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의 갑질을 주장하며 사망한 박모씨 1주기 기자회견에서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해고 경비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관리소장의 갑질을 주장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경비원 박모씨 사망 1주기를 맞아 동료 경비원들이 책임자들의 사과와 해고 노동자 복직을 촉구했다.
선경아파트에서 일하다 해고된 경비원들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14일 아파트 앞에서 '박모씨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1년 전 안타깝게 사망한 고인을 괴롭힌 관리소장이 아직 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관리소장 사퇴와 부당하게 해고된 경비 노동자의 복직을 요구했다.
앞서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경비원 76명 중 44명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하며 이들을 해고했다.
박씨와 동료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말 일자리를 잃은 조복남씨(72)는 "지난해 1월부터 근무하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관리소장으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박 반장이 투신했다"며 "그럼에도 안 소장은 여전히 버티고 있지만 경비원 44명은 거리로 내몰려 뿔뿔이 흩어졌다"고 토로했다.
김정현 노동도시연대 운영위원은 "'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 시정을 요구했지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진정성 있게 경비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 적이 없다"며 "경비원 문제가 제기됐을 때 관리소장을 교체하는 척하다가 유급휴가 후 슬그머니 복직시켰다"고 비판했다.
관리소장 갑질 문제를 항의했던 경비원이 재판을 받게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모씨 사망 후 관리소장을 항의 방문한 경비대장은 모욕죄 혐의로 내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최종연 변호사는 "대표로 항의한 경비원이 재판을 받고, 동료 경비원들은 여전히 해고 상태에 놓여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고인이 숨진 아파트 단지를 찾아 국화를 놓고 묵념했다.
선경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박씨는 지난해 3월 14일 '관리소장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동료들에게 전송한 뒤 아파트 9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박씨 사망 사건을 수사했지만 관리반장에 대해 범죄 혐의점이 없고 갑질 문제는 경찰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지난해 6월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인식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을 행한 것으로 판단돼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같은 해 11월 유족들이 신청한 산업재해 유족연금 지급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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