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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지만 음식사진은 있습니다. 알바님 굽신굽신....

과객(58.225) 2007.07.04 19:04:41
조회 2608 추천 0 댓글 14


글을 써 보는것은 오랜만입니다. 맨날 눈팅만 하다가....글이 상당히 기니까 읽기 싫으신 분들은 염치없지만 그냥 뒤로 눌러주세요. 사진은 언젠가 들렸었지만 정작 다른 음식을 시켜먹었던 베니건스표 아이스크림이에요. 그날 먹었던 음식 되게 맛없었는데.....그래서 그 후로 두번다시 베니건스는 안가게 됐어요.


예전에...그러니까 4년 전이죠. 좋아하게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스무살 때였는데, 그때가 유월 말이었나 그래서 한참 더워지기 시작할 때였어요. 서울 모처에서 만나기로 하고서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서 제 마음으로 들어와버린 겁니다. 어이가 없었죠. 그렇게 짝사랑이 시작된거였어요.

그 전에는 몰랐었어요. 말도 없고 외양에도 별 신경 안 쓰고 살던 쑥맥이라 그냥 가끔 안부전화라도 오면 옆에 있던 사람이 누구랑 통화하길래 그렇게 얼굴이 벌개지냐고 할 정도로 귀까지 빨개지고 가뭄에 콩나듯 문자 하나 날아오면 문자통이 꽉 차도록 지우지도 못했죠. 그렇게 가끔 만나고, 생각나면 또 가끔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도 듣고, 하루라도 생각안 한 날이 없었어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사람이었어요. 근데 처음에는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답답해져오더라구요. 저 사람은 그냥 생각날때 아무때나 편하게 나를 대할 수 있었는데 내게 그건 경천동지할 일이었거든요. 그리고 짝사랑이라는게...웃긴게 분명히 혼자 하면서도 커플 흉내는 다 내더란 말이죠. 상대방은 내가 어떤지 꿈에도 모르는데 나 혼자 오기도 부려봤다가 신경질도 냈다가 화도 냈다가 또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그렇게 어찌어찌 지내다보니 저는 스물 셋이 되었더라구요. 그리고 스물셋이 되었던 해 비슷한 계절에 저는 그 사람하고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그냥 커피숖에서요. 거기서 두런두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보게 된 거예요. 저는 3년째 짝사랑 중이라고 대답했고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저를 응원해줬어요. 지금 자기를 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편하게 그 사람을 대하면 분명히 받아줄 거라면서. 그래서 잠깐 정신이 나갔는지, 저는 그날 헤어지면서 그만 그 사람에게 다 말해버린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땅을 치고 후회하죠. 왜 그랬을까 하면서요. 근데 그 순간에는 어쩔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그 사람에게 대답을 기다리며 하루하고 반이 흐르는동안 전 불안하면서도 정말로 한편으론 행복했어요. 잘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었거든요. 결국 돌아온 대답은 미안하다는 거였어요. 한시간동안 전화통을 붙들고 엉엉 울었죠.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앞에 앉혀 두고요. 스물 셋이나 먹어갖고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요. 내가 왜 안되냐고 그렇게 생떼를 부렸던것 같습니다. 지금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지 상상조차 안 갑니다. 그저 얌전하고 가끔 전화 하면 언제나 반색이었던 아이가 생뚱맞게 그런 소릴 했으니 뜨악도 그런 뜨악이 없었을 거예요. 이해해요.

그 후로도 저는 그 사람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지냈답니다. 가끔 전화오면 목소리만 들어도 여전히 심장이 쿵쾅거리고, 그래도 친구놈들 붙들고 상담에 상담을 거듭한 끝에 내가 너무 성급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좀 친해지라고 조언을 들었어요. 그런데 전 몰랐던 거죠. 그 사람은 가끔 불쑥, 내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면서도 너무나 태연하게, 자기가 나한테 어떤 대답을 들려줬는지 잊어먹지도 않았으면서 불쑥, 진짜 편한 시간 아무때나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은것을 물어보거나 안부를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내가 고심에 고심을 해서 보낸 문자메세지 몇줄 따위야 바쁘면 잊어먹을수도 있는 그런 사람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내가 아, 이 사람은 나를 이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구나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될 즈음 마다 어떻게 아는지 잘 지내냐, 근처에 지나다가 생각나서 전화해봤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던 거예요.

물론 저는 처음에는 그렇게 아직 이어져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었죠. 아직 기회는 있는 거라고. 하지만 1년이란 시간이 더 지나는 동안 확실히 지쳐가더라고요. 제가 그 사람의 말을 다 듣고 난 후 내 얘기를 좀 하려고 하면 별로 듣고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게 대화를 단절시키는 그 태도가요. 그러면서도 지나가듯이 흘린 졸업식 날짜는 잊지 않아서 축하한다고 일러주는 자상함이라니. 그건, 내게 친절도 아니고 자상함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바로 어제도 전화가 와서 뭔가 물어볼게 있다고 대뜸 그러는 거예요. 이번에는 최소한의 상투적인 인사조차 없이. 내가 그것에 대해 잘 대답하지 못하니까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 지으면서 그때서야 잊었었다는듯이 그러는 겁니다.

"그래...아, 잘 지내지?"

그 말이 왜 그렇게 비참하게 들렸을까요. 나는 아직도, 볼 때마다 안타깝고 씁쓸한데 그 사람은, 제3자도 아니고 내가 말한 바로 그 당사자이면서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걸까요? 전 모질이처럼 내가 혹시라도 정신없는 통에 못 알아들은것인가 싶어 비슷한 단어로 그 사람이 내게 물어본것을 찾아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화가 나는거예요. 내가 아무렇지 않게 대한다고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줄 아나....내가 무슨 네이버야? 자기 편한 시간에 아무때나 물어보게. 그래서 그 사람한테 최후통첩을 했어요. 아까 이른 오후에요. 당신 스스로가 의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되게 잔인하다고. 난 당신이 뭐 물어보고 필요할때나 써먹으라고 있는 그런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앞으로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고요. 그런데 더 비참한 건요, 내 말을 듣고도 아무 대답도 없는 그 사람이에요. 그 사람은.....진짜로 그냥 아무렇지도 않나봐요.

다 알잖아요. 다 알았잖아요. 내가 자기를 좋아하기 시작했었다고 말한 때부터 지금까지 몇 년이 흘렀는지....아무리 거절했었더라도...그래도 알고는 있었잖아요. 그러면 그냥 빈말로라도 미안했다고 그런줄 몰랐다고 해주면 안 되는 거예요? ....내가 진짜 그 정도밖에 안 되었던 걸까요. 작년 오늘에 천일홍 꽃다발 건네주면서 생일날 이 꽃 선물받으면 행복해진다고 자기가 그랬으면서 왜 오늘 나는 그 사람한테 다신 마주치지 말자는 말을 하게 됐을까요.....왜요. 그 정도도 안 되게 여기고 있었으면서 왜 그동안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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