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기 몇 가구나 사는지 아시는 분?"

어느 무인이 칼에 낀 지방을 닦아내며 대답했다.

"글쎄, 대강 이 주변만 해도 수백 수천은 되지 않겠습니까?"

위대하신 황제 폐하의 잔혹한 복수에 동참했던 무인들은, 방금 자신들이 손수 해낸 학살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무인들은 사회봉사도 할 겸 조폭이나 마피아 대여섯 명 정도는 오체분시를 해본 경험이 다반사인 인종인 탓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도, 마도황의 다음 발언에는 무덤덤할 수 없었다.

"많군요. 그런 그네들은 대체 이 일 벌어지는 동안 대체 뭐 했을까요." "예?"

"대체 뭐 했을까요. 구경? 낮잠? 코 후비면서 볼일 보기? 만화책? 판타지 소설? TV? 컴퓨터? 어닭질?…… 뭐가 됐든 불쾌합니다."

마도황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인들 역시 따라서 고개를 들어올렸다.

기대했던 푸른 하늘은 온데간데 없었다. 저 스모그는 보통의 스모그가 아니라 요새 발명된 신물질에 의한 것이다.

그런 그것이 평상시 수도 바로 위까지 분포해있지는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것은 회색 하늘인 따름이었다.

마도황의 입에서 장문이 흘러나왔다.

"죄인에겐 정화의 불꽃을."

죄인에겐 화형장의 불꽃을.

"불꽃은 죄를 한줌 재로 만든다."

불탄 죄인은 한줌 재가 된다.

"재는 재로."

더해서, 먼지는 먼지로……. 마력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후로도 마도황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은 계속 이어졌다.

마도황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했던 무인들은 그제야 그게 마법 구사를 위한 영창이었음을 알아챘다. 이에 무인들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대마법사의 상징은 하위 주문의 무영창, 그러니까 마법 주문 없이 자신에게 만만한 마법을 발현하는 것이다. 또한 대마법사에게 만만한 마법이란 건 이 세상의 거의 모든 마법을 말하는 것이고, 그 범주에 속하지 못한 것은 전설에 몇 번 모습을 드러내는 그런 류의 것들뿐이다.

그러니 대마법사라 불리는 어르신이 길게 주문을 외울 경우엔 둘 중 하나를 택해야한다. 무슨 수를 써서든 마법사를 멈추게 하거나, 아니면 필사적인 도주를…… 분명 주문을 다 외운 후에는 자연재해에 필적하는 현상이 펼쳐질 것이므로.

그리고 마도황은 마법의 시조다.

무인들이 물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여전히 영창 중인 모양인지 마도황은 그 물음에 따로 답하진 않았다. 대신 표정이 이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보면 모르냐. 복수하고 있잖아?>

그 의미가 너무 명백했기에 무인들은 기겁해선 고함쳤다.

"일반 시민들입니다! 폐하의 백성들이란 말입니다. 그들에겐 죄가 없어요! 죄가 있다면 그건 겨우 방관했다는 것일뿐입니다!"

"……끝내 알게 되리라. 억압자, 살인자, 배신자. 이들과 방관자는 동급이더라."

이것으로 한참을 이어졌던 마법 영창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