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녀의 약속시간은 정확히 P.M 2:00.
미팅스폿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인거다.

약속시간보다 15분 조착했다. 문자로 특유의 조급증 증상을 뽐내고야 만다.
나 : "나 도착햇엉ㅋ 지금 어디쯤이양??ㅜㅜ".
그녀 : "나 늦잠자서 좀 늦을 것 같아 먼저 들어가잇엉 ㅈㅅ".
나 : "나를 기다리게 하다니... 용서못해. 나 디피컬한 남자거든. 오면 사랑의 매좀 맞자 ㄲㄲ"
그녀 : "예쁘니까봐줘ㅋ"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멘트는 마지막인 듯 싶다. 담배 두개피를 푸푸푸 피워댔다. 
20분 동안 기다리면서 할 것이 담배 밖에 더 있나. 하지만 "예쁘니까봐줘ㅋ" 라는 텍스트에
\'just in time(JIT)\' 을 생활철칙으로 삼고 있는 나의 철옹성 같은 원리원칙은
90년대 베를린 장벽 꼴이 나고 만다.

그래. "그러면 안되지" 에서 "그럴수도 있지" 라고 마음이 누그러 질 수 밖에 없다.

두 시 반이 되어서야 카페에 입장. 이곳은 북카페로서 두 당 주문만 하면
책을 보면서 다섯 시간이 지났든, 종업원들하고 같이 퇴근을 하든 일체 간섭이 없다.
민토처럼 회전율 높이고자 실시하는 시간제약이 없다는 말이다.

10월 호 매거진들은 책장에 일장대열하고 있었다.
매거진들이 주류며 신간이 깔려있었고 고차원적인 인문사회과학서적은 자취를 감췄다.
그 중에 두산에서 발행하는 <W> 매거진을 꺼냈다.
내주부터 본격적인 중간고사 시즌이기에 그녀는 미리 챙겨온 전공서적을 꺼냈다.
여기서 전공서적을 꺼냈다고 해서 미리 흥분하고 \'깝ㄴㄴ\' 라고 날릴 생각은 하지마라.
원래 카페에서 공부가 더 잘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녀이기 때문. 사방이 막힌 고시원에서
공부발이 잘 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픈된 분위기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공부하는 걸
즐겨하는 이도 있는 거다. \'허세\' 의 문제가 아니라 \'기호\' 의 문제인거다.

따로 \'self bar\' 가 마련되어 있어서 커피가 모자르다 싶으면 직접 리필할 수도 있다.
빵도 원하는 만큼 공급되기 때문에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 빵을 들어 직접 굽고 갖고 오면 된다.
커피는 한 잔 더 보충했을 뿐이고, 빵은 두 번 더 갖다먹었다.

서로가 머릿 속에 있는 내용을 다 짜내서 \'네이놈 지식즐\' 의 역할을 해주고,
<W> 기사에 등장한 디올옴므 비주얼을 보고 왜 수컷들이 디올옴므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지
\'5분 토론\' 도 진행했다. 그녀가 지참한 닌텐도로 \'네 뇌연령은 50살이네, 나는 35세지롱\'
놀러가며 두뇌트레이닝을 하며 놀기도 했다.

"이제 좀 일어나자" 면서 먼지를 툭툭 털며 일어난 순간의 시각은 7시 30분이었다.