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당시 상황이 찍힌 동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혐의를 받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3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운전자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밤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주거지 인근에 도착하자 택시 기사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며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택시기사로부터 "여기서 내리면 되냐"는 질문을 받자 갑자기 욕설을 하면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며칠 뒤 택시기사와 합의한 후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택시 운전석에 안자 있는 상태에서 폭행을 당한 것이 아니라 택시에서 하차해 이 전 차관을 깨우는 과정에서 폭행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해 달라고 한 혐의도 있다.
이에 대해 1심은 이 전 차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잠시 멈춘 택시에서 기사를 폭행한 것은 교통사고를 유발해 제3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감경받기 위해 증거인멸 교사까지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폭행 혐의는 물론이고, 택시 블랙박스 동영상 삭제 요청과 택시기사의 삭제 행위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2심은 "이 전 차관이 피해자에게 동영상 삭제를 요청한 것은 방어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한편 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직 서초경찰서 경찰관 A씨에게는 1·2심, 대법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A씨는 동영상의 존재를 파악해 시청하고도 기존 수사보고서 내용을 변경하거나 다시 수사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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