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정말. 이 남캐는 대체 왜 넣은 거지?”
새벽 2시.
퀭한 눈으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김민준의 입에서 진심 어린 불평이 터져 나왔다.
액정 가득 아수라장이 펼쳐진 곳, 통칭 ‘에갤’.
며칠 전 한국 서버 오픈 예고 PV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하지만 오늘 자정 공개된 2차 PV는 그냥 최악이었다.
일섭엔 있지도 않던 남자 캐릭터.
심지어 디자인은 너무 후진 하늘색 추리닝 차림이었다.
‘인남캐’.
그 녀석이 떡하니 나온 것이다.
[분노] 아니 싯팔 인남캐 실화냐? ㅋㅋㅋㅋㅋ K-패치 수준 ㅋㅋㅋ
ㄴ 댓글: ㅇㄱㄹㅇ 일섭에선 있지도 않던 놈을 왜 꾸역꾸역 처넣냐고 ㅋㅋㅋ
ㄴ 댓글: 하... 우리 엘리시아님, 세리카쨩만으로도 부족했냐고 ㅠㅠ
ㄴ 댓글: 와꾸도 무슨 동네 백수 츄리닝 입혀놨네 ㅋㅋㅋㅋㅋ 디자인팀 월급 루팡함?
ㄴ 댓글: 제발 삭제 좀. 저딴 거 볼 바엔 겜 안 함.
“진심으로, 저런 캐릭터를 누가 뽑는다는 거야.”
민준도 마찬가지였다.
저런 근본 없는 캐릭터한테 돈 쓸 바에야, 그냥 엘리시아나 세리카 가챠에 투자하고 천장 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웠다.
짜증과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에이, 그만두자.
잠이나 자자.
“...윽! 콜록, 콜록!”
“아, 뭐야? 이 지독한 냄새는?”
코를 찌르다 못해 후벼 파는 듯한 암모니아 냄새.
목구멍은 칼칼하고 눈은 따가웠다.
김민준은 반사적으로 기침하며 눈을 떴다.
마지막 기억은 분명 자기 방 침대 위였다.
에테르 크로니클 인남캐를 욕하다 잠든 것이었는데.
눈앞엔 질척하고 더러운 뒷골목 바닥이 펼쳐져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낡아빠진 건물들 사이로 뿌연 하늘이 보였다.
비행선인지 뭔지가 소리 없이 떠다녔다.
벽에는 싸구려 홀로그램 광고판이 번쩍였다.
어?
이거 완전 어젯밤에 본 에테르 크로니클 2차 PV 속 그 도시.
네오 아카디아잖아?
“말도 안 돼.”
“게임 속이라고? 내가?”
머리가 띵했다.
현실감이 없었다.
그 순간, 시야 한구석에 푸른색 시스템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마치 렉 걸린 프로그램처럼 버벅거리면서.
[!] 경고: 당신은 에테르 크로니클 세계관, 네오 아카디아에 편입되었습니다.
[!] 플레이어블 캐릭터, [김민준]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귀환 조건: 공식 캐릭터 인기투표 1위 달성.
“뭐라고? 인기투표?”
“내가? 이 남캐 모습으로?!”
뒷목이 뻣뻣해졌다.
어젯밤 커뮤니티에서 봤던 ‘인남캐 삭제 기원’ 글들이 뇌리를 강타했다.
자기가 그렇게 혐오하고 비웃었던, 바로 그 캐릭터.
내가 그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잖아!
핏기가 가시는 얼굴로 망연자실한 찰나였다.
콰광!
골목 입구에서 터져 나온 굉음!
푸른 섬광이 시야를 하얗게 태웠다.
“크아악!”
찢어지는 비명.
그리고 무언가 벽에 처박히는 둔탁한 충격음!
시스템 메시지고 뭐고.
온몸의 세포가 미친 듯이 경고음을 울렸다.
민준은 본능적으로 옆에 쌓인 쓰레기 더미 뒤로 몸을 굴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날뛰었다.
“네놈 감히 ‘밤의 장막’ 구역을!”
낮고 얼음장 같은 목소리.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자가 은색 단검을 든 다른 자를 벽에 처박고 있었다.
로브의 손아귀에서 푸른 스파크가 터져 나왔다.
단검을 든 남자는 피를 토하며 버둥거렸다.
PV에서 스쳐 지나갔던, 그 초능력자들의 싸움.
현실이었다.
‘튀어야 해!’
뇌는 이미 정지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인기투표? 귀환?
다 집어치워. 일단 살고 봐야 했다.
민준은 쥐 죽은 듯 소리를 죽여 반대편 골목으로 내달렸다.
싸구려 추리닝은 땀에 젖어 쩍쩍 달라붙었다.
폐는 찢어질 것 같았다.
“헉... 헉...”
“어쩌라는 거야. 뭐라도 좋으니, 정보라도 봐야지!”
막다른 골목.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숨을 헐떡이며 벽에 기대 주저앉았다.
막막함에 헛소리처럼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정보’, ‘커뮤니티’.
팟!
눈앞에 다시, 너무나 익숙한 파란색 창이 떠올랐다.
디시인사이드 에테르 크로니클 마이너 갤러리.
이번엔 오른쪽 위에 [60초] 카운트다운이 보였다.
이게 내 능력이라고?
일주일에 1분짜리 갤러리 접속?
장난하나!
[분노] 아니 씨발 인남캐는 왜 쳐넣냐고 진짜 제작진 정신 나감? (재점화)
ㄴ 댓글: ㅇㄱㄹㅇ 눈깔 썩는다 ㅆㅂ 그 리소스로 우리 여신님 바니걸 스킨이나 내놓으라고!!!
ㄴ 댓글: ㄹㅇㅋㅋ 성능충도 안 하고 와꾸충도 안 할 폐기물을 왜 만듦? 이해가 안 되네
ㄴ 댓글: 걍 K-서버 접고 일섭이나 계속 할란다. 남캐 꼴 보기 싫음 ㅅㄱ
ㄴ 댓글: 저 하늘색 츄리닝 입은 놈이 한국섭 신캐라고? ㅋㅋㅋㅋㅋ 신종 슬라임이냐? 와꾸 실화냐;
“아…”
자신을 향한 살의와 혐오.
어젯밤 자기도 똑같이 낄낄거리며 달았던 댓글들이었다.
그 저주의 대상이 바로 나라고?
이걸로 인기투표 1위를 하라고?
뇌수가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창이 사라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만이 귓가에 희미하게 맴돌았다.
민준은 멍하니 벽에 기댔다.
"진짜 빌어먹을 인남캐네."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최악이어도 어쩌겠는가.
돌아가려면, 해야지.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가독성 레전드임 걍
댓글 영역
비교질을 왜 하노 - dc App
김도아는 생각 턱살이 많이 늘어났던데
생각보다
다연1픽인데 솔직히 도아가 예쁨 걍 둘 다 같이 데뷔했으면 좋겠어
도아는 집에 갔는데 어떻게 데뷔를 하나요 - dc App
그니까 희망이지... ㅜㅜ 슈발
다연 - dc App
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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