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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앱에서 작성

회복의개같은노예카츠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6 20: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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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영애, 키쇼인 레이카의 첫 번째 눈물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나의 일상은 하굣길에서 갑작스럽게 끝났다. 익숙한 아스팔트 위를 걷던 발걸음이 헛디뎌진 순간, 온 세상이 암전되었다 깨어나듯 눈을 떴을 때,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손끝에 닿는 부드러운 실크의 감촉, 시야를 살짝 가리는 풍성하고 우아하게 말린 머리카락,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울에 비친, 화려하다 못해 도도함이 흘러넘치는 낯선 얼굴. 내가 열광했던 여성향 게임, '너에게 피어나는 꽃'의 악역 영애, 키쇼인 레이카였다.

"...말도 안 돼."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다. 게임 속 키쇼인 레이카는 온갖 악행으로 남자 주인공들의 미움을 사고, 결국 히로인에게 처참하게 패배하여 몰락하는 운명. 그런 악역으로 환생하다니!

"어떻게든 바꿔야 해!"

하지만 나의 다짐은 학교 복도를 걷는 순간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미 '키쇼인 레이카'의 평판은 게임 속 그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최악이었다.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경멸과 두려움이 뒤섞인 시선들, 등 뒤에서 속삭이는 비난의 목소리들. 내가 무슨 행동을 하기도 전에, '악녀 키쇼인 레이카'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어째서…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원작 지식을 이용해 모두와 원만하게 지내며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꿈꿨던 나의 계획은 시작부터 산산조각 났다. 억울함과 서러움,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파멸 엔딩에 대한 공포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결국 나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학교를 뛰쳐나와, 인적이 드문 호수 공원의 벤치에 주저앉았다.

"흐윽… 끅… 내가 뭘 잘못했는데… 왜 나한테만… 흐어엉…"

주변 시선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저 목 놓아 울었다. 서럽게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쏟아내는데, 문득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키쇼인 레이카?"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차갑고 낮은 목소리.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게임 속 메인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이자, 레이카의 악행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인물 중 하나인 카부라기 마사야가 서 있었다. 햇빛을 등지고 선 그의 얼굴은 그늘져 표정을 읽기 어려웠지만, 목소리에 담긴 냉담함만은 선명했다. 최악의 만남이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설마 또 누구를 괴롭히려고 눈물 연기라도 하는 건가?"

그의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혔다. 역시, 그는 이미 나를 '악녀 키쇼인 레이카'로 단정하고 있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더 서럽게 울 뿐이었다.

"끅… 아니야… 그런 거… 흐윽…"

카부라기 마사야는 잠시 말없이, 엉망으로 울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멸이 서려 있었지만, 이전과는 다른 미묘한 감정이 스치는 듯했다. 아마도,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우는 악역 영애의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일까. 혹은 예상했던 '연기'와는 너무 다른, 진심으로 서러워하는 모습에 당황한 것일지도 모른다.

잠시 후, 그는 작게 혀를 차더니 품에서 하얗고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여전히 네가 한 짓들이 역겹다고 생각하는 건 변함없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아까보다는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그렇게 우는 건 보기 좋지 않군. 이걸로 닦고, 그만 울어라."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가 내민 손수건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악역인 나에게 손수건을 건네주다니? 게임 속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멍하니 손수건을 받아들자, 그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저, 저기… 손수건은…"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다급히 불렀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필요 없다. 버리든 가지든 알아서 해."

그렇게 그는 차가운 첫인상만큼이나 쌀쌀맞게 떠나버렸다.

나는 그의 손수건을 쥔 채 한참 동안 벤치에 앉아 있었다. 손수건에서는 은은하고 좋은 향기가 났다. 그의 냉담한 말과 이 따뜻한 행동 사이의 간극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나는 조금 진정된 마음으로 거대한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높고 육중한 대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시 한번 당황해야 했다.

"아가씨!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오죠사마, 얼굴이 왜 이렇게… 혹시 무슨 일이라도?!"
"레이카! 내 딸! 걱정했잖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말해보거라!"

백발의 집사 할아버지, 여러 명의 메이드들, 그리고 방금 막 퇴근하신 듯한 아버지와 우아한 어머니까지. 모두가 현관까지 뛰쳐나와 나를 둘러싸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했다.

학교에서의 냉대와 카부라기 마사야의 차가움과는 너무나 다른, 넘칠 듯한 관심과 애정. 나는 이 갑작스러운 온도 차이에 어리둥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이 지옥 같은 악역 영애의 삶에도 한 줄기 빛은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아주 잠시 생각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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