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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이는 날씨...살려면 일해야"...폭염 뚫고 일하는 사람들[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07 11: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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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건설 공사 현장에 제빙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그나마 오늘이 나은 편이야, 어제는 쪄 죽는 줄 알았어"
체감 온도 35도를 훌쩍 웃돌며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 6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건설 공사 현장. 이른 점심을 먹은 노동자들이 뙤약볕을 피해 현장 맞은편에 있는 그늘 아래로 몰려 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줄담배를 피거나 몸을 누인채로 "사람 죽이는 날씨"라고 입을 모았다. 안전화와 작업복 바지가 흙으로 얼룩진 채 목덜미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모습이었다.

이들은 현장 임시 휴게실도 한증막 같아 주로 그늘 아래서 쉰다고 했다. 작업 중간중간 공사장 입구에 설치된 제빙기에서 얼음에 의지해 더위를 식혀야 한다. 이 현장에서 청소 일을 한지 일주일이 된 50대 A씨는 "올해는 유독 더운 것 같은데 경기가 안 좋아 일을 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각자 요령 있게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특보 발효 시 매시간 10~15분씩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세웠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현장에 따라 이를 지키기는 어려운 경우도 많다. 60대 강모씨는 "이런 날씨에는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여기 공사장도 내부 사정으로 2주 쉬어서 한시가 급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보장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전국 사망자 14명... 온열질환 노출된 야외 노동자
7일 행정안전부(행안부)에 따르면 전국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지난 5월 20일부터 이날까지 누적된 온열질환자는 1810명으로 이 중 17명이 사망했다. 행안부는 지난 7월 31일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으로 상향한 바 있다.

40대 환경공무관 B씨는 "요즘에는 땀이 너무 많이 나 하루에도 샤워를 몇 번씩 하는지 모르겠다"며 "햇빛이 너무 강해서 팔토시나 마스크를 하면 탈진이 될 정도로 더워서 고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형광색 합성 소재의 환경공무관 유니폼을 가르키며 "두껍고 땀 배출도 안돼 얇고 시원한 소재로 바꾸자고 건의했지만 개선해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9호선 당산역 인근 아파트에 신선 제품을 배송하는 택배기사 50대 송모씨도 "더워서 쉬고 싶어도, 배송 시간이 있으니 그만큼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휴식 시간을 보장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도 일이니까 더위를 참고 해야지 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휴이동노동자쉼터 서초 쉼터'에서 이동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주원규 기자
이동노동자 쉼터 찾아가보니... "전국 확대됐으면"
서울시는 주로 야외에서 일하는 이동노동자들에 대한 폭염 대책으로 쉼터를 설치하고 있다. 서울의 이동노동자 쉼터는 서초·북창·합정·상암·녹번 등 서울시가 마련한 거점형 쉼터 5곳과 강남·서대문구 등이 운영하는 구립 이동노동자 쉼터 6곳 등 모두 11곳이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혹한기에만 운영했던 '찾아가는 이동노동자 쉼터'도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휴이동노동자쉼터 서초 쉼터'를 방문해보니 더위에 지친 대리기사나 배달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배달플랫폼 하청 업체 소속인 배달기사 이모씨(38)는 "머리가 아플 정도의 더위에 배달을 하다보면 옆에서 대형차만 지나가도 열기가 뜨거워 견디기 힘들다"며 "서울 곳곳에서 배달을 해봤는데 강남 지역이 쉼터가 있어 그나마 폭염을 버틸만하다,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동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쉼터의 갯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일부 지역의 라이더만 이용할 수 있다"며 "지자체에만 책임을 미룰 것이 아니라 배달 플랫폼도 책임을 지고 쉼터 설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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