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콘서트 티켓, 휴대전화 등 중고거래 사기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특정 범죄조직이 대포통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대포통장은 여러 저신용등급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미끼로 명의를 빌려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들은 현재 전국 여러 경찰서에 건별로 분산돼 있어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피해자들 관련 사건들을 하나로 병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기 배후엔 '범죄조직' 정황
1월 31일 경찰에 따르면 충북 충주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20대 초반 A씨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트위터 등을 이용해 일본 밴드 킹누(King Gnu)의 첫 단독 내한공연 콘서트 등 공연 티켓을 판매한다고 글을 올린 뒤 돈만 입금받고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중고거래플랫폼을 이용해 오토바이, 휴대전화 등 물품을 판매한다는 거짓 게시글을 올려 피해자들의 돈을 편취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40건의 피해신고를 접수해 피해 액수를 1900만원으로 파악했다.
문제는 A씨 등 중고거래 피의자들이 통장을 대여해준 명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저금리 대출광고를 통해 연결된 신원불상의 대출업자에게서 인터넷 은행의 모임 통장 등을 만들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통장을 만들어 줬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피해자들은 사건의 배후에 중고거래 범죄조직이 있다는 정황까지 포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A씨가 올린 중고거래 게시물의 사진이 다른 중고거래 사기 피의자들이 올린 사진과 유사하고 이들의 계좌 번호들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이들이 하나의 조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범죄조직이 대출을 미끼로 저신용등급자들을 끌어들여 대포통장을 여럿 개설한 뒤 트위터, 당근, 번개장터 등 여러 플랫폼에 허위 중고거래 게시글을 올려 이들 통장으로 입금받은 것으로 피해자들이 보고 있다.
건별로 분산돼 수사 '지지부진'
따라서 수사가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관련 사건을 하나로 병합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피해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관련 사기 사건들은 피해금이 입금된 통장의 명의자를 대상으로 신고가 접수되면서 전국의 여러 경찰서에 분산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경찰서는 사건이 이송 기준에 해당하면 사건을 이송하고 국가수사본부 병합 지침이 있으면 병합 수사한다"며 "계좌 명의자만 다르고 동일한 범행인 것이 확인되면 병합 요청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 신고가 들어간 상태에서 범죄에 이용된 통장을 바로 정지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사기특별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같이 발생과 동시에 사기임이 명백한 경우에만 계좌를 정지할 수 있다. 중고거래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인증된 거래처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인 간 중고거래를 할 경우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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