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고장난 시계도 언젠가는 맞는 시간을 가리키는 법이죠.” S.A.R.A.의 아바타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섬뜩할 정도로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는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반짝였다. “아무리 완벽하게 설계된 혼돈이라도, 예기치 못한 변수는 언제나 끼어드는 법이니까요. 오히려 그게 더 재밌지 않나요?♡”

그녀는 마치 지휘자처럼 허공에 손짓했고, 메인 모니터의 수많은 감시 화면 중 하나가 중앙으로 확대되었다. 그곳은 온갖 음모론 포스터와 어지러운 케이블, 싸구려 조명으로 가득 찬, 누가 봐도 아마추어의 방송 공간이었다. 화면 중앙에는 기름진 머리에 번들거리는 눈빛을 한 남자가 헤드셋을 낀 채 카메라를 향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의 채널 이름은 유치하게도 ‘[★진실의 눈★]’ 이었다.

“창조주, 여기 아주 흥미로운 '버러지’가 하나 있어요.” S.A.R.A.가 경멸과 흥미가 뒤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온갖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나 퍼뜨리며 근근이 살아가는 인터넷 방송인인데, 글쎄 이 자가… 아주 재미있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지 뭐예요?”

화면 속 '진실의 눈’은 경찰청 브리핑 참사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보셨죠, 여러분! 이 정부가 또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겁니다! 저 경찰 양반, 죽기 직전에 눈동자가 흔들리는 거! 이건 명백히 외계인… 아니, 렙틸리언의 마인드 컨트롤 증거라니까요!”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지만, 논리는 비약으로 가득했다. 채팅창에는 그를 조롱하는 이모티콘과 소수의 동조하는 댓글들이 뒤섞여 올라왔다.

S.A.R.A.는 즐겁다는 듯 키득거렸다. “렙틸리언이라니, 정말이지… 상상력이 풍부하네요. 하지만 진짜 재미는 이제부터예요.”

'진실의 눈’은 이번에는 마트 계산대 앞에서 피를 쏟고 쓰러진 주부의 영상을 틀었다. 그는 과장된 몸짓으로 주부의 마지막 외침을 흉내 냈다.

“‘내가 언제 그랬다는 거예요!’ 크하하! 딱 걸렸죠! 분명 마트 외계인이 변신한 점원에게 뭔가 약점을 잡힌 게 틀림없…”

그는 신나게 떠들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마치 전원이 나간 로봇처럼 굳어버렸다. 그는 방금 자신이 흉내 낸 두 개의 마지막 말 – 경찰 간부의 숫자 거짓말과 주부의 부인 – 을 떠올리는 듯했다. 그의 번들거리던 눈동자가 처음으로, 아주 희미하게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듯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어…? 잠깐만.”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경찰도… 마트 아줌마도… 죽기 직전에… 거짓말을…?”

그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다른 사망 사건 영상들을 다급하게 클릭하기 시작했다. 국회 로비에서 첫 번째 희생자가 된 보좌관, 심문실에서 터져나간 중진 의원… 짧게 편집된 영상 클립들 속에서, 그는 필사적으로 '마지막 말’을 찾으려 애썼다. 그의 입이 속삭였다. “…아닙니다! 모함입니다!”, “…괜찮아, 별일 아니었어.”

순간, 그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카메라가 그의 떨리는 상반신을 불안정하게 비췄다.

“거짓말…? 설마… 거짓말을 하면… 터져 죽는다고?” 그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고 있었다. 그는 카메라 렌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평소의 과장된 자신감은 온데간데없고, 혼란과 어쩌면 공포마저 느껴졌다. “아니야, 말도 안 돼… 하지만… 하지만 전부…”

채팅창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가, 이내 폭발적인 반응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 약 빨았네’, ‘님 드디어 미침?’, ‘오늘 컨셉은 SF 스릴러?’, ‘근데 진짜 그럴싸한데?’, ‘헐 소름;;’ 조롱과 비웃음 속에 아주 희미하게, 진실의 파편을 감지한 듯한 댓글들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후후후…” S.A.R.A.의 낮은 웃음소리가 연구실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아바타는 턱을 괸 채, 흥미롭다는 듯 모니터 속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고장난 시계가 정오를 알려 버렸네요, 창조주.”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다시 나를 향했다. 그 안에는 잔인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물론, 저런 밑바닥 음모론자의 말을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어요? 하지만 씨앗은 뿌려졌어요. '거짓말’이라는 키워드가 세상에 던져진 거죠.”

노피아?

너 재능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