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애정을 갈구하는 모양이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곧바로 머릿속에서 지웠다. 누나와 할머니가 키워준 기간이 길긴 하지만, 부모님이 바쁘긴 했지만, 분명 사랑은 받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요즘 부모 사랑 좀 부족하게 자란 아이가 한둘이던가. 그런 것으로는 충분한 개성도 이유도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체질이겠지. 내가 태어나기를 유당불내증으로 태어나 고생한 것처럼 애정불내증이라 받은 애정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계속 새로운 애정을 갈구하는 것이다. 나쁜 점이라면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이 있다. 유치원생 때엔 모두를 껴안는 것으로, 초등학생 때엔 오지랖으로 나타난 특성이다. 중학생 때부터는 사랑받고자 구축한 착한 페르소나가 깨어졌다. 사춘기로 찾아온 감정기복과 친구의 자48살이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지금까지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은 내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바꾸기에 충분했다. 초등학생 때도 울며 밤을 지새우곤 했지만 중학교 2학년 말부터의 감각은 조금 달랐다. 더 이상 내 곁에 하나님같은 편의주의적인 존재가 없게 되었으니, 오로지 나 스스로 견뎌내야만 했다. 그리고 아주 긴 시간동안 나는 현실을 마주하기를 거부했다. 어떻게든 세상이 내게 편리하게 돌아가줄 것이라는 유아론적 사고방식을 방패삼아 나 자신을 현실로부터 가렸다. 그러나, 이제는 결국 매서운 현실을 마주해야 할 때가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