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갤기장 소재 같기도 하고
존나게 심도깊은 얘기가 될 것 같아서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좀 했는데
버튜버를 사랑해버린 멍청이가 어떻게 되는지 반면교사는 될 것 같다
굉장히 용기내서 쓴 글이고 싸이버거도 선불로 냈으니 웬만하면 안 지워졌으면 좋겠는데 모르겠다 그건 내 일을 떠났지
일하다가 갑자기 아,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회사를 조퇴하고 급히 예약을 잡아서 사내 마음건강센터? 뭐 아무튼 그런 곳에 다녀왔어
사내 뉴스에서 대형 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임상심리사들만 모아놓았다고 자랑자랑을 하길래 그런갑다 했는데
내가 그곳을 찾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내가 겪고 있는 현상, 문제, 과거의 일들을 가급적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했어
심리사는 내 말을 들으면서 메모를 하더니
몇 가지 질문을 던지더라고.
그런 질문들 중에는 내가 문제라고는 생각한 적은 있지만, 미처 말할 생각을 하지는 못했던 그런 모습들을 묻는 것도 있었어
솔직히 부끄러워서 완전 사실대로는 말하지 못하고 축소해서 설명한 것들도 있어.
특히, 버튜버... 까지는 몰라도 인터넷 방송인을 사랑하고 있다고는,
전문가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고 말하는 것이 좋을 건 분명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속을 그렇게까지 내어놓겠냐.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차마 말할 수가 없더라.
사실은 그 짝사랑이 가장 핵심인데도.
그래서 정말 친하고 소중한 친구라고 하고 말할 수밖에는 없었어.
내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몇 가지만 살짝 얘기하자면
그니까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건 이상하다 싶은 것들이니까
내 기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싶은 건 다 뺀 거지
- 불안감에 휩싸여 밤에 잠들지 못하거나
- 잠들어도 한시간 반~두시간 후에는 불안에 때문에 깨어나서 다시 잠들지 못해
- 깨어나서 활동시간이 기니까 밤에 식욕을 참기 힘들어져
- 한시간 반 자고 다음날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 그게 걱정돼서 더 불안해져
- 불안하지 않을 땐 또 아무렇지 않아
- 멀쩡히 일하다가도 갑자기 불안해져
불안은 주로 나기가 이대로 졸업을 하거나, 나기가 나를 너무 싫어하게 되어서 밴을 당하거나,
방송을 쉬다가 영영 나타나지 않거나, 뭐 대충 이런 불안이야
딱히 그렇게 생각하게 될만한 사건이나 맥락이 없는데도 갑자기 찾아와
그리고 주로 이런 불안감이나 우울감은 몸의 이상과 함께 찾아와서 쓸개 위치에서 통증이 느껴짐
불안한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렇게 불안이 찾아오면 정말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짓을 하지
낮에는 기분좋게 나기랑 티키타카를 해 놓고는 저녁이 되면 내가 썼던 채팅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전전긍긍하면서 태그트윗으로 그때 미안했다고 보낸다거나도 하고...
객관적으로 볼 때 터무니없는 과소비를 한다던지
그리고 뭐랄까
한마디 한마디에서 나를 싫어하는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던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있는지 확인하려고 군다던지
나기가 뭔가 지쳐 보인다던지 슬퍼 보인다던지 하면 전혀 상관없는게 분명한 상황인데도 스스로에게서 문제를 찾고 있다던지
저번에 나기가 쿠소마로 때문에 마슈마로를 닫았을 때는 나 때문인가 싶어서 손목을 끊어버리고 싶더라고
나기가 우나기들 때문이 아니라고 말해줘도 믿지 못했어
나중에 멘겐에서 직접 목소리로 듣고 나서야 믿었지
그 외에도 이건 나쁜 것까지는 아니지만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하고 돌아와서는 밤 늦게까지 키리누키를 만든다던지,
나기가 방송에서 지나가는 소리로 이거 그려줘라고 말했단 이유로 그리지도 못하는 그림을 몇 시간이고 그리고 있다던지
약간 나기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에는 목숨이 걸린 것처럼 몰두해
적어도 그러고 있는 동안에는 불안감은 피할 수 있거든
그렇게 뭔가 스스로 극복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 자체는 좋은 시도라고 칭찬받기는 했는데
아마 심리사님은 나기의 존재를 모르니까 한 얘기였던 것 같아.
그런데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일을 처리해나가는 그런 능력은 딱히 떨어지지 않았어
여전히 내 일은 충분히 해나갈 수 있어
오히려 팀 내에서 나보다 많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딱히 사리분별을 못하게 됐다거나 하는 건 아냐
그냥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 뿐이야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이나 행동들이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서 날 괴롭히고 또 다른 불안의 씨앗이 되는 거야
그런 연쇄반응의 유일한 예외상황이 방송이나 캐스 등으로 나기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 뿐이야
그 때만큼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침착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평범하게 얘기할 수 있어
결론적으로 상담 후에 판정은
범불안장애, 거기서 촉발되는 경계선 인격장애와 우울증
...어 시발 지금 보니 진단명이 세개네?
나중에 집에 와서 위키백과에서 진단 기준이라든지 행동 양상 같은 걸 찾아보니까 확실히 맞는 것 같다
확실히 전문가로구나 하는 느낌이었어.
특히 이 항목에서는 굉장히 많이 찔리더라
- 자해행동(self-damaging behavior)(예, 졸업 직전에 중퇴, 치료가 잘 진행되는 것을 의논한 후 심하게 퇴행 등)을 보이며, 강렬한 애정을 느끼는 상대방이 어떠한 요구를 거절하면 심한 분노를 느낀다.
그래서 앞으로 치료상담도 받기로 했어
근데 오늘도 잠 못자고 똥글싸고 있죠 시발
혹시 판붕이들 중에도 자기 마음 때문에 괴로운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적당히 친구나 아니면 여자친구 정도로 고쳐서 상담을 받아봐도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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