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좋은 재판의 추억과 기대[부장판사 출신 김태형 변호사의 알쏭달쏭 소년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10 09:00:22
조회 133 추천 0 댓글 0
재판 진행 연습의 필요성
간접경험의 한계
소년재판의 단상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파이낸셜뉴스]
재판 진행 연습의 필요성

나는 2007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17년간 재판 업무를 하다가 2024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공직을 마치게 되었다. 법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수많은 재판 업무를 담당하였지만 아무리 재판 준비를 잘하더라도 재판 당사자의 심정을 100%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재판은 법정이라는 곳에서 재판 당사자가 어떠한 주장을 하고, 그 주장에 대해 재판 당사자들끼리 서로 다른 얘기를 한다면 증거를 통해 누구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사실 확정 단계)을 거친 후 확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법령과 판례를 적용하여 그에 맡는 결론(판결, 결정 및 심판 등)을 내는 과정이다. 그 복잡하고 긴 과정을 하나하나 논리적 순서에 맞게 풀어나가는 것이 재판장이 할 일이다. 재판을 진행함에 있어 재판 당사자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어떤 증거가 제출되었는지 등은 당연히 재판에 앞서 재판장이 숙지하고 있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와 같은 재판 준비만으로는 좋은 재판이 될 수 없다. 아무리 기록을 잘 숙지하고 있어도 재판 당사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재판장은 미숙한 재판장이 된다. 예를 들어 법정 내에서 마이크 사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재판 당사자는 재판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지 못한다. 또한 말이 너무 빨라도 그렇다. 나아가 마이크 사용을 제대로 했더라도 재판 당사자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기록만 보면서 재판을 진행한다면 재판 당사자들의 절차적 만족감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재판 기록의 숙지 못지않게 소통 기술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재판 당사자들에게 명확하게 의사 전달이 될 수 있도록 호흡과 발성 연습도 필요하고, 자연스런 눈 맞춤도 연습도 필요하다. 그냥 본인이 편한대로 습관대로만 진행하다보면 재판 절차 진행은 점점 더 부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다. 나의 경우 예전에 방송을 한 경험이 있어 발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재판 진행 중 기록을 자주 보는 습관이 있었고, 재판 당사자의 발언 시 눈맞춤 시간이 너무 짧았던 문제점을 발견하고 나서는 이를 고치기 위해 사무실에서 혼자 재판 진행을 연습해 보기도 했었다.

간접경험의 한계
이러한 재판 진행 연습이 빛을 발했던 때가 수원가정법원에서 가사재판·소년재판 업무를 담당했을 때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부끄럽지만 2020년 경기지방변호사회로부터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정법원은 다른 법원과 달리 재판 당사자들에 대한 법원의 후견적·복지적 기능이 꼭 필요한 법원이다. 사실 간접 경험을 통해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최소한 어느 정도의 혼인 기간을 거쳐 결혼 생활이 가져다주는 행복, 책임감 및 고단함 등 각종 희노애락을 겪어 보아야만 가정법원에서 다루는 특수한 사건들의 내용 그리고 그 재판 당사자들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리지 스토리(Marriage Story)란 영화를 보면 이혼을 경험한 여자 변호사가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에게 상담을 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여자 주인공은 그 변호사 역시 이혼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속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오픈하게 된다. 주인공 남성 역시 중간에 등장한 4번의 이혼을 겪은 새로운 변호사를 만나고 나서야 이제야 정말 자신의 상황을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고 안도한다. 가정법원에서 다루는 이혼사건, 상속재산분할심판, 후견사건, 가정보호사건, 아동보호사건 및 소년심판 등은 법률이 적용되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그 이외에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부분이 다른 재판보다 훨씬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법 이론은 이해하고 적용하면 그만이지만 감정을 다루는 영역은 공감을 느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차이가 크다. 그런 면에서 아동보호재판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판사가, 소년재판은 청소년기 이상의 자녀들을 두고 있는 판사가, 가정보호재판은 적어도 배우자와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해본 판사가 재판장으로서 적합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소년재판의 단상
소년부 판사가 2명밖에 없었던 2019년 수원가정법원의 경우 한 해에 소년재판 사건만 6000건이 넘었으므로 소년부 판사 한 명당 1년간 300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해야 했다. 따라서 소년부 판사가 자신이 맡은 사건들에 등장하는 비행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 아이들의 인생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했다. 다만 소년부 판사로서 그 소년에 대한 조사, 처분 및 집행감독을 통해 그 소년의 인생에 일정한 방향을 설정해 줄 수는 있었다. 일단 각 비행소년에게 알맞은 길(Path)을 선별하여 주고, 실제 소년이 그 길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는 보호자, 위탁보호위원, 6호 시설 또는 소년원 등 각 집행기관이 확인하고 도와줘야 했었다. 만약 그 길이 그 비행소년에게 맞지 않는 경우 소년부 판사는 직권으로 또는 관계기관의 요청으로 처분변경을 통해 비행소년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곤 했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소년부 판사가 소년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비행소년 및 보호자도 소년부 판사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비행소년과 보호자의 신뢰는 법정에서 소년부 판사가 보여주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너무나 많은 사건 수 때문에 결국 시스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판사라 해도 소년재판을 함에 있어서는 항상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재판을 받는 소년들과 보호자들은 판사의 마음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여러 병원을 다니다 보면 환자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들을 가끔 보게 된다. 그때의 불편한 마음을 알았기에 나는 소년재판 진행 당시 짧은 시간이더라도 항상 법정에 선 비행소년과 보호자의 눈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비행소년이나 보호자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더라도 일단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주었다. 아직까지 소년재판 사건을 수임하여 보조인으로 법정에 서 보지는 못했는데 훗날 소년재판 사건을 맡게 된다면 따뜻하고 열린 마음의 재판장을 만나고 싶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두 눈을 의심, 남녀가 계곡서 옷 벗고 서로..." 충격 제보▶ "뚱뚱해서 힘들다" 아내가 성관계 대가로 요구한 금액이...▶ 유명 국악인, 미성년자 제자와 그 어머니까지...경악▶ 서울서 혼자 살던 3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부검 해보니..▶ '60억 기부' 션, 연예계 활동도 안하는데 돈 어디서 났을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예인하면 더 인기 많을 것 같은 스포츠 스타는? 운영자 24/09/16 - -
13602 주거침입하려다 붙잡힌 배달 기사, 여성 추행 정황도 발각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46 0
13601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열린다…대법, 검찰 항고 기각 [7]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2760 3
13600 검찰,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상고...권오수·전주도 상고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6 0
13599 경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남현희 불송치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7 0
13598 반복되는 '명절 쓰레기'...말뿐인 '과대 포장' 규제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0 0
13597 마약류 치료받는 2030 급증... “범부처 컨트롤타워 마련해야” [15]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285 2
13596 법무부·검찰 2인자에 김석우, 이진동…대검검사급 인사 단행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5 0
13595 정점 향하는 검찰 '티메프' 전담수사팀, 핵심 구영배 대표도 소환할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8 0
13594 물리치료사에게 깁스 제거 지시한 60대 정형외과 의사, 벌금형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48 0
13593 알몸으로 문 앞에 선 20대 남성... 마약류 투약 의심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57 1
13592 [속보] 법무부 차관에 김석우…대검 차장검사 이진동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4 0
13591 경찰, 북한 오물 풍선 화재 진압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42 0
13590 법무법인 세종, 성균관대 인공지능센터와 MOU[로펌소식]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40 0
13589 티메프 대표 檢출석...류광진"정산지연 징후 없었어, 뱅크런이 원인"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2 0
13588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 취임 "일선 형사부 대폭 강화, 바람 앞에도 흔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6 0
13587 인권위 "시각장애인 경찰조사 때 적합한 소통수단 제공해야"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4 0
13586 경찰 내년도 예산 4.2% 증액...딥페이크 예산 확대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41 0
13585 '무면허 킥보드' 린가드, 어제 경찰 출석…범칙금 19만원 [5]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647 2
13584 배우 유아인 동성 성폭행 사건 무혐의 처분…"증거불충분" [13]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843 1
13583 부친 살해 후 물탱크에 유기한 아들…징역 15년 확정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54 0
13582 추석 연휴 서울 일평균 112 신고, 전년대비 2.5% 늘어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7 0
13581 화상 참고인 조사·내 사건 인터넷 조회 시대 열린다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9 37 0
13580 구글에 물린 EU 반독점 과징금 2조원... 법원서 '취소'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8 84 0
13579 "장기 해외 체류자 주소지 '주민센터'로 송달된 과징금 무효"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8 91 0
13578 '도이치 전주 유죄·최재영 수심위'... 고민 깊어진 검찰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8 92 0
13577 추석연휴, 어선충돌·역주행·프로야구 온열환자 등 사건·사고 속출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8 85 0
13576 올 추석 교통사고 40% 이상 감소 [1]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8 101 0
13575 [현장르포] 수능 두 달 앞둔 학원가... 의대 증원 잡음에 수험생들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8 88 0
13574 닻 올린 심우정호…검찰개혁·정치권 수사 등 과제 산적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8 84 0
13573 처벌법 없어 무죄 선고받은 딥페이크 성착취범, "형사보상금 달라"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8 87 0
13572 "수영장 직원이 알몸 훔쳐봐" 허위글 올린 경찰관, 벌금형 확정 [2]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8 179 2
13571 추석 당일 전국 응급실 407곳 운영…"경증 환자 응급실 방문 자제"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146 0
13570 경찰, '무면허 킥보드 의혹' FC서울 린가드 내사 [1]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219 0
13569 스웨덴 외교관, 4년만에 평양 복귀…서방국 중 처음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135 0
13568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10년간 건보재정 3조 빼돌려 [1]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227 0
13567 3년7개월간 아동 성착취물 제작·유포 4000여명 검거…구속은 260 [69]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10062 7
13566 '신림동 흉기난동' 모방 미수 10대, 2심서 감형 [33]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8002 6
13565 유상임 장관 IAEA 총회 참석…"한국 원자력 위상 강화"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111 0
13564 스쿨존 부상 어린이 지난해 523명…음주운전 사고 증가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106 1
13563 청주 경부고속도로서 6중 추돌사고…18명 중경상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128 1
13562 5년간 뺑소니로 420명 사망…가해자 절반 음주·무면허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116 0
13561 코인 직거래에 위조지폐 2억 건넨 일당, 구속영장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119 0
13560 본격적인 귀경길 정체…부산→서울 10시간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115 0
13559 [내일날씨] 연휴 마지막날 소나기…낮 최고 34도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110 0
13558 직장 동기 스토킹이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신당역 사건 2주년 [28]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7 7915 5
13557 "파산 가능성 여전"…티메프, 회생 성공 시나리오는 [18]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6 7352 1
13556 손가락 잘렸는데 100km 떨어진 곳에서 치료...추석 의료공백 노출 [3]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5 318 0
13555 추석 연휴 둘째 날 도로 정체 몸살....서울→부산 7시간30분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5 184 0
13554 법주사 주지스님 몰던 차량에...고향 찾은 30대 치여 숨져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5 238 0
13553 막말에 빠진 국회…尹정부서 "양당 논평 공격성 3배 급증"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5 17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