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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을 팝니다 감상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09 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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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여러 가지로 착잡한 기분이 들었던 책이다. 현직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처럼 극단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 대통령은 꽤나 자주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에서 최소 잠정적 보류, 최대 부정적인 쪽으로 손을 들어주곤 했다. 이는 물론 실제로 미국 대중에게 환경 문제가 복합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인데, <침묵의 봄>이 유명했던 시기-린든 대통령 재임기-나 오존층 파괴 문제 관련 등 대중적인 관심사 및 의견이 모일 때엔 환경 문제에 대해 다른 때처럼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러나 저러나 미국 정치는 진정으로 대중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는 끔찍한 민주주의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뜻은 결코 단순한 혼란이 아니다. 위기에 봉착한 민주주의가 일반적으로 '편향된' 랜덤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대중 차원에서의 혼란스러운 지식은 다분히 의도적인 결과다. 사실이 분명해진 안건이 있을 때, 이 사실로 인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어떤 식으로 개입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당연하기도 하지만.


이야기는 담배 회사에서 시작된다. 담배의 유해성이 학계에서 진지하게 다뤄지며 폐암과의 연관성을 실험하던 연구원들은 1953년, 타르를 쥐의 등에 발라 종양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며 담배와 암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증명하였고 이후 여러 사례 대조 연구 등이 이어졌으며, 대중적으로도 떠들썩하게 보도되었다. 당연하게도 담배 판매량의 감소가 이어졌으며, 대형 담배 회사의 중역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담배산업연구위원회TIRC를 만들어 학계의 보도에 대처했다. 당시 담배의 유해성이 어느 수준까지 증명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애매하다. 학계에서도 폐암과 담배 사이의 연결고리가 그 정도로 밀접하지는 않으며, 담배보다는 유전적 요인이 더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이들 역시 있었다. 담배 회사는 이런 연구원을 포섭할 수 있었고, 담배의 유해성을 보도하는 학계에 반박하는 연구를 맡기곤 했다. 점차 그 사실을 반박하기 어려워질 때에는 연결고리가 빈약하다는 주장을 버리고 유해성이 그리 심하지 않아 무시할 수 있는 정도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믿을 수 없이 논란 가득한 유해성 주장으로 인해 정부가 개인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가짜 과학'과의 싸움은 이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대체로 비슷한 방식으로 흘러갔다. 현재 산업에 불리한 연구 결과가 나오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럼 이 연구 결과를 직접 반박하거나, 연구 과정에서 고려된 다른 요인을 조명하거나, 과학 연구원의 불순한 동기를 폭로하거나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갈등을 일으킨다. 언론은 서로 다른 쪽의 의견을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명목으로 기각된 가설을 다루며 해당 연구 결과가 현재 논쟁 중이라는 인상을 주며, 이 언제 바뀔지 모를 불안한 결과로 인해 불필요한 세수 낭비나 자유 규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중을 설득한다. 가짜 과학은 생각 이상으로 정치 및 사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는데, 이 가짜 과학 지식 유포의 선두에 나섰던 여러 과학자는 대체로 냉전 시기에 방산 업체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보이다가, 사회주의 진영과의 싸움에 나서기 위해 레이건 정권 때 집결하는가 하면, 모든 종류의 산업적 병폐가 시장의 손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도록 최대한 정부 및 대중에게 새로운 과학 지식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곤 했다. 이들은 자신의 전공 영역에서 손을 떼고, 전혀 모르는 영역에서 연구조차 하지 않은 가짜 과학을 단언하며 언론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평범한 과학자를 문제적인 사람으로 몰아붙였다. 가짜 과학의 군단은 자본주의 버전의 사회주의 이론가와도 같았다. 


<의혹을 팝니다>는 담배의 유독성에서 시작해, 레이건 시절 소위 '스타 워즈'라고 부르던 우주적인 미사일 방위 체계의 유효성을 억지로 옹호하던 사례, 산성비, 오존 홀, 간접흡연, 지구 온난화, 그리고 DDT의 유독성이 과장되었다는 비교적 최근의 논란까지 다루고 있다.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으면-저자들이 굳이 숨기지도 않다보니-몇 번이고 비슷한 인사가 서로 다른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얼굴을 내비추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분야에서 무언가 결론을 내릴 수 있을리가 없다. 이들 역시 처음에는 나름대로 학계의 '좌편향' 혹은 과도하게 대중 영합적인 보도-예를 들어, 칼 세이건이 핵겨울에 대해 저술한 자료가 정확성보다는 선동적인 묵시록에 치중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에 대응하고자 연구를 진행했겠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를 보면 어쨌든 이들의 노고는 냉전의 종막이 자본주의라는 '이념'에게도 끝을 내렸어야 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사상에 매몰되어 뻔한 진실을-참 얄궂게도, 이 사람들은 본디 유능한 연구원이기에 많은 내용을 실제로 알고 있고, 어떨 때는 그걸 내부적으로 인정하기도 한다-무시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어떻게 좋게 볼 수 있을까? 책을 마무리하는 두 인용이 이를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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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구원 외적으로 가짜 과학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가장 많이 받는 이들도 있다. 경제학자다. 여기서 비판받는 학자 중 한 명의 책을 예전에 읽어본 적이 있는데(<기후카지노>) 이에 대한 내 생각은 복합적이다. 물론, 엄밀히 말해서 지구 온난화는 다른 모든 환경 문제와 달리 매우 근본적이고 여러 학자가 현실적으로 지적하듯 탈-탄소는 거의 불가능하다. (석유는 에너지뿐 아니라 산업 사회의 온갖 재료와 엮여 있으며, 원자력 정도가 아니면 그 에너지를 대체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니 현대 산업 사회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경제학자가 낼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은 아마 이 책에서의 결론과 비슷할 테다. 최대한 현재의 이득을 줄이고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를 국제적 거래 대상으로 만들며 언젠가 다가올 머나먼 파국보다는 현재의 경제를 좀 더 걱정하며......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현대의 신학의 자리를 차지한 경제학자는 자신의 불완전한 학문과 이 끔찍한 부정적 외부 효과를 체계 내의 언어로 설명해야만 하며,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가 그리 풍자되었듯 시장 실패에 대한 현대 경제학 버전의 신정론을 펼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되, 그런 자리에 놓이게 된 것에 대한 약간의 동정심을 갖고 있다. 감상에서도 썼듯, 현대인인 우리가 읽어야 한다면 어차피 이런 중립적인 책을 읽어야 할 테니까.


P. S. 일론 머스크가 추천했던 책 목록에도 이 책이 들어 있던데, 현재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사이의 밀월 관계를 생각하면 참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P. S. S. 보고서를 왜곡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최종 결정본을 정하는 자리에서, 전체 내용과는 영 딴판의 요약 및 종합을 덧붙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있든 아니든 본체는 읽지 않으니 말이다. 어쩌면 AI로 장문 요약을 시키는 시대에 와서야 비로소 그런 종류의 조작이 통하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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