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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ica> 임진왜란, 그리고 명나라 군대의 식단

nasic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08.13 18:16:04
조회 3534 추천 0 댓글 7











소설 임진왜란, 김성한 작 (배경 : 1593년 조선 평양성) ------------------

 

그러나 문제는 먹을 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날은 하다 못해 북어꼬리에 술 한잔이라도 있어야 격에 맞을 것이 아닌가 ?  그런데 술은 고사하고 조밥도 부족해서 한사람에 계란보다 클 것도 없는 밥덩이 하나씩 돌아갔다.

 

역시 죽일 것은 조선 종자들이었다.  조선 땅에 들어온 후로는 식량은 조선의 책임이었다.  이 게을러빠진 것들이 어떻게 했길래 엄동설한에 싸우고 피를 흘린 용사들을 이렇게 굶긴단 말이냐 ?  자기들은, 적어도 조선의 임금이니 대신이니 하는 자들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계집의 엉덩이를 두드리고 술잔을 기울일 것이 아닌가 ?

 

생각할 수록 부아가 치밀었다.  이대로 있을 것인가 ?  말깨나 하는 병사들은 장수들을 찾아 한마디 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냐 ?

 

이여송도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그는 평안도 도순찰사 이원익을 불렀다.  그동안 평양과 순안 사이를 내왕하면서 식량 수송을 책임진 인물이었다.

 

"어째서 이 모양이오 ?"

 

이여송의 호통에 이원익은 할 말이 없었다.

 

"면목이 없습니다."

 

"약속은 지켜야 할 것이 아니오 ?"

 

조선 조정은 명군의 요구대로 그들에게 일정한 급식을 약속하였다.  장군들에 대해서는 각각 접반사가 따라붙어 특별한 대접을 하는 외에 천총, 파총 등 장교 이하 사병에 이르기까지 질서정연한 식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 장교들에 대해서는 천자호반(天字號飯)이라 하여 고기, XX, 채소, 자반 각 한접시, 밥 한그릇, 술 석 잔.

 

. 각 관아에서 파송되어 온 연락관에 대해서는 지자호반(地字號飯)이라 하여 고기, XX, 채소 각 한접시에 밥 한그릇.

 

. 일반 병사들에 대해서는 인자호반(人字號飯)이라 하여 XX와 소금에 절인 새우 각 한접시에 밥 한 그릇.

 

. 그들이 타는 말에 대해서도 규정이 있어 한끼에 콩 소두 한말, 풀 한단씩.  단 점심에는 삶은 콩을 소두로 4되.

 

의주에서 평양에 이르는 길에는 연속부절로 그들의 관원과 군인들이 내왕하였는데 각 역참에서도 이에 준하여 그들을 대접하기로 되어 있었다.

 

강압에 못 이겨 약속은 했으나 실천할 형편은 못 되었다.  소금에 절인 생선이나 새우 같은 것은 전부터 호남의 해안지방에서 거둬다 병량으로 사용 중이었고, 또 비축하여 둔 것도 얼마간 있었다.  이것을 명군에게 돌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선 육류가 문제였다.  난리통에 백성들은 흩어지고 제대로 가축을 기르는 집이 드물었다. 벽지를 돌아다니면서 돼지니 닭 같은 것을 애써 긁어모았으나 장군들을 대접하기도 빠듯했다.  장교들은 문서에만 있고 실지로는 상에 오르지 않는 고기반찬 때문에 불평이 그칠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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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내 작가들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뽑으라고 하면 위 소설을 쓰신 김성한 작가님을 가장 좋아합니다.  저는 문학적으로 뭐 분석하고 그럴 줄은 모르고요, 이 양반 역사 소설에는 뭔가 한국적인 해학이 있어요.  이 분이 쓰신 역사 소설은 엥간한 것은 다 읽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뭐가 또 있나 모르겠네요. 

 

아무튼, 저 위는 평양성 수복 직후 명나라 군대가 조선에게 식량 문제로 불평을 터뜨리는 장면입니다.  약소국의 설움이 절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들 하시겠지만,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소설을 읽어보면 (아마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평양성 탈환 작전에서 목이 베인 왜군 수천여명 중 절반 정도는 무고한 조선 백성이라는 것입니다.  즉, 명군이 피를 흘리고 성을 빼앗았으니, 그 성에서 뭔가 분탕질을 해야 하겠다는 것이지요.  약탈과 강간은 당연한 것이고, 없는 전과를 더 부풀리기 위해 엉뚱하게 조선 백성들의 목을 베어다 왜군의 목을 베었다고 보고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성 탈환 직후 조선군 지휘부를 장악하고 조선군은 절대 성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는군요. 

 

아는 분이, \'외국인에는 총 3종류가 있다, 왜놈, 떼놈, 양놈 이러게 3종류인데, 결론적으로 다 나쁜 놈들이다\' 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한 적이 있는데, 참... 그렇습니다.  임진왜란 당시에 떠돈 이야기 중의 하나가 \'왜군은 얼레빗, 명군은 참빗\'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왜군 못지 않게, 명군의 횡포와 약탈도 극심했다는 것이지요.  오만하기 짝이 없던 이여송조차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조선 정부에 대해 \'미안미안(未安未安)\' 이라는 문구로 사과를 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 대목에서 미안하다는 말도 한자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저 위에서 제가 일부러 XX로 표시한 식품은 어떤 것일까요 ?  저 식품류만 특이하게도, 밥 한공기와 함께 장교부터 일반 병사까지 모든 계급의 식단에 들어있더군요.  바로 두부입니다.  희한하지요 ?    그런데 상식적으로도, 전쟁터 한가운데서 두부를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에 인용한 문장 바로 이어서, 다음과 같이 우리 조상들이 명군에게 두부를 만들어 먹이느라 고생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

 

두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백성들을 동원하여 말먹이 콩을 일부 갈라다 두부를 만들기도 했으나, 이것은 오래 가는 식품이 못 되고 제때에 먹지 않으면 쉬기가 일쑤였다.  4만여 명이 먹을 두부라면 양도 기차게 많았고, 그것을 만들려면 맷돌도 어지간히 많아야 했다.  그렇게 많이 모을 수도 없고, 모은다 하더라도 그 숱한 맷돌을 메고 싸움터를 따라다닐 인력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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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는 아주 우수한 식품입니다.  맛도 좋고, 요리 방법도 많고, 건강에도 좋지요.  하지만 저 위에서 명나라 군대를 먹이느라 고생하신 우리 조상들에게는 정말 눈물맺힌 음식이었겠네요.  그런데, 명나라 애들은 밥 반찬으로 두부에 새우젓을 먹었나봐요 ?  새우젓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식품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봅니다 ?  또는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반찬거리라서, 조선 정부가 명군과 협약을 할 때 그렇게 정했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왕 쉽게 할 거라면 두부로 하지 말고 콩자반으로 하지 그랬어요....

 

두부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에서 널리 공통적으로 먹는 대표적인 식품입니다.  원산지는 중국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자존심 센 중화민족을 열받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지요.  미국의 어느 유명한 건강잡지에, 세계 5대 건강식품을 선정했는데, 한국의 김치,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구르트, 인도의 렌즈콩과 함께 일본의 콩요리가 선정되었답니다.  즉, 일본의 두부와 나또, 미소 같은 콩 요리지요.  우리야 뭐 김치가 선정된데다가, 사실 두부의 원산지는 중국이니까 별로 아쉬울 것이 없는데, 왜 \'일본의 두부\'가 선정되었냐고 중국인들이 매우 열받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같아도 중국산 두부는 먹기가 좀 꺼려지는데... 미국애들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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