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사이드 서비스(레스토랑에서 직원이 테이블 옆에 와서 손님이 보는 앞에서 음식의 마무리 작업을 하며 서빙하는 것)를 좋아하는지라 사이드 테이블도 덩달아 좋아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공간이 그대로 돈과 직결되는 곳이라면 조그만 테이블 하나 더 배치해서 외투나 가방을 놓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꽤 고마운 일이니까요.
이 카페 역시 사이드 테이블처럼 조그마한 공간에서 약간의 여유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남동 소규모 카페(와 라멘 가게)들 상당수가 그렇듯 반지하 공간에 수줍게 위치해 있습니다.
그나마 여기는 야외에 깔아놓은 테이블 덕에 못보고 지나칠 일은 없겠네요.
하지만 사이드 테이블 카페의 특징적인 공간은 따로 있습니다.
카페 옆의 자투리 공간, 아마도 가정집 반지하 베란다나 뭐 그런 비슷한 공간 아니었을까 싶은데 따로 테이블 세 개가 들어가며 아지트 느낌을 자아냅니다.
사람 많을 때는 두 시간 제한이 있어서 죽치고 앉아있지는 못하겠지만 만석이 아닐 때는 구석에 노트북 펼쳐놓고 도심 속에서 숨바꼭질하듯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루피시아 에이드와 플레인 크로플.
크로플이 이 집 대표메뉴라서 주문하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크로플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맛이 없어서라기보다 크로아상 특유의 그 풍성한 느낌을 강제로 찌부러트린 셈이라 진짜 제대로 만든 크로아상과 대충 공장제 냉동생지 구워 만든 크로아상의 차이가 확 좁혀지거든요.
뻥튀기 쌀튀밥을 꾹 눌러서 바삭한 식감을 죽인 걸 먹는 느낌이랄까요. 어쩌다 한 번은 재미삼아 먹지만 진지하게 먹는 건 아닙니다.
사장님한테 "크로아상도 좀 팔아주시믄 안될까요"했는데 크로아상 단품은 워낙 안팔리고 배리에이션 넣자니 샌드위치밖에 없는데 크로플쪽에 집중하는게 회전율이나 마진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메리카노에 크로아상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래도 루피시아 에이드는 맛있습니다.
홍차에 본격적으로 입문을 시작한게 루피시아 사쿠란보 사이다 냉침이었는데 추억이 되살아나는 맛이랄까요.
사이다 냉침보다 좀 더 고오급 스러운 맛. 사쿠란보 냉침이 그리워지면 굳이 홍차 사서 사이다에 묵힐 필요 없을 듯 합니다.
옛날에 루피시아가 압구정에 있을 때는 그래도 접근성이 나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철수한 후로는 그냥 잘하는 카페에서 가끔 한 잔씩 사먹는 편을 선호합니다.
르뱅 쿠키와 에스프레소 조합도 괜찮습니다.
십여 년 전 서브웨이에서 사이드메뉴로 나오는 화이트 초코칩 마카다미아 쿠키에 맛들린 이후로 눈에 보일 때마다 사먹곤 하는데 사이드 테이블 카페의 화이트 초코칩 마카다미아 쿠키는 말차를 섞어서 그 씁쓸한 맛이 단맛, 고소한 맛과 잘 어우러지는게 좋습니다.
다음에 집에서 쿠키 구울 때 참고해서 한 번 만들어 봐야겠네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건 세상에서 동떨어진 것 마냥 차 한잔 마시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거나 영화 한 편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형 카페의 널찍한 공간도 나쁘지 않지만 이렇게 작은 상자에 몸을 쑤셔넣은 고양이 기분을 내는 것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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