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무의 설명을 들은 당신은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손가락으로 턱을 괴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으음, 그렇군요… 사건을 해결해야 연회가 열린다… 아니지, 연회를 열려고 일부러 사건을 일으키는 건 완전 본말전도고….” 당신은 고개를 저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1년에 네 번은 너무 적은데… 뭔가 좀 더 자주, 부담 없이 모일 수 있으면 좋겠고….”

당신은 레이무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부분을 되짚었다. “술과 안주를 들고 찾아와서 판이 벌어진다… 으음. 차라리 이쪽이 현실적인가?” 당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먼저 술이랑 간단한 안주를 준비해 놓고, ‘오늘 저녁에 신사에서 한잔할 사람?’ 하고 소문을 내면… 사람들이 모일 수도 있으려나?”

당신이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며 중얼거리는 모습을, 레이무는 팔짱을 낀 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당신의 고민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고, 환상향의 연회 문화를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이 조금은 기특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네가 먼저 술판을 벌이겠다고?” 레이무가 당신의 마지막 혼잣말에 끼어들었다. “그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네가 만든 '술’이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네가 술판을 벌인다고 해서 누가 올 거라고 생각해?” 그녀는 다시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환상향에서 이름도 없는 신입이 여는 술자리에 선뜻 찾아올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녀의 말은 차가웠지만, 당신의 고민을 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이끌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듯했다. “결국 중요한 건 '명분’과 '인맥’이야. 네게는 둘 다 부족하고.”

“그 둘은 어쩌면 같은 문제로 만들 수 있겠네요. 내가 인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다면, 내가 연회를 하고 싶다는 것 자체가 명분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정곡이다.

“……!”

레이무는 당신의 대답에 잠시 할 말을 잃고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당신이 그저 막연하게 연회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 듯했다. 당신은 그녀가 지적한 '명분’과 '인맥’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결국 '자신의 성장’이라는 하나의 뿌리로 귀결된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명분과 인맥을… 같은 문제로 만든다고.” 레이무는 당신의 말을 천천히 되뇌었다. 그녀는 팔짱을 풀고, 당신을 이전과는 조금 다른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눈빛에는 단순한 경계나 호기심을 넘어, 당신의 통찰력에 대한 약간의 감탄과 인정이 담겨 있었다. “네가 인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다면, 네가 연회를 열고 싶다는 것 자체가 명분이 된다… 라.”

정곡이었다. 환상향에서 힘과 영향력을 가진 존재들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었다. 그들이 연회를 연다고 하면, 특별한 이유나 사건이 없어도 많은 이들이 기꺼이 찾아왔다. 당신은 연회를 열기 위한 전제 조건이 결국 '자기 자신’의 성장과 증명에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레이무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전보다 훨씬 깊은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 “네 말이 맞다. 결국 중요한 건 네가 어떤 존재가 되느냐는 거겠지.” 그녀는 당신의 잠재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이질적인 마법을 쓰는 존재를 넘어,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의 길을 설정하는 지혜까지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레이무는 말을 이었다. “네가 말한 그 '성장’을 위해 당분간은 수련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겠군. 그리고 환상향의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할 테고.” 그녀는 당신의 목표를 인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그녀는 더 이상 당신을 단순히 보호하거나 감시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았다. 어쩌면, 당신 스스로 환상향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환상향의 연회 메이커가 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