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가유공자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사실혼 관계를 맺은 것을 신고하지 않고 계속해서 보훈급여금을 수령했더라도 유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신고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지난달 11일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74년 6월 배우자가 북한 경비함과 교전 중 사망한 뒤 1986년 5월 국가유공자 배우자로 등록되면서 매달 보훈급여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A씨는 1995년 4월 다른 이와 사실혼 관계에 들어갔는데도, 2012년 1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63차례에 걸쳐 매달 130~170만원씩 모두 1억2800여만원의 보훈 급여금을 수령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옛 국가유공자법은 국가유공자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국가유공자의 가족에 해당하지 않게 되면 국가보훈처장에게 즉시 신고토록 하고 있다.
1심은 A씨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을 받았다 면서도 고령인 점을 감안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2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유공자법에서 형사처벌 대상으로 적시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상을 받는 행위’가 주관적으로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임을 인식하면서 받을 수 없는 보상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을 말한다는 기존 판례에 주목했다.
다른 사람과 사실혼으로 ‘국가유공자 가족 제외’라는 신고 사유가 발생했음을 알면서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A씨는 사실혼 관계를 형성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을 뿐이며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보상금을 수령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1심의 유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 판단에는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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