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안철상(66·사법연수원 15기)·민유숙(58·18기) 대법관이 내년 1월 1일 대법원을 떠나면서 대법관 13명 중 2명의 자리에 당장 공백이 생기게 됐다. 대법관 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 자리가 수개월의 공백 끝에 메꿔지며 후임 인선 절차도 늦어진 탓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대법관과 민 대법관이 법원을 떠나게 되지만 후임 인선 절차가 마무리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를 추리고 국회 동의 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1~2달간은 불완전한 체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대법관 제청권을 갖는 대법원장 자리가 여야의 대립으로 2달 넘게 공백이었던 영향이 크다. 대법관 2명의 동시 공백으로 재판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과 함께 후보자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인선 첫 단추인 대법관 제청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의 천거를 받는 절차를 마쳤다. 천거된 사람들 중 심사 동의자에 대해서는 학력, 주요 경력, 재산, 병역 등 정보를 공개하고 각계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후보자 3배수 이상을 추리면 , 대법원장이 이중 2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임명된다.
내년 초 퇴임하는 두 대법관 외에도 8월에는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 12월에는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임기가 각각 종료된다. 내년도 대법원 구성원이 대거 교체되는 만큼, 대법원의 이념 지형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는 두 대법관의 퇴임식이 진행됐다. 안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대법관의 임기를 마치고 38년간 법원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외부의 부당한 영향이나 내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수결의 원리가 지배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사법부에 부여된 헌법적 정당성의 근원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우리 사법부가 법적 평화를 통한 사회통합을 이루고,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민 대법관은 퇴임사를 통해 “6년 전 여성법관으로서의 정체성으로 대법관의 새로운 소명을 받아 직무를 시작한 이래 젠더 이슈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에 관한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했다”며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이 실제적으로 확인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 대법관은 사법부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법원은 급변하는 사회, 경제적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와 더불어 안으로는 일·가정 양립 및 조직 과 구성원들의 이해관계 조정 등 양측면의 도전을 받고 있다”면서도 “오늘 우리가 받는 안팎의 도전은 곧 법원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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