밋빛의 눈동자. 부드럽게 뻗은 팔다리에, 깜짝 놀랄 정도로 사랑스러운 얼굴. 코니는 무심코 눈을 크게 떴다.


「―――란디! 」


세실리아 왕태자비는, 코니의 옆에 있던 약혼자님을 눈치채고, 활짝 얼굴을 빛냈다. 무심코 넋을 잃어 버릴 듯한 순수한 표정이다. 그러나, 어째선지 그 보석 같은 미소를 받는 란돌프・얼스터는 해로운 짐승이라도 보는 듯한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 만나고 싶었어―! 」


활짝 만면의 미소를 짓고 양팔을 벌려 껴안으려는 왕태자비를 재주 좋게 피하고는, 란돌프는 말없이 그녀를 흘겨봤다. 해로운 짐승이, 해충으로 격하되었다. 그 시선의 차가움에 코니는 전율한다. 각하 무서워 초 무서워. 하지만 왕태자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기색으로 이번에는 코니 쪽으로 돌아섰다. 순간, 큰 장미빛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진다.


「 우와 의외! 소박! 귀여워―! 」


―――귀여워, 라고?


코니는 다시 눈을 부릅떴다. 혹시, 이 사람, 굉장히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무심코 그런 것을 생각하고 말았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 방금, 절대 칭찬한 게 아니야. 』 라고 듣고 정신을 차렸다.


―――왕족답게 옥좌에 앉지도 않고, 코니의 옆에서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맞춰오는 세실리아 왕태자비는 몹시 천진난만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사랑스럽다는 단어는, 분명, 이런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왠지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왕태자비는 방글방글 미소 지은 채로 란돌프 쪽을 쿡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코니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 저어, 이 사람 말야. 정말 무섭게 보이고, 실제로 정말로 무섭지만, 거기에 바보처럼 근면하고 쓸데없이 엄격하고 전혀 웃지 않지만 말이지, 그래도 아마 분명 본바탕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부탁할게, 정나미 떨어지지 말아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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