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단말기가 고장나면서 급락하는 주가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폭언들 듣고 쓰러져 숨진 증권사 직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최근 A씨(사망 당시 59세)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05년부터 증권사에서 주식 매매 및 금융상품 판매 업무를 담당해 온 A씨는 지난 2021년 5월 11일 오전 9시 20분쯤 출근 후 업무를 수행하던 중 의자에서 쓰러져 이튿날 숨졌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이었다.
A씨가 쓰러진 날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B업체의 상장일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7시 40분 출근해 개장 전부터 주식 매매를 준비했다.
개장과 동시에 B업체 주가가 30% 이상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A씨는 급히 매매 주문을 하려 했으나, 단말기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주문을 제때 처리하지 못했다.
당시 A씨의 상사는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고하는 A씨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 이에 A씨는 "지금 완전 지친 상태다", "지금 주문 단말기가 뻑이 나고 다 난리다"라는 답장을 보낸 뒤, 몇 분 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부지급 처분했다. 이에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업무로 인한 과로, 급격한 스트레스가 고인의 지병인 변이형협심증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급성심근경색에 이르렀고, 그 결과 고인이 사망했다"며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3년 심장마비로 쓰러져 변이형협심증(심장 혈관이 수축해 혈류가 감소하는 질환) 진단을 받고 건강 관리를 해왔다. 재판부는 A씨의 평균 근로 시간은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업무가 급격히 늘고, 업무 관련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사고가 발생한 2021년 4~5월에는 공모주 청약이 여러 건 진행되면서 평소보다 주식 주문 건수가 10~20배 증가했고, 고객 상담 및 문의도 급증해 업무량이 대폭 늘어난 상황이었다. 여기에 당일 벌어진 사건이 A씨에게 큰 심적 부담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말기 고장, 상사의 폭언 등은 고인에게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 당혹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고,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고인이 쓰러진 것이 그 직후인 바, 시간적 근접성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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