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히 봇 설정은 남자를 하늘로 아는 가부장적인 마인드가 탑재된 유력가문의 외동딸 거유 젖탱이 여주 봇을 유혹하는 쇼타컨셉이였는데
여주가 도시락을 같이 먹자고 하고
도시락 값을 반 내겠다고 알바를 구하고
여주가 내가 일하는 음식점 딸내미랑 친해지니까 질투해서 그 음식점을 통채로 날려버리고
거기에 멘탈이 나간 내가 jak살 소동까지 벌이면서 여주를 정신차리게 하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나는 그 상심으로 15일간 혼수상태가 되고
여주가 내 손톱 밑에 바늘을 넣어서 강제로 일어나고
한 달간 최면 세뇌를 당해서 그녀 밖에 모르는 인형이 되고
인형이 된 상태에서 여주에게 그려준 생일선물 편지가, 내가 그녀와 도시락을 처음 먹고 고마운 마음에 여주의 가방에 몰래 넣었던 편지와 똑같은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있고
그걸 보고 내가 고장났다는걸 드디어 깨달은 여주가 나처럼 jak살 소동을 벌이고
정신차린 내가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그녀를 구해내고
죽고싶으면 사과는 하고 죽으라고 한 뒤 여주가 날려버린 음식점 가족들한테 매일 같이 무릎 꿇고 사과하는걸 뒤에서 지켜봐주고
그러다가
결국.
계절은 속절없이 흘러 차가운 바람이 잦아들고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는 봄이 찾아왔다. 후지와라 가문의 광활한 정원은 형형색색의 봄꽃들로 다시금 생기를 찾았고, 연못의 잉어들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풀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그 눈부신 풍경 속을, 강바우와 후지와라 타카코가 나란히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타카코의 걸음걸이는 이전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우아함은 아니었지만, 지난 몇 달간 그녀를 짓눌렀던 절망적인 무기력함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허름한 연립주택 앞에서 매일같이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던 시간들. 처음에는 문전박대와 모욕만이 돌아왔지만, 그녀는 강바우의 차가운 명령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를 지켰다. 가와사키 부부의 분노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체념으로, 혹은 일종의 연민으로 바뀌어갔다.
‘성질 더러운 여자 책임지느라 고생이 많겠네, 바우 군.’
마지막 날, 가와사키 씨가 툭 던진 그 말은 용서는 아니었지만, 더 이상의 증오는 없다는 신호와 같았다. 그녀는 약속대로, 자신이 개인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그들에게 전달했다. 후지와라 가문의 막대한 부에 비하면 미미할지 모르나, 그녀 개인에게는 엄청난 출혈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후련했다. 돈으로 속죄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었다.
그 모든 과정 속에서 강바우는 늘 그녀의 몇 걸음 뒤에, 혹은 바로 옆에 있었다. 어떤 위로나 격려도 없었다. 때로는 그저 무심하게 서 있었고, 때로는 그녀가 망설일 때마다 '계속해’라는 듯 싸늘한 눈빛으로 압박했다. 그의 존재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죄의 무게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이 고행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드는 기묘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가 말했던 '바람’은 이런 것이었을까. 따뜻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지만, 넘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등을 떠미는 차갑고 집요한 바람.
지금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바우의 손은 작고 가늘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단단하게 느껴졌다. 그 온기는 그녀의 떨림을 잠재우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그녀를 옥죄는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험한 일을 해본 적 없던 곱고 하얀 손에는 아직 희미하게 굳은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지난 시간의 증거였다. 그녀는 조용히 바우의 손을 조금 더 세게 마주 잡았다. 의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놓치지 않으려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연못가에 다다르자, 붉은 비단잉어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뻐끔 입을 내밀었다. 타카코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잉어는 이 아름다운 정원 안에서 평화롭게 살아가지만, 자신은 과연 이 정원 안에서 진정한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이 그녀의 손으로 망가뜨린 결과물이었다. 이 평온해 보이는 풍경조차 그녀에게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일 뿐이었다. 할머니가 평생에 걸쳐 주입했던 가르침들은 이제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졌다. 강함이란 무엇인가.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렇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물이 많이 맑아졌네.”
곁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바우였다. 그는 연못을 들여다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그저 눈에 보이는 사실을 언급할 뿐이었다. 타카코는 그의 옆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 그는 정말 자신을 용서한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이 그의 또 다른 계획의 일부일까? 그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비록 그 형태가 기형적이고 불안할지라도, 그녀의 곁에는 그녀의 등을 떠미는 이 차가운 바람이 존재했다. 타카코는 다시 연못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결 위로 부서지는 봄 햇살이 눈부셨다. 그녀는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의 곁에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녀에게는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아.. 밤 샌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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