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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심마니선협 1화 여기까지로 할까 더 써서 1만자 채울까 고민되네앱에서 작성

을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31 03: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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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리가 죽을 자리를 정한다.
개천에선 잉어가, 대하에선 용이 날지니.
이는 인류사 수천 년간 공고했던 진리로,
그런 세상이었다.

***

버지니아의 애팔래치아 산맥 깊숙한 곳.
빼곡하게 자란 숲의 그늘이 낮의 뙤약볕마저 가리고, 물기 젖은 공기가 호흡을 가쁘게 만드는 이 곳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최혁, 미국인이기에 표기상으로는 Hyeok Choi. 본인으로 해서 3대째 심마니의 길을 걷고 있어 스스로를 나름 유래깊은 산악인이라 자부하는 청년이었다.

작고하신 아버지는 한국 땅에서, 그는 얼굴도 모르는 그의 할아버지는 그보다 더 북녘 땅에서 삼을 캤지만, 최혁은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아메리카 대륙의 드넓은 산맥에서 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가 삼을 캔지는 올해로 6년 차로 심마니 치곤 비교적 짧은 경력이었지만, 차분히 주위를 살피는 그의 눈빛이며 가파른 경사를 오르면서도 지치는 기색 하나 없이 걸음을 옮기는게 영락없는 어인마니의 모습을 보였다.

최혁이 천천히, 그리고 착실히 산을 오른지도 30여 분이 지났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훔치며 걸음을 옮기던 그가 어느 순간 멈칫, 멈추더니 물끄러미 무언가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싹대 끝에 손바닥 같은 다섯 이파리가 달린 풀떼기.
붉게 영근 삼달이 여러 알 달려있는 것이, 확실하게 산삼이었다.

다른 식물들 사이에 교묘하게 숨어있던 삼이었지만 최혁의 눈썰미는 피하지 못한 것이다.

“심봤다!”

최혁이 기쁨에 겨워 큰 소리로 외쳤다.

마지막으로 삼을 캤던게 몇 달 전이었나?
매일같이 산을 올랐지만, 삼이라는게 어디 땅만 파면 파는 족족 나오는 녀석이란 말인가.
심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라, 눈이 틔일대로 틔인 그조차도 오랜 기간 동안 소득이 없었던 것이다.

며칠 전에 그의 앞에 홀연히 나타나서 삼이 있는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줄테니 캐서 팔아달라 부탁했던 한 노인.

왠지 모르게 친숙한 노인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뭣해 받아들였더니 이런 행운이 찾아올 줄이야. 기쁜 일이다.

이내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진중한 기색이 된 최혁이 조심스레 삼 주변의 흙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심장이 고동치는 감각을 느끼며, 점점 드러나는 삼을 살핀다.

실뿌리 하나 다치지 않게 섬세히 삼을 뽑아낸 최혁이, 이내 그 모습을 드러낸 삼의 자태에 헛숨을 들이켰다.

뇌두 부분만 해서 장뼘 하나 반은 되는 거대한 삼.
마치 사람의 형상을 닮은 듯한 약통에, 표피가 또렷이 황금빛을 띄는 것이. 분명한 천종삼, 그것도 수백 년은 족히 된 녀석이 나온 것이다.

‘크기도 크기지만 이건… 단순한 산삼이 아니야.’

맥동하듯 웅웅 울어대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다. 깜짝놀란 새들이 푸드덕- 하며 날아가고, 서늘했던 숲의 공기는 이미 기질부터 달라져 호흡이 힘들 정도였다.

그 경이로운 현상에 매료되어 멍하니 서있던 최혁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챙겨온 이끼와 천으로 삼을 둘둘 감싸 배낭 깊숙이 밀어넣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잠잠해지는 주변.

모든게 끝났다는걸 깨달은 그가 순식간에 몰려드는 탈력감에 잠시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서 급하게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던건지 잘 모르겠지만…’

동물의 육감에는 뭔가 느껴진 것이겠지.

새들이 도망친 이유를 직감적으로 파악한 최혁이, 다른 산짐승들마저 그렇게 도망쳤으리라 생각하진 않은 것이다.

최혁은 모처럼 캐낸 삼을 든 채로 산짐승에게 찢겨죽고 싶은 모자란 사람이 아니었다.

하산의 시간이었다.

***

왜애애애앵! 왜애애애앵!

버지니아 모처, 적현문(積賢門) 북미지부.
첨단 기술과 결계술의 조화로 범인의 감각기관으론 인지조차 불가능하도록 보호받고 있는 그곳에는 지금  경보가 내려지고 있었다.
200년 전 생육을 확인한 이후 관리하고 있던 영삼(靈蔘), 홍령삼.

삼 하나를 지키기 위해 산 하나를 통째로 사들이기까지 한 적현문의 노력이 무색하게 모든 진법은 파괴된 이후요, 가장 중요한 홍령삼의 소재 또한 파악이 안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중앙 통제실의 메인 스크린에 띄워진 애팔래치아 산맥의 지형도가 붉게 점멸하고, 귀를 째는듯이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퍼진다.

헐레벌떡 들이닥치는 13명 장로들을 특수작전부 부장 진현이 경례로 맞이하고, 장로회의 전원 참석을 확인한 그의 부관이 통제실의 문을 술식적으로 봉인했다.

전례 없는 사태에 의례마저 생략된 통제실에서 진현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약 1시간 전, 저희 특작부의 천리안 부서에서 c-1 섹터에서의 고밀도의 영기 반응을 포착했습니다.”

“조사팀의 파견 결과 해당 구역의 결계 진법의 붕괴를 확인. 또한 영기 반응의 파형 분석 결과, 해당 구역에서 보호중이던 홍령삼의 영력 파장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들은 장로회의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진현은 담담히 보고 내용을 읊어갔다.

“당장 c-1 섹터에서 감지되는 생명 반응은 범인(凡人) 하나 뿐이었지만, 결단 중기 진법 장로이신 장웨이 님의 결계가 무력화 된 것을 토대로 타겟 측에 최소 결단 중~후기로 판단되는 수사가 조력자 내지 제삼자의 형태로 개입중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상황 정리를 마친 진현이 숨을 고르는 사이, 연단 장로 곽한이 입을 열었다.

“제삼자로서 개입했을 게야. 구태여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더러… 결단기의 수사가 범인 따위와  협력을 하기로 했을 리가 없으니깐.”

오만하기 그지 없는 발언.
자신과 같은 경지의 수사라면 무릇 그럴 것이라 단정짓는  확고한 태도에, 통제실의 모두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짧게 이어진 침묵을 끝낸 것은 재무 장로 올리비아였다.

“그런 것은 되었습니다, 곽 수사! 그것보다, 결계술이 붕괴되었다니요? 그렇게 되기까지 누구 하나 눈치챈 사람이 없었다니, 장 수사.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대답을 해 보세요!”

“끄응…”

‘빌어먹을 년, 당연히 상대의 진법 이해가 뛰어난 결과겠지. 상황이 이런데 정치나 하려 들어?’

뭐라 할 말이 없는 장웨이가 얕게 신음소리를 내며 쭈그러들고, 분위기가 흐트러지기 시작하자 진현이 말을 이었다.

“상대 측 결단기 수사가 필시 특이한 법보나 비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올리비아님. 지금 여기서 잘잘못을 가리기 보단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게 맞을 성 싶습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작전을 제안합니다.”

진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우선, 정체불명의 결단기 수사에 대한 대응입니다. 렁 수석 장로, 사이먼 법술 장로, 허 식각 장로 세 분의 수사께 적의 추적 및 사살에 만전을 기해 주십시오. 동시에, tier 1 ‘흑풍’ 소속 정예 요원 1개 조를 은밀 투입, 적의 동태 감시 및 약점 파악에 주력하겠습니다.”

렁 샤오는 자신이 나서야한다는 사실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결단기 고수의  침입을 저지해야하는 일이기에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둘째, 영초 회수 및 범인 제압입니다. 드론을 통해 안면 정보를 분석한 결과, c-1 섹터를 활보하고 있는 존재는 범인 현지거주자로, 평범한 심마니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tier 2 ‘귀무’ 소속 2개 소대를 주력 추격대로 투입하여 포위망을 구축, 대상을 제압하고 영초를 확보하겠습니다. 홍령삼의 가치를 생각해, 저항이 격렬하거나 영초 훼손에 임박되었다고 판단될 시 즉각 사살도 불사하겠습니다.”

“범인 하나를 잡는데 수도자로 구성된 2개 소대 씩이나 투입하는 것은 인력의 낭비다!”

사이먼이 즉각 반박했다.

“아니요. 홍령삼의 가치를 생각하면 과하지 않습니다, 사이먼 장로.”

올리비아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현을 거들었다.

“오히려 신속하고 확실한 영초의 회수가 중요하겠지요, 시간을 끌수록 결단기 노괴의 원병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현이 올리비아에게 짧게 고갯짓하는걸로 감사를 표하고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셋째론, 광역 차단 및 지원입니다. 문파 방위 사령부 예하 군사 부대 ‘파수꾼’ 소속 1개 대대 병력을 작전 구역 외곽에 배치하여 차단선을 구축, 심마니의 탈출을 원천 봉쇄하고 외부 세력의 접근을 차단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천리안 부대의 실시간 위치 추적과 맞물려, 놈은 독 안에 든 쥐가 될 것이다.

진현은 브리핑을 마치고 장로들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이 서려있는게, 과연 특수작전부의 대장을 맡고 있는 자의 자부심다웠다.

잠깐의 정적 이후, 지부장과의 연락 끝에 최종 승인을 받아낸 렁 장로가 입을 열었다.

“좋다, 그렇게 하도록. 단, 홍령삼은 반드시 온전한 상태로 확보해야만 한다. 중국 본종에 진상해야할 물건이니.”

마지막 문장을 내뱉듯이 말한 렁 수석장로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명심하겠습니다.”

진현이 짧게 답하며 몸을 돌렸다.
몇 번의 간략한 명령만으로 작전에 필요한 인원을 차출해낸 그가, 다시금 통제실의 거대한 홀로그램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버지니아의 깊은 산맥 어딘가, 그곳은 이제 전쟁터로 변하게 될 것이다.

***

최혁이 숨가쁘게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흙먼지 투성이에, 끊임없이 사방을 경계하며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도망자의 꼴이었다.

적현문의 추적이 시작된 것은 대략 한 시간 전. 그 짧은 사이에 그들은 산을 둘러싸는 포위망을 완성하고, 산턱 어딘가를 떠돌던 최혁을 포착해 습격을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정처없이 흐르고, 나뭇잎이 바람에 흐느낀다.

주변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는걸 눈치챈 최혁이 뭐라 생각할 틈도 없이 옆으로 몸을 날리고,

쐐애액!

공기를 가르며 날아든 단검이 최혁이 방금 전까지 자리했던 곳을 뚫고 지나 나무에 박혔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진흙이 단검의 자루에 그려져있던 문양으로부터 쏟아져나오더니, 나무를 뱀처럼 휘감아 으스러뜨렸다.

“!!!”

심상찮은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나무를 보며 최혁이 경악한 표정을 지어내 보이고,

“감이 좋아. 범인이 내 영술(靈術)을 감지했을 리는 없고. 오히려 너무 기척을 죽인게 문제였나? 아니, 상관없어.”

방금 전까진 아무도 없던 공터에서 남자가 걸어나옴과 동시에 최혁의 사방을 빈틈없이 점거한 특수부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왼쪽, 바위 위에 걸터앉은 놈 하나. 앞, 남자가 걸어오고 있고… 오른쪽 거목 위엔 여자와… 아나콘다? 정황상 내 뒤에도 누군가 있겠고… 미치겠군.’

감정을 가라앉힌 최혁이 싸늘한 표정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 모습을 웃는 낯으로 지켜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긴장할 것 없어… 초면이지만 난 네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으니깐. 이름이 뭐지? 내 이름은 브라이언. 브라이언이라 한다. 부끄럽지만 이 분대의 조장을 맡고 있지.”

‘마음에 들긴 개뿔이… 초면부터 죽이려 든 주제에…’

“혁… 혁 초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좋은 이름이야.”

어떻든 좋다는 태도의 브라이언이 가볍게 으쓱이고, 그게 신호라도 되는듯 최혁의 삼면을 차지하고 있던 요원들이 동시에 그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

“아, 신경쓰지마. 내가 대화로 풀고 싶다고 하더라도, 네 쪽에서 무슨 멍청한 짓을 할 지도 모르잖아? 이건 그에 대한 대비야. 그러니 안심하라고. 가만히 있기만 하면, 아무 일도 없을테니깐.”

사람을 이런 식으로 다루면서 대화로 해결한다고 지껄이는 건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달리 방도는 없다.

한숨을 내쉰 최혁이 자세를 고쳐서며 조용히 생각했다.

‘어쩌다 이런 일에 엮인건지… 재수가 없으려니 원.’

처음에는 자신이 발을 들여선 안 될 곳에 발을 들여버린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최혁이었다.

그러나 퇴거 명령도 없이 바로 해치려 드는 추적자들의 움직임에, 지금와서 대화를 시도하는 저 브라이언이라는 남자까지.

이에 최혁 또한 슬슬 저들의 목적이 다른데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이 한 가지.

‘평범한 심마니에 불과한 내게 무슨 볼 일이 있다고?’

설마...

탕!

최혁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배에 맞은 총알이 모든 사고를 표백시켰으니까.

귀무부대가 하달받은 명령은 산삼의 온전한 회수.
회수 과정에서 조우한 일개 범인의 안위따위, 그들의 알 바가 아니었다.



지금 6000자는 되었는데 주인공 산삼 먹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장면까지 쓰면 1만 자 넘길거 같네... 어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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