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 또 살아남았다.

징하다, 진짜.

사방에 널린 건 몬스터 시체와... 동료들의 잔해뿐. 이번 레이드는 역대급으로 망한 모양이다. 하긴, 시작부터 불안불안했지.

‘이번엔 진짜 죽을 줄 알았는데.’

매캐한 연기 사이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쑤시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여기저기 터지고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진작에 쇼크사했을 몰골이지만, 나는 멀쩡하다.

아니, 멀쩡하다기보다는... 그냥 안 죽는다.
징그럽게도 안 죽는다.

"크아악! 제발! 좀! 죽여달라고!"

허공에 대고 악을 썼다. 물론 들어줄 사람, 아니, 몬스터 하나 없는 처절한 외침이었다.

이번에 들어온 S급 게이트 ‘지옥불 심연’은 그 이름값 제대로 하는 곳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화염계 몬스터들은 미친 듯이 강했고, 우리 파티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쓸려나갔다.
나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용암 세례를 정통으로 맞고, 집채만 한 골렘에게 짓밟히고, 심장엔 마검이 꿰뚫렸더랬지.

이 정도면 곱게 죽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왜 나는 또 눈을 뜬 거냐고!

‘죽는 게 소원이라니, 나도 참 미쳤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내 현실인 것을.

남들은 영웅이니 불사신이니 떠들어대지만, 그들은 모른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이 기분을.
지긋지긋한 불사의 저주를 안고, 나는 또다시 폐허가 된 게이트에서 홀로 살아남았다.

에휴, 일단 여기서 나가자.

또 살아남았으니, 꾸역꾸역 살아가야지 별수 있나.
몸을 질질 끌며 게이트 출구를 향해 걸었다. 등 뒤로 무너지는 던전의 소음이 아득하게 멀어져 갔다.

다음엔... 다음엔 꼭 죽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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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특히 나 같은 보잘것없는 E급 헌터가 S급 게이트에서 멀쩡히 걸어 나올 때면 더욱 그랬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출구를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뗐다.
스윽-

공간이 일그러지는 감각과 함께 익숙한 바깥공기가 폐를 찔렀다.

"…!"
"나, 나왔다!"
"생존자다! 생존자가 나왔어!"

역시나. 게이트 주변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통제선을 치고 대기하던 각성자 관리 협회 직원들,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 이동식 의료 텐트와 구급대원들까지.

그 모든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꽂혔다.

“호, 혼자인가?”
“다른 생존자는 없습니까?”
“잠깐, 저 헌터… 등록증 확인해봐! E급… 김철수?”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긴, S급 게이트에 E급 헌터가 들어간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

물론 사연은 있었다. 이번 레이드에 보조 인력, 그러니까 쉽게 말해 짐꾼으로 차출되었던 것이다.

원래 이런 위험한 임무는 내 차례가 아니었지만, 빌어먹을 협회 놈들이 내 ‘끈질긴 생존력’을 높이 사서(?) 특별히 ‘기회’를 준 거였다.

죽으라고 떠민 거나 다름없지만.

“저기, 김철수 헌터! 어떻게 된 겁니까? 내부 상황은?!”
“다른 헌터분들은… 모두 사망한 겁니까?”

질문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나는 그저 피곤하다는 듯, 주머니에 구겨 넣었던 싸구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일 힘도 없었지만.

“보면 몰라요? 나 혼자 나왔잖아요.”

내 퉁명스러운 대답에 주변이 잠시 싸늘해졌다. 그래, 이게 바로 나다. 재수 없고, 싸1가지없고, 무엇보다 죽고 싶어 안달 난 E급 헌터 김철수.

“자, 잠깐만요! E급 헌터가 어떻게… 저 참혹한 S급 게이트에서…?”

어깨에 계급장이 번쩍이는 협회 간부 하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더듬거리며 물었다.
나는 그를 흘깃 쳐다보며 속으로만 대답했다.

‘나도 알고 싶다고, 이 양반아.’

내 유일한 재능이자 저주인 ‘죽지 않는 능력’. 덕분에 나는 오늘도 S급 게이트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E급 헌터라는, 웃지 못할 타이틀을 또 갱신하고 말았다.
아, 진짜 이번엔 죽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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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 4드론 전개 각잡고 뽑아내면 한트럭씩 나오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