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겨우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가 되었습니다. 이러다 조금 있으면 푹푹 찌는 여름날씨가 될테니 그 전에 산책을 미리 해두는 게 좋지요.

오늘도 연남동을 어슬렁거리다가 들어간 커피리브레.

리브레는 아마도 중남미 스타일의 프로레슬링인 '루차 리브레'에서 따온 가게명일듯 하네요.

가게 문 앞에 루차 리브레에서 활동하는 레슬러들이 복면이 커다랗게 걸려 있습니다.

왠지 타코집 분위기 인테_리어를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한약방 약재 서랍을 재활용해서 만든 디스플레이가 눈에 띕니다.

1층은 공간이 좀 협소한 관계로 일단 주문부터 한 다음엔 2층으로 고고.

2층은 대충 이런 느낌. 층고가 높아서 그런지 훨씬 개방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루차도르 마스카라(복면) 그림이 커다랗게 전시되어 있는 게, 팝아트 갤러리 느낌도 납니다.

하지만 가게 내부보다도 가게 이웃집 꽃나무를 배경삼아 커피를 마시는게 주 목적입니다.

연남동 산책로에 벚꽃이 거의 절반쯤 피었네요. 이제 다음 주 정도면 꽃이 질테니 분분히 흩날리는 꽃잎 맞으며 커피 마시러 한 번 더 와야겠습니다.

잘 만들기 어려운데 굉장히 수준급으로 잘 만든 더치레몬소다.

커피에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레몬 셔벳을 타먹는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더치커피의 깔끔한 맛에 레몬 소르베의 상큼한 맛이 굉장히 잘 어우러집니다.

티스푼으로 레몬 소르베 한 입만 떠서 맛을 보고, 슬슬 휘저으면 거품이 뽀까뽀까 올라오면서 맥주거품 느낌으로 마실 수 있습니다.

티푸드로 곁들인 브릭토스트. 같은 동네의 타쿠미야 생식빵을 공급받아 만든거라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습니다.

근데 뭐랄까 참 애매한게, 예전에 리뷰했던 '조앤도슨'의 토스트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취향 씹어먹을만큼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라면 커피리브레의 브릭토스트는 "내 취향이라 엄청 맛있는데 이게 취향 아닌 사람들을 굴복시킬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아"라는 느낌.

토스트 말고도 마음에 드는 건 포크와 브레드나이프 말고도 버터나이프를 따로 하나 더 줬다는 점입니다.

물론 브레드나이프로 버터 바르는 데 아무런 문제는 없습니다만, 이렇게 전용 도구를 쓰는 충족감은 또 각별하거든요.

홍차 시럽 슬슬 뿌려서 버터 슥슥 바르고 더치 레몬소다와 함께 먹으면 꿀맛입니다.

이렇게 커피 한 잔 곁들인 휴일의 봄꽃 구경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