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와 당시 군수업체의 배상 책임 여부를 묻는 재판에서 대법원이 또다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피해자들의 승소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배상 문제를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배상을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대신 지급키로 한 상황이다. 생존 피해자중 일부는 해당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고(故)김옥순 할머니 등 여자정신근로대 5명과 유족들이 일제강점기 때 군수업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5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본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같은 날 유사한 쟁점의 사건 2건도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3건 모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후지코시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3건의 원고 23명(피해자 기준) 가운데 현재 생존한 피해자들은 8명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고 중 한 명인 김옥순 할머니는 2020년 세상을 떠났다.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후지코시를 상대로 일본 도야마지방재판소에 손해금과 위자료 지급, 사죄를 요구하는 소송을 처음 낸 시점이 2003년 4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1년 만에 대법원의 결론이 나온 셈이다. 대법원 판결로 후지코시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위자료 등과 함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일본 기업들이 배상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은 미지수다. 우리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대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1929년부터 1932년 사이에 한반도에서 태어나 군산, 목포, 광주, 서울, 대구 등에서 거주하던 김 할머니 등은 만 12세~15세 때인 1944년~1945년 후지코시의 도야마 공장에 강제 동원돼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당시 공장에서 하루 10~12시간가량 비행기 부품이나 폭탄을 만드는 일을 담당했지만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와 후지코시의 기망, 회유, 협박에 의해 근로정신대에 지원하거나 강제 연행되어 강제노동을 했다면서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의 손해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 사법부도 후지코시가 피해자들을 모집할 때 기망, 협박 등의 위법적인 권유가 있었다는 점과 열악한 환경에서 중노동을 강요했다는 점,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면서 강제노동 경위, 청구권 협정 관련 등에 대해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이후의 다른 피해자들이 제기한 비슷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봤다. 또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이미 소멸했다는 일본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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