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입대를 피하려다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게 무거운 형이 선고되며 오히려 현역 입대를 면제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내·외부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현역병 입영을 피하려다 재판에 넘겨져 최근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A씨의 태도 불량 등을 이유로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A씨는 더 무거운 형을 받음으로써 사실상 현역병 면제라는 혜택을 얻게 됐다.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의 경우 '보충역에 편입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보충역으로 편입되면 통상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다. 태도 불량 등으로 비교적 높은 형을 선고받은 점이 오히려 현역병 입대를 피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검찰은 문제 제기에 나섰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이종욱(29·변호사시험 11회) 초임 검사는 해당 사건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고 항소 이유서에 이 같은 문제점을 기재했다.
또 이 검사는 이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구형에 관한 검찰 사건처리 기준 개정, 구형에 활용한 표준 의견서, 병역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했다.
이 검사는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판사들이 이런 규정이 있는 것을 간과하고 중한 형을 선고하면 사실상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선고 전에 병역법 시행령 규정을 설명하고, 이를 유의해서 선고해야 한다는 표준 의견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영 기피 사건에서 법원에 병역법 규정을 적극 설명해 병역 면제를 피해 가면서 실형을 이끌어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병역법 시행령은 징역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받은 사람에 대해 사실상 병역 면제인 '전시근로역'에 편입하는데,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 선고를 끌어낸 것이다.
입영 기피사범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2023년 10월 서울중앙지법 기준 입영 기피사범에게 실형이 선고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 검사는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징역 1년 6개월 이상이 나오면 병역이 아예 면제된다는 점을 적극 설명했다. 처벌의 측면과 행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구형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정의와 상식에 맞게 국민 뒤에서 힘이 될 수 있는 검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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