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김치는,
언제 제조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고, 김치통 뚜껑을 여는 순간 온 집안에
시큼한 냄새를 뿌리며 " 나 좀 마이 묵었소.." 하던 김치 반포기를 절단한 모습입니다.

이거 이거~볶아먹으면 죽이겠는데!!!

혼자 기뻐하며 꼬소~한 참기름과 달달한 설탕을 아낌없이 넣고 프라이팬에
정성껏 볶았습니다. 슬슬 올라오는 맛있는 냄새...
같은 건 없고 무슨 ddong냄새가 나더군요. 어디서 나는 드런 냄샌가
하고 간을 보려 한수저 떠먹었는데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맛과 향이 나서
전량 폐기!!!
어머니의 말씀으론 이 김치가 미쳤답니다. 씻궈서 먹어야 할 거 같다고..
암만 씻궈서 줘도 다신 먹지 않으리라 다짐을 합니다..



위 김치는,
얼마전 엄니가 하시고 나서 그냥 넉다운 되셨던,
전쟁과도 같은 김장의 날 제조된 김치의 맛깔나는 모습입니다.
후딱 빨리 익으라고 내놓았던 김치가 기가~~막히게 익어주었길래 미친 김치를
얼른 버려버리고 다시 소중한 참기름과 설탕, 고추장도 약간 첨가해 들들들
볶아줍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먹기 위해!!!
그 뭐시냐..술집에 가면 옛날 도시락이라고 몇천원 받으면서 안에 김치 볶은 거 찔끔,
계란 하나, 잔멸치 몇개 넣고 파는 걸 먹어봤는데, 그게 술기운에 먹어서 그런가
참 맛있더군요. 들어간 거 별 거 없는데 맛있다고 느끼는 걸 보면 늘 취중에 먹었던 거 같습니다.
암튼 그게 생각이 나길래 달달 볶은 김치에, 갓 지은 쌀밥에, 그리고
좋아하는 후추를 톡톡 뿌린 계란후라이 한 장 추가해 요래 쎄팅을 해줍니다.



별 거 아닌 한끼 하는데 김치 때문에 시간 잡아먹은 게 억울해서 바로 먹진 않고,
사진 하나 더 찍으며 조금 기다리게 해준 후 마구 비벼 해치웠습니다.
사정 안봐주고 거칠게 비빈 사진은 너무 처참해서 생략했습니다.


한 끼 때우고 나니 어릴 적 도시락 싸다닐 때 보온도시락에 싸가던 김치볶음도 생각나더군요.
뚜껑을 열면 맺혀있던 물방울, 그리고 푹~ 퍼진 김치볶음..
포크수저로 양껏 떠서 뜨신 밥에 비벼 먹으면 얼마나 맛있던지..ㅎ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이쁘게 포장되는 어린 날의 기억..
그 땐 어쩜 햄쪼가리나 꼬마돈까스가 아닌 김치볶음이 창피하고 싫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그냥 그 때 그 반쯤 식은 도시락이 정말 맛있었다고 포장하고 싶습니다.ㅎㅎ

이상,
서울남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