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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거운 비평 얘기하니 이 글이 생각나는ㄷ앱에서 작성

이상한_누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5 14:51:35
조회 105 추천 0 댓글 8

2. 경제적인, 너무나 경제적인 동물


▲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아즈마 히로키 지음, 이은미 옮김, 문학동네 펴냄). ⓒ문학동네
예컨대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은 오타쿠 문화계를 다루고 있는 책으로, 이 책에서는 언급되고 분석되는 일본의 서브컬처들은 이쪽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는 정말이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하지만 국내의 고급 독자들은 그런 분석에는 관심이 없고 추상적인 차원에서 아즈마가 말하는 논리만을 절취, 일반화하여 현대 사회를 분석하는 이론적 틀로 사용하는 데에 전혀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책이 그렇지만 결론 자체는 매우 헐거운 옷과 같아서 누구에게 걸쳐도 그럴듯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식의 수용은 확실히 경제적으로 보입니다. 그 책이 분석하는 대상에는 관심이 없고 분석 후 결론만은 습득하여 활용하는 방식. 하지만 그것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지 않고 다성성, 대화주의 운운하며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뭐고 현대 세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쩌고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이제까지 수많은 사상서와 이론서가 번역되고 학습되었지만, 이렇다 할 이론서나 사상서 한 권 생산되지 못하고 여전히 번역, 학습, 활용이라는 틀을 맴돌며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용 글이나 시효성이 짧은 선정적인 글만 생산된 것은 바로 이런 경제적인 수용 방식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자면, 한국의 문학 전공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죄르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식민지 시절부터 오늘까지 누누이 언급되고 인용되었던 이 책은 그러나 항상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었던가?"라는 첫 부분만 암송되고 기껏해야 "소설이란 부르주아 시대의 서사시다" 정도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제1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소설의 이론>은 총 2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근대 소설의 전개에 대한 서술과 대표작(<돈키호테>, <감정 교육>,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 그리고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등)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는 제2부는 거의 읽히지도 않고 또 이야기되고 있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냥 '별이 빛나는', '부르주아 시대의 서사시'하면 다 되는 것입니다. 한국의 문학 전공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책이 이 정도이니 다른 책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평론가들이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을 읽고 "그것 포스트모던 시대의 동물화인데, 왜 있잖아 코제브가 말한…, 스노비즘이 뭔지 아나? 운운" 하는 식으로 쉽게(상식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하겠습니다.

​쉽게 이해되고 활용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호환성이 높게 변형된다는 것인데, 호환성이 높다는 것은 그 자리에 다른 것이 와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꼭 아즈마 히로키의 논의일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호출되는 것은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유행하는) 이론가라는 이유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같은 이야기라고 해도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질릴 정도로 써먹은 푸코나 들뢰즈를 들먹이는 것은 아무래도 식상하니까요. 물론 푸코, 들뢰즈라 하더라도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문헌들(프랑스에서 최근에 발굴되거나 출간된)이라면, 희소성이 있으니까 슬쩍 언급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요.

​한국어판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의 뒷 표지를 보면 빨간 글씨로 크게 "포스트모던 시대에 사람들은 동물화한다"라고 씌어 있는데, 사실 이것이 정확히 우리가 이 책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책 어디에서도 아즈마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가 분석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 사회이고, 그것도 '오타쿠'라는 집단을 통해서입니다. ​물론 그런 분석이 모든 사회에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성을 띨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분석 대상을 충분히 검토하고, 비교 분석이라는 한 단계를 더 거친 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개별 분석에서 보편적인 이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하나 이상의 또 다른 개별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독자들은 미소녀 게임, 캐릭터 모에 분석에서 느닷없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류의 특성을 규정하는 것으로 나아갑니다.​ 중간 항이 빠진 이런 독서 내지 그에 기반을 둔 비평을 저는 '세카이계 독서(비평)'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를 마냥 비난하고 싶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포스트모던의 시대에는 사람만이 아니라 독서나 비평도 동물화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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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유투브 독갤 이글루스 트위터 이곳저곳에 넘쳐나는 예술에서 현대인과 현대사회의 징후 발견하려 드는 헐거운 비평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을 정확히 긁어주는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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